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버스와 다마스의 충돌 사고 피해자는 ‘나’일 수도 있었다. 지난 10월 9일은 공휴일을 맞아 방순이들과 학교를 벗어나 점심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던 날이다. 사고 전날 불행인지 다행인지 기획기사를 작성하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 동이 트고 방에 돌아온 나는 방순이 단체 카톡방에 ‘이제 들어왔어요ㅠㅠ 다음에 꼭 다 같이 나가 먹어요!’ 카톡을 남기고 잠이 들었다. 오후 2시쯤 눈을 뜬 건 엄마에게서 온 전화 소리 때문이었다. 꽤 오래 벨소리가 울리고 전화를 받은 것 같다. 잠에서 덜 깬 목소리의 나에게 엄마는 “송현아 밖에 나왔니? 학교 버스 사고가 크게 난 것 같던데 괜찮니?”라며 질문을 쏟아냈다. 며칠 전부터 방순이들과의 외식을 기대하며 엄마한테 자랑했던 탓인지 엄마가 이를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사고 당시 학생들이 버스 계단까지 서 있던 몇 명의 학생들이 충돌로 인한 유리파편을 뒤집어썼다. 사고 발생 직후, 한동대 버스는 엄격하게 정원 탑승을 준수했다. 이전과 다르게 어느 정도 학생이 탑승하자 버스 운전기사는 더 이상의 탑승을 제재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은 버스에 더 탈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왜 안 태우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버스 운전기사는 몇 명의 학생이 남았는데 정원이 찼다고 문을 닫아버리면 이 학생들이 수업에 늦거나 집에 못 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학생을 더 태워서 버스 운전기사에게 득이 될 것은 없다. 정원이 초과할 경우 운전기사는 시야 확보가 어렵고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돌리는 데 있어 모든 게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 운전기사는 특히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 버스를 타는 아침 시간대와 집으로 돌아가는 밤 시간대에 유동적으로 탑승 인원을 수용한다. 대부분의 학생도 앉을 자리가 없어도 서가는 복도에라도 탑승하길 원한다. 아침 버스와 마지막 버스의 경우 학생들은 더욱 간절하다. 학생들은 안전문제를 한편으로 생각하면서도 당장 눈앞에 닥친 상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결국 복도까지 차있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이렇듯 학생들은 자주 원칙과 현실 속의 딜레마에 빠진다.
“아침 시간이나 막차 시간에 학생들이 타고 몇 명이 아직 남았어요. 이 친구들을 태워야 하나요? 태우지 말아야 하나요?” 총무인사팀에 취재하러 갔을 때 이런 질문을 받았지만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법과 원칙 그리고 안전을 생각하면 태우지 않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남겨진 학생의 입장이 돼봤을 때 나는 복도 계단이라도 괜찮으니 어떻게든 버스를 탑승하고 싶을 것이다. 눈앞의 이득, 당장 내 앞에 놓인 상황에서 법과 원칙은 잊혀지기 쉽다. 하지만 ‘10월 9일 오후 12시 40분 출발 버스 계단’에 서 있는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

대학보도부 이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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