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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을 빛내는 멋진 조연, 총장 비서 정윤아“주연들이 잘 설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다 했을 때, 정말 뿌듯하죠.”
전채리 기자  |  jeoncr@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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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03  11: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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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 하면 보통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뒤에서 보이지 않게 모든 일이 착착 진행되도록,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존재감. 상사의 하루 일정과 상황을 체크∙보고하고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섬세함과 꼼꼼함.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대처하는 융통성까지 모두 갖춰야 하는 이들. 지금도 어디선가 그들은 주연의 뒤에서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

국제어문학부 04학번으로 2008년 2월에 졸업, 한동에서 교직원으로 일한 지는 어언 7년째. 비서 일 뿐 아니라 RPM(창업경진대회)의 전체적인 기획도 맡고 있는 총장비서실 정윤아(30) 씨. 하루 24시간을 48시간으로 사는 바쁜 삶에도 불구하고 일이 재미있다고 한다. 거침없는 입담, 만화책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반전매력의 그녀는 일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한 커리어우먼이다.


한동에서 시작된 인연, 그렇게 7년째

Q 어떻게 총장 비서로 일하게 되셨나요?
제가 마지막 학기에 교환학생을 갔었어요. 대책 없는 거죠. 지금으로 치면 8학기 때 취업이든 진학이든 미친 듯이 준비해서 가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냥 갔어요 연변에(웃음). 그 때 연변에 있는 고려인들한테 한국어를 영어로 가르쳐주는 기회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차에 아는 교수님께서 연락이 오셔서 비서 자리가 있는데 혹시 마음이 있느냐 하셨어요. 내가 연변에 이렇게 있다 가면 학교를 떠야 하니깐, 좀더 학교에 남아야 될 것 같은 마음도 들었고. 그래서 고민하다가 그렇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연변에서 2007년 12월에 돌아왔고, 일은 2008년 1월부터 시작했어요.

Q 한동대 졸업생이라고 들었어요. 학생 때는 어떤 분이셨어요?
1학년때 두나미스 반주자 했어요, 1학년 마치고는 총학 했었어요. 총학에서 학술국 부국장 했었고, 명예제도위원회도 했었고, 국제정치학회도 했었고. 많이 했는데 제대로 한 건 없네(웃음). 저는 1학년 때는 진짜 별났던 것 같아요. 남자 기숙사 가서 치킨도 먹고 진짜 별 짓 다했어요. 1학년 때 방순이랑 우리끼리 장난친다고 서로 물 뿌리고 도망가고(웃음). 그리고 샬롬관인가? 거기서 도서관까지 도망 다니고(웃음). 밤 12시에 뭐 천마지 가보고. 무튼 진짜 재미있게 지냈던 것 같아요. 공부는 시험 치기 전에 밤새고.

Q 학생 때와 지금의 한동은 어떻게 다른가요?
학생으로서의 한동대가 CC라면, 교직원으로서의 한동대는 BB같아요. 학생으로서의 한동대가 연애하는 관계라면 교직원으로서의 한동대는 이제 결혼하고 나서 부부 같은 느낌?(웃음) 왜냐하면 학생으로 다닐 때는 다 좋잖아요. 1학년때 한스트. 신입생 얼마나 좋아. 그러니까 뭐랄까 이제 알아가는 설레는 단계잖아요. 3,4학년때 좀 심각해지긴 하지만 교직원으로 봤을 때는 알 거, 모를 거 다 알고, 진짜 애증의 관계랄까? 학교를 너무 다 알고, 실망도 하고. 그렇지만 무슨 사업이 선정되고, 잘되면 또 좋은 거야. 근데 또 잘 안되면 안타까운 그런 거죠.

쉴 틈 없는 일상, 그 속에서의 여유와 만족

Q 평소 스케줄은 어떻게 되세요?
아침 8시 50분쯤 출근해서 일을 쭉 하죠. 이제 스타트업 경진대회 회의까지 하면 거의 11시. 주말에 격주에 한번씩 나오는 것 같아요. 하는 일은 주로 일정관리, 보통 전화나 메일로 섭외가 많이 들어오고 총장님한테 보고해서 참가여부 알아보고. 또 총장님 주제에 맞게 강연자료 계속 업데이트하고. 수업하신다고 하면 보조자료 구하고. 이렇게 경진대회 네트워크도 계속 알아보고. 손님들 오실 때 잘 모시고, 차 대접부터 사람들 차량이나 숙박도 다 알아보고. 뭐 그런 정도이지 않을까.

Q 비서는 자기만의 시간이 안 날 것 같은데
사실 별로 어렵지는 않아요. 제가 사실은 애도 떼놓고 일을 해서, 주변에서 걱정해주셔서 고맙긴 한데... 사실 저는 육아보다는 야근인 것 같아요. 그만큼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는 증거이지 않을까 싶죠. 내가 억지로 그런 생각을 하려는 게 아니라, 솔직히 애를 떼놓는데 슬프거나 보상심리가 느껴지거나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이 상황에 감사하죠. 내가 젊을 때 더 일할 수 있고. 시댁에서 즐겁게 애를 봐주셔서… 나는 뭐랄까, 하나님께서 그런 상황을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시부모님이 내가 애를 가졌을 때부터 먼저 봐주겠다고 하셨고. 나도 일이 더 하고 싶고, 이것도 억지로 맞추려면 되게 힘들거든요. 이것 때문에 사실 스트레스 받는 워킹맘 많죠.

Q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실수를 정말 많이 했었어. 김영길 총장님 모실 때 총장님한테 누가 설 선물로 고기를 보내왔는데 내가 냉동 냉장 보관을 못해서 썩은 거야. 그때 너무 죄송했죠. 내가 정신을 놓으면 안 된다는 걸 느꼈어요. 사소한 거지만 되게 큰 거잖아요. 두 번째는 김영길 총장님이 교회인지 기업인지 강연을 가시기로 해서 다 준비했는데. 총장님이 역에서 내려서 거기까지 가는 차를 확인 안 한 거에요. 기업체에 얘기를 했으면 거기서 나왔을 텐데, 얘기를 안 해서 그냥 알아서 오나 보다 하고 차가 안 온 거에요. 진짜 모든 동선을 빠짐없이 연결해서 생각해야 했는데 이걸 내가 놓쳤어. 그래서 총장님도 되게 당황하시고 기업도 되게 당황하고. 초짜일때 그런 실수 되게 많이 했죠.

Q RPM을 총괄하신다고 들었어요. RPM대회에 얽힌 스토리가 궁금해요.
제가 작년 11월 딱 이맘때 교통사고가 났어요. 그렇게 해서 병원에 1주일 입원했는데. 1회 대회가 11월 29일이었는데, 사고가 8일에 난 거죠. 그런데 사실 사고 났을 때, 정말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심각한 사고였는데 죽을 때 되면 내 파노라마가 지나가고, 가족, 뭐 사랑하는 사람들 떠오른다고 하잖아. 그런데 사실 전 그런 생각은 안 났고(웃음), 대회 생각이 난 거죠. 그때 운영팀이 병원으로 와서 회의하고. 근데 병원에 있으니까 좋은 게, 비서실에 있을 때는 여기저기 다 연락하고 한곳에 집중하기가 힘든데, 어떻게 보면 일주일 동안 병원에 있으니깐 이 대회만 생각할 수 있었죠. 같이 준비한 애들이 그때 약간 말은 안 했지만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 약간 그런 전우애 같은 거 있잖아요(웃음). 그래서 1회 대회가 저한테는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Q 뒤에서 기획하는 게 잘 맞으시나 봐요
성향이 내가 막 무대에 서고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해요. 두나미스 할 때도 무대에 서는 역할 했으면 거기에 지원 안 했을 거에요 반주자라서 지원했죠. 그렇게 막 돋보이지 않아도 되잖아요. 혼자 여자니까 좀 그럴 때도 있지만. 비서도 주연들이 잘 설 수 있도록 무대를 잘 만들어주는 역할. 그 무대를 잘 만들어야 하고, 내 역할을 다 했을 때 그 뿌듯함. 또 내가 서포트만 하는 게 아니라 나도 많이 배우잖아요, 그 과정 중에. 지금은 내 역할들 좋은 것 같고. 살면서 나도 성장하는 거죠. 언젠가 내가 만약 그런 리더의 자리에 가는 순간이 왔을 때 이렇게 준비한 것들이 다 양분이 될 수 있으니까요.

Q 일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요?
첫 번째는 주인의식. 시켜서 하더라도 내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과 억지로 하는 건 다른 것 같아. 사실 저도 시켜서 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주어진 일을 넘어서 내가 더 많이 생각하고 누구를 더 네트워킹 할까 어디서 더 예산을 끌어오지? 이렇게 내가 주도적으로 한다고 할 때 진짜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둘째로는 너무 아웃풋만 많이 내고 인풋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오래가면 차라리 일을 그만뒀으면 좋겠어요. 일을 한다는 게 내걸 짜내기만 하면 너무 기계잖아요. 기계도 하물며 기름이든 뭐든 에너지를 공급받잖아요. 내가 아웃풋만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나에게도 인풋이 있는 거에요. 출장을 가서 배우고 간접적 경험도 하고. 이 다양한 영역들을 ‘왜 해야되?’ 하면 인풋이 없겠죠, 내가 거부하는 거니까. 그래서 인풋과 아웃풋이 정말 밸런스를 맞출 수 있어야 할거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자기위주의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자기위주로 생각하면 실수를 인정 못해요. 남이 뭐가 필요한지 별 관심이 없는 거죠. 자기를 객관적으로 보고, 자기를 돌아보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한동이 너무 좋게 좋게만 해주는 게 많아서. 내가 지나고 보니까 아 좀더 깨지고 싶었는데. 좀 강하게 컸으면 좋겠어. 그래서 막 오지도 가보고. 너무 그렇게 보호받고만 있으면 약해진다고나 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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