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보람과 후회가 교차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평생의 가치관의 기초를 형성하는 시기였던 20대를 돌아보면 성취의 경험보다도 '그때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후회와 자책을 하게 되었던 사건을 통해 더 큰 지혜를 깨닫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때 느꼈던 아픔은 소중한 지혜를 얻는 대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시간 한동의 제자들에게 20대 시절을 보내면서 깨달았던 작은 삶의 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대가를 지불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기를 바랍니다. 이 세상에 대가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건강하려면 건강관리를 해야 하는 것처럼, 타인의 사랑을 얻으려면 내가 먼저 사랑해야하고, 신앙이 바로 서려면 그만큼 기도와 말씀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잠언 19장 말씀처럼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바로 성실입니다. 물론 성실하다고 반드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실이라는 가치를 쉽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붙잡길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믿고 실천해온 가치가 그만큼의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자기연민과 피해의식에 빠지지 않길 바랍니다. 물론 지나치게 자신을 엄격하게 채근하는 태도 역시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연민과 피해의식은 스스로를 수렁에 빠지게 하는 무서운 함정입니다. 독선과 자기 의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신앙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그런 함정에 잘 빠지게 되는 듯합니다. 법정에서 가장 화해하기 어려운 사건은 원고와 피고가 모두 독실한 크리스천일 때입니다. 이렇게 독선 또는 도덕적 우월감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나서 빌립보서 2장 말씀처럼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는 말씀을 붙잡고 나아가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수시로 돌아보길 바랍니다. 사실 현대 사회에는 ‘원수’라는 개념이 잘 다가오지 않습니다. 이 단어를 나를 괴롭혔던 이웃, 나와 정치적, 종교적 의견이 다른 사람, 내가 정말로 악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바꾸어서 생각하면 조금 더 실감이 날 수 있습니다. 정말 실천하기 쉽지 않은 말씀이기에 이 말씀 앞에서 나의 모든 의가 무너지고 결국 예수님을 믿는 믿음으로 밖에 구원을 받을 수 없는 죄된 존재임을 철저히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모두 죄인 되었을 때 예수님께서 나와 바로 내가 제일 악인이라고 생각하는 그 사람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셨음을 기억하고 그 사람을 위해 사랑의 마음으로 기도하는 단계에까지 이르시길 바랍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서 잊어버리기 쉽지만, 결국 이 지점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라는 말씀의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끝으로 이러한 우리의 부족함 가운데서도 지혜주시고 인도하신다고 약속하신 그분의 말씀을 붙잡고 믿음 안에서 포효하는 담대한 마음을 품고 나아가시길 기원합니다.
 우리의 지혜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지만,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라는 말씀을 기억하며, 졸업 후에도 여러분들이 한동에서 배운 가치를 기억하고 각자 깨닫게 해주신 하나님의 지혜를 나누고 서로를 위해 사랑의 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하며 나아간다면 우리의 지혜가 조금 더 온전해지고 이 땅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조금이라도 실천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졸업하는 한동의 제자들, 새로운 학년이 시작될 모든 한동의 제자들에게 하나님께서 사랑과 지혜를 넘치도록 부어주시길 소망합니다.

송인호 주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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