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들이 가장 힘들고 귀찮아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쓰레기 버리기’이다. 가끔 귀찮으면 치킨을 시켜먹고 콜라, 치킨 뼈다귀, 무우를 한꺼번에 배달봉투에 넣고 전봇대 밑에 버린다. 버리기 전에 번호가 적힌 영수증을 꼭 떼는 것은 필수다. 버리기 전에는 ‘이렇게 해도 되나’하는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가지만 결국 양심보다는 귀찮음과 게으름이 이것을 이긴다.
지난 여름방학, 나는 장성동에서 두 달 동안 자취를 했다. 방학 때 부모님의 잔소리를 듣지 않고 마음 편히 혼자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좋았다. 비록 작은 방 한 칸짜리 원룸이었지만 나만의 보금자리가 생겼다는 것에 신이 났다. 그러나, 이사 온 지 일주일 만에 나는 깨달았다. 자취는 생각보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빨래도 혼자 알아서 해야 하고, 밥도 차려 먹어야 하고 심지어 쓰레기까지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빨래나 밥은 알아서 해결한다고 해도 쓰레기까지 모아서 버리고 하는 것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방학 때 집에서 살았으면 엄마가 다 해줬을 텐데하는 철없는 생각까지 들었다.특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게 가장 귀찮고 번거롭다. 바로 버리기에는 봉투가 꽉 차지 않아 아까웠고 또 버리지 않자니 냄새가 나서 참기 힘들었다. 결국 버틸 때까지 버티다 더는 참을 수 없는 순간이 올 때, 터벅터벅 슬리퍼를 끌고 나와 원룸 1층으로 향한다. 1층 전봇대 근처에는 갖가지 쓰레기가 더럽게 버러져 있었다. 치킨을 먹고 배달봉지 그대로 버린 것도 있었고 일반 비닐봉지에 담긴 음식물 쓰레기 주위에는 날파리가 득실거렸다. 한마디로 너무 더러웠다. 장성동 원룸촌의 쓰레기 상황은 아직도 나아지고 있지 않다. 여전히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아무렇게나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 주위에는 날파리가 득실거렸다. 이런 상황의 원인과 책임은 과연 누구한테 있을까 생각해봤을 때, 가장 일차적으로는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모든 책임을 시민들에게만 돌릴 수 있을까? 지난 220호 관리가 부실한 포항 도시공원에 대해서도, 이번 장량동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도 포항시 공원과, 청소과 관계자들이 했던 말은 똑같았다. 바로 ‘시민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포항시 공원문제와 쓰레기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물으면 그들은 항상 이렇게 말한다. ‘이런 정책도 하고 있고 저런 정책도 하고 있는데, 여러 정책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이다.’ 그들은 시민의식을 운운하며 그 속에 자신들의 잘못과 무능함을 감춰버린다. 이번에 청소과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불법으로 버린 쓰레기까지 다 치워야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공무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 복지를 위해서이다. 더이상 일을 위한 일만 할것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일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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