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가르침은 진리의 공동체가 실천되는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파커 파머(Parker Palmer)가 한 말이다. 사람들은 흔히 대학을 일컬어 진리의 상아탑이라 부른다. 특히, 한동인들은 자신들이 몸담은 이곳을 대학교가 아닌 공동체라 부르기를 선호하며, 진리를 중심담론으로 삼고 진리를 따라 살고자 노력한다. 그렇다면 한동대학에 몸을 담고 있다는 의미는 진리를 찾아가는 공동체를 경험하려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한동에서 어떻게 진리를 찾아갈 수 있을까? 

한 수업에서 “콜라보레이션 에세이” 미션을 수행했다. 서너 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에서 책을 읽고 각자 에세이를 쓴 후에 서로 피드백의 과정을 거쳐서 하나의 에세이를 만드는 과정과 소감까지 기록한 일지와 함께 최종 에세이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아홉 개의 소그룹 공동체는 모두 나름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진리’를 향해 수렴하기 시작했다. 각 그룹의 소감을 그대로 묶어보니 놀랍게도 마치 한 사람이 쓴 것 같은 콜라보 소감문이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다(1). 여러 명이 하나의 에세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2). 각자의 생각들을 어떻게 합쳐야 할지 너무 막막했고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혼자서는 더 좁게 보았을 문제를 넓고 깊게 고민할 수 있어서 좋았다(3). 방법은 대화였다(4). 우리는 서로 진리에 대해 다르면서도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음과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여러 접근법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음에 놀랐다(5). 진리를 알고 싶은 마음만 같다면 서로 다른 의견들일지라도 결국 조금씩 더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경험했다(6). 단순히 하나의 에세이를 완성시키는 과정보다는 서로의 깊은 생각과 삶의 배경들을 나누는 시간이 더욱 의미 있었다(7). 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좋아졌고, 인생의 내면을 정직하게 대면한 용기가 대단하고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느꼈다(8). 우리 모두 진리에 관해 더욱더 알아가길 원했고, 진리 안에 거하며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의 소중함을 기억하게 되었다(9).”
정직하되 강렬한 소통의 과정을 담은 아홉 편의 에세이는 그들의 고민과 고통, 목마름과 간절함, 소망과 열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보석 같은 글들을 읽으며 선생은 미소를 짓기도 하고 먹먹한 가슴으로 눈을 들어 하늘을 보기도 했다. 이 미션을 통해 우리 모두는 서로가 ‘It’에서 ‘Thou’로 변화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경청했고 그 마음을 알고자 했으며 아는 만큼 서로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자신들의 현실을 초월하며 통합하는 진리의 공동체 안에서 얼굴과 얼굴을 대하고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진리는 만고불변의 잣대로서의 철학적 원칙이나 개념이 아닌, 공동체 안에서 삶으로 표현되는 사랑의 현현(顯現)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만큼, 딱 그만큼 알게 될 것이고, 아는 만큼, 딱 그만큼의 진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한동 공동체에 주어진 콜라보 미션은 과연 무엇인가? 천사의 말과 예언하는 능력과 모든 지식과 모든 믿음과 몸을 불사르는 구제를 뛰어넘는 사랑을 배우고 깨닫고 연습하는 것, 다시 말해 주께서 나를 온전히 아시고 온전히 사랑하신 것같이 온전한 지식과 온전한 사랑을 찾아가는 훈련이 아닐까. 불가능한 미션을 가능케 하시는 진리의 근원 되신 하나님 앞에서!

RRM 수업공동체와 박혜경 교수 (국제어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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