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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에서 감시감찰 권한을 지닌 학생자치기구는 평의회가 유일하다. 평의회는 이 권한을 갖고 학생자치기구를 견제하는 '감시의 눈'이 돼야 한다. 그러나 평의회는 구멍난 회칙과 구조적 문제로 인해 제대로 기능하지 못 한다. 100여 명의 팀장들이 모인 한동대의 여론수렴 및 감시기구 평의회, 그들이 지닌 문제점과 역할에 대해 논해본다.

건전한 정치구조를 논할 때 ‘견제’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소다. 정치기구들의 부패를 막기 위해, 그들의 잘잘못을 심의하고 제재할 수 있는 존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동대 학생정치에도 학생정치기구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 존재한다. 바로 평의회다. 평의회는 총학생회 회칙상 *여론수렴과 감시감찰이라는 중책을 담당한다. 하지만 오늘날 평의회는 스스로 부여된 중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모호한 회칙 ▲평의회 구성원의 불연속성 등은 평의회의 발목을 잡는 요소들이다. 아직도 갈 길이 먼 평의회, 그들이 넘어야 할 ‘산’을 알아보자.

여론수렴 “양호”, 감시감찰 “부족”

평의회는 *감시감찰을 행사하기 위한 두 가지의 권리(▲집행지연권 ▲직무감찰권)를 지니며, 여론수렴의 의무를 지닌다. 먼저 여론수렴의 의무를 살펴보자. 여론수렴의 의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 평의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팀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 이는 평의원들이 정기회의나 기타 전반적인 평의회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팀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으로 실현된다. 둘, *운영위원회와 소속기관의 여론수렴 업무에 협조하는 것. 이는 평의회가 학내 단체들의 요청으로 팀 단위 설문조사를 함으로써 이뤄진다. 평의회는 여론수렴의 업무를 비교적 충실히 해내고 있다. 15-2학기 평의회 송은총 전 의장은 “팀장들 모여서 여론수렴 기능하고 설문조사 할 때는 (지금의 평의회도) 유용하다”라며 “여론수렴만 잘하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솔직히 지금 평의회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감시감찰의 권한을 살펴보자. 평의회는 직무감찰권과 집행지연권을 이용해 감시감찰을 수행할 수 있다. 직무감찰권은 총학생회 회장단, 각 학부 대표와 부대표 등의 직무를 감찰할 수 있는 권리이고, 집행지연권은 총학생회 각 기구의 정책 결정이 부당할 경우 최대 14일까지 해당 정책 집행을 정지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러나 평의회의 감시감찰은 여론수렴만큼 잘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 15-1학기와 15-2학기는 각각 제20대 총학생회 집행부 ‘더:하기’의 정당성 논란과 장학금 부정수령 사태로 인해 한동대 학생 사회가 한창 진통을 겪은 시기였다. 이때 평의회는 각각의 경우에 대해 청문회를 제외한 다른 조치를 거의 취하지 않았다.

방법도 없이 ‘감시하라’
평의회가 지난해 감시감찰을 거의 취하지 못한 이유는 ‘불명확한 회칙’에 있다. 평의회 의원들이 추가적인 제재를 생각하는지와 관련 없이 평의회가 취할만한 선택지는 매우 적다. 회칙에 나와 있지 않은 조치도 평의회 의장단의 재량으로 가능하지만,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면 자신의 행동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먼저 직무감찰권을 살펴보자. 직무감찰권 항목에는 청문회 이후 구체적인 징계나 시정 조처를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 총학생회칙은 직무감찰권 항목에 대해 ▲‘각종 대표들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수 있다’ ▲‘직무감찰을 위해 청문회를 열 수 있다’는 두 가지 내용만을 제시한다. 14-2학기 평의회 김현수 전 의장은 “직무감찰권 규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요건이 추상적인 것 같다”라며 “잘못될 경우 의장마다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송 전 의장은 “우리는 (청문회를 연 후) 작성한 속기록을 올리고, (속기록을) 학생자치단체들이나 학생지원팀에 전달하는 것밖에 못 하지, 우리가 뭔가 행동을 취하기가 무척 모호했다”라고 말했다. 15-1학기 평의회 주재용 전 의장은 “청문회를 하고 나서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 청문회 왔던 당사자가 청문회를 했더니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거로 밝혀졌으면, 당사자에 대한 적절한 징계라든지 어떤 사후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단순히 청문회 한 번 열고 끝이다”라고 말했다.
 회칙에 명확하게 명시된 집행지연권은 비교적 실효성이 있지만, 직무감찰권의 부족함을 충분히 보충하지 못한다. 집행지연권은 15-1학기 평의회가 총학 집행부의 업무 중단 결정을 지연시킬 때 한 번 사용한 바 있다. 주 전 의장은 “집행지연권 자체는 분명히 있어야만 하는 제도이지만 사실상 이것만으로 감시감찰을 수행하기는 힘들다”라며 “평상시에도 감시감찰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한들이 더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학생자치기구들의 예산안을 정기적으로 감사하는 것은 물론 특정 대상에 관련 증빙 서류를 요구하거나 시정 조처를 내리는 등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기도 어렵다.단순한 인과관계 파악과 집행을 잠시 멈추는 정도가 평의회의 사실상 유일한 권리다. 그 밖에 직무감찰권 항목에 언급된 내용과 별개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 평의회 의장단이 참석할 수 있을 뿐이다.

또 다른 난제, 불연속성과 이중업무
팀장을 두 번 하지 않는 이상, 한 학기가 지나면 모든 평의회 구성원이 교체된다. 송 전 의장은 “다른 단체 같은 경우에는 지속성이 있는데, 평의회는 정말 한 학기가 끝나면 다 바뀐다. 팀장을 두 번 연속 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평의원의 짧은 임기는 평의회 활동에 불연속성을 초래한다. 평의회에 대한 인식 부족은 평의회의 불연속성을 심화한다. 14-1학기 평의회 배수현 전 의장은 “평의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을 맡다 보니까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디까지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파악하는 데만 한 학기가 쓰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평의원의 임기를 늘릴 수는 없다. 평의원의 임기를 늘리면 팀장 임기 역시 자동적으로 늘어나 평의원들의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송 전 의장은 “이번에도 팀장 일 년 해보는 것 어떠냐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대부분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라고 말했다. 배 전 의장은 “임원단끼리 회의하는 과정에서 ‘평의원 업무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팀장이 아니라 평의회 자체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논의가 있었다”라며 “그런데 평의회의 대표성, 학생들의 대표가 되어서 그들의 의견을 전달한다는 대표성에서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라고 말했다. 주 전 의장은 “평의회의 업무 중 여론수렴 같은 경우에는 여론수렴국이나 다른 기구를 통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 외부감사기구로서의 평의회의 역할에 조금 더 충실해야 학생정치가 좀 더 민주적으로 성숙할 수 있다”라며 “소수의 평의회 의원들을 따로 뽑아 감시감찰 기능에 집중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조적 변화를 모색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실질적 개선 노력, 현재는 일시정지
지난해 총학생회칙개정TFT(이하 회칙개정TFT)가 작성한 총학생회칙 개정안에는 ‘새로운 평의회 회칙’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평의회 의원과 팀장을 분리 ▲평의원을 학기 시작 후 7일 이내에 선출 ▲평의회에 예⋅결산안을 최종 심의권 부여 등의 내용이 언급됐다. 회칙개정TFT는 각각의 개정 내용에 대해 ▲평의회 의원들의 부담 완화 ▲평의원 활동 기간 확보 ▲재정 투명성 및 개방성 증대와 학생들의 정치에 관한 관심 고취 등을 기대했다. 회칙개정TFT 부의장을 겸임했던 송 전 의장은 “TFT 내부에서도 항상 나온 게, ‘(학생자치단체의) 예산 승인을 전학대회에서 하게 되는데 그 구조가 굉장히 폐쇄적’이라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라며 “(예⋅결산안을) 전학에서 승인한 후 평의회에 최종 동의권을 주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회칙개정TFT는 전학대회 의석수 문제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며 백지화를 선언했고, 총학생회 회칙 개정안에 포함된 평의회 회칙 개정안도 함께 물거품이 된 상황이다.
 한편, 총학생회 백이삭 회장은 “평의회가 수시로 감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긍정적이지만, 그 방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한 예시로, 해당 프로그램을 더 잘 알고 있는 관련 실무자들이 정해놓은 예산안의 어떤 최종 심의를 평의회가 한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는 형식적인 회칙이나 감찰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타 대학 감찰기구, 구체적 회칙∙권위
숭실대학교에는 중앙감사특별위원회(이하 중감특위)라는 감시감찰 기구가 존재한다. 중감특위는 총학생 선거로 선출되는 중감특위 위원장과 공고를 통해 선출된 6명의 중감특위 위원으로 구성된다. 숭실대 감사시행세칙상 중감특위는 전학대회와 별개로 총학생회, 각 학부 대학을 포함한 13개 단위의 예산을 한 해에 두 번 감사할 수 있다. 이 같은 정기감사는 감사자료를 사전에 감사 대상으로부터 받고, 중감특위 위원장이 요청한 전원이 출석해 대면질의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징계에 대한 세칙도 확실하다. 감사자료 미비나 예산지출의 오차 발생, 사업 집행이 학생회칙에 어긋났을 경우 등에 대해 ‘주의’와 ‘경고’를 부과할 수 있다. 감사대상들은 주의 3회 시 경고 1회, 경고 2회 시 사과문 게재라는 징계를 받게 된다. 부당한 예산집행으로 인해 물질적 피해를 줬을 때 감사결과 공고 후 전액을 보상하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중감특위 손경환 위원장은 “(다른 학생자치기구들로부터) 중감특위가 분리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신뢰를 주고 공정한 감사를 시행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가톨릭대학교(성심교정 캠퍼스)는 중앙감사위원회(이하 중감위)를 운영한다. 중감위는 학생경비를 집행하는 모든 기구를 감시감찰 한다. 면접을 통해 중앙감사위원 5~12인을 모집하고, 내부투표를 통해 중앙감사위원 중 한 명을 중앙감사위원장으로 선출한다. 교내 자치기구에 속한 사람은 중앙감사위원이 될 수 없다. 가톨릭대 총학생회 회칙상 중감위는 총학생회와 학과학생회 등 학생경비를 재원으로 하는 모든 단체에 대해 매 학기 1회의 정기감사 및 수시감사를 할 수 있다. 가톨릭대 중감위 회칙에는 정기감사나 수시감사의 구체적인 시행 과정과 감사평가 기준을 비롯한 감사 전반에 관한 내용이 상세히 기술됐다. 세칙에 적힌 각종 조항은 중감위의 권위를 보장한다. 감사 과정에서 특정 자치기구의 자료나 관계자의 출석을 요구할 경우 해당 기구는 5일 이내에 협조해야 한다. 제재수단 또한 명확하게 명시됐다. 횡령금액에 대한 환급명령 및 재원 동결은 물론, 과실이 판정된 경우 해당 집행부에 과실 금액의 200%에 해당하는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중감위는 부정부패, 비리 적발 시 학교 당국에 징계를 의뢰할 수 있다. 각 학생자치기구 회칙에 따른 제재도 가능하다. 가톨릭대 중감위 박주노 전 위원은 “아무래도 (중감위 위원 중) 학생자치기구에 속한 사람이 없다 보니까, 감사의 형평성이 높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논의가 멈추지 않았으면”
같은 한동대 학생들이라도 평의회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각자의 생각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송 전 의장은 “정책제안권, 직무감찰권, 집행지연권 등 평의회의 권한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며 “이(평의회의 권한들)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장치로서 회칙의 개정도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평의원들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 전 의장은 “팀장 직책과 평의원 직책의 분리 등 평의원들이 평의회에서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부담을 줄여줄 방법들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배 전 의장은 평의회의 불연속성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배 전 의장은 “인수인계를 할 때 정확히 어떤 단체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전달해주거나, 평의회라는 단체를 일반 학생들에게 충분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평의회가 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어떠한 방향으로든 평의회가 발전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평의회에 관한 관심이 식지 않는 것이다. 주 전 의장은 “평의회라는 주제에 대해 한동대 학생사회에서 논의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평의회 전 의장들이 지적한 평의회 대표적 문제들을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 한 것이다. 그래픽 박희선


*총학생회 회칙 제70조: 평의회는 본회의 여론수렴기구 및 감찰기구로서, 전학대회를 상위기구로 한다.
*총학생회 회칙 제74조 1항, 2항: 평의회는 본 회 각 기구의 정책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그 집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 단, 이 경우 지연 사유를 공개하여야 한다. 지연 기간은 14일을 초과할 수 없다.
*총학생회 회칙 제75조 1항, 2항: 평의회는 ▲총학생회장단 ▲각 학부 학부대표 및 부대표 ▲총동연 회장단 등의 직무를 감찰할 수 있다, 평의회는 직무감찰을 위하여 공개 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다..
*총학생회 회칙 제76조: 평의원은 소속팀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여 의사결정에 반영하여야 한다. 평의원은 운영위원회 및 소속기관의 여론수렴 업무에 협조하여야 한다. 단, 협조내용과 방법은 해당기관과 평의회 의장단이 협의하여 결정한다.
*총학생회 회칙 제17조 (구성): 전학대회는 총학생회장단, 각 학부 정(부)대표, 자치회장단, 총동아리연합회장단, 자치회 총무, 총동아리연합회 총무, 집행부 국장 4인, 그리고 평의회 의장단으로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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