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신해철 1968년 5월 6일~2014년 10월 27일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며 쉬지 말고 가라 하는
저 강물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있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민물장어의 꿈>에서…

지난 10월 24일, KBS의 <불후의 명곡>과 JTBC의 <히든싱어>에서는 故신해철의 1주기를 앞두고 신해철 특집을 방송했다. 출연가수들은 그의 노래를 부르며 울음을 참지 못하고 관객들 또한 눈시울을 붉혔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시간은 여전히 1년 전에 머물러있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음악은 우리의 삶에 존재하고 있다.

청춘의 이름으로 청춘에게 전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기성세대들의 청춘에는 7~80년대 MBC<강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가 있었다. 스타의 산실로 불리며 ▲심수봉(78년 대학가요제 본선) ▲활주로(78년 대학가요제 은상) ▲이선희(84년 강변가요제 대상) 등을 배출해냈다. 가요제의 열기는 1988년대에 절정을 이뤘다. 대학가요제 이전에 열린 강변가요제에서는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의 박광현(은상) ▲‘슬픈 그림 같은 사랑’의 이상우(금상) ▲‘담다디’의 이상은(대상)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곡들이 쏟아졌다. 이 같은 강변가요제의 큰 성공은 자연스럽게 같은 해에 열린 대학가요제에도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을 가져왔다.
198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겨울날, 제12회 대학가요제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당시 국악과에 재학 중이었던 칠갑산 주병선 씨의 무대, ‘고인돌’이 끝나자 주 씨의 대상수상이 유력해 보였다. 마지막 무대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그의 수상은 기정화 된 사실이었다. 이때 마지막 무대로 올라온 <그룹사운드 무한궤도>의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내 삶이 끝날 때까지 언제나 그댈 사랑해”라는 가사를 가진 노래 한 곡이 대회장을 사로잡았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조용필 씨는 “전주인 빠빠빠빠빰을 듣자마자 바로 대상감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뀌었다”라고 심사평을 했다. 결국, ‘고인돌’을 밀어낸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는 대상을 수상한다. 이 화려한 무대와 함께 무한궤도의 리드보컬 겸 기타리스트로 故신해철은 가요계에 혜성과 같이 등장했다.
대학가요제. 젊은 청춘의 노래를 부르던 그는 젊은 시절 70, 80년대 청춘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대변자였다. 이후로도 故신해철은 30년 가까이 새 앨범을 낼 때마다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독특한 사운드와 시대정신이 깃든 메시지를 전하며 80년대 말, 9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친구이며 삶의 동반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우리는 당신이 그립다

‘마왕’이라는 그의 별명 때문이었을까. 영원히 우리 곁에서 남아있을 줄 알았던 故신해철은 2014년 10월 27일 사망했다. 갑작스러운 죽음과 의료사고에 대한 의문이 함께 뭉쳐 그 슬픔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지난 10월 25일,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故신해철을 기리는 추모식이 진행됐다. 추모식에는 부인인 윤원희 씨와 두 자녀를 비롯해 그룹 <넥스트> 등 동료 연예인들과 지인이 참석했다. 팬클럽 ‘철기군’ 또한 자리를 지켰다. 넥스트의 보컬 이현섭 씨는 “감히 넘볼 수 없는 큰 산과 같은 형님에게 저는 한없이 받기만 했던 후배였다”라며 “그가 소중한 이들을 등지고 떠나갔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믿기지 않는 오늘이다”라고 추모사를 전했다.
추모관 옆 평화광장에서는 故신해철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추모식을 찾은 사람들의 왼쪽 가슴엔 생전에 그가 좋아했던 보라색 리본이 달려있었고 고인의 두 자녀가 쓴 편지가 영정 앞에 놓여 있었다. 추모사를 낭독하는 이 씨의 말에 부인 윤원희 씨와 참석한 팬들은 결국 눈물을 흘렸다. 부인 윤 씨는 故신해철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가슴 따뜻한 동심을 유지하고 있는, 항상 소외된 사람을 염두에 두던 마음 넓은 뮤지션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온 세상이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분위기였다. 1주기를 맞아 故신해철 특집을 꾸민 <불후의 명곡>과 <히든싱어>가 그러했고 JTBC의 <뉴스룸>에도 부인 윤 씨가 출연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앞다투어 그의 생전 어록과 노래들이 올라왔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함께 슬퍼하는 진정한 화합의 현장이었다.
그의 팬임을 자처하는 한 네티즌은 2011년 당시의 신해철닷컴 폐쇄사건을 이야기 했다. “당시 일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는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라며 “그는 그의 노래와 행동, 말을 통해 그것을 보여줬다. 요즈음은 더더욱 그가 그립다”라고 故신해철을 추모했다. 故신해철은 당시 신해철닷컴 회원들이 다수의 여성 사진을 올리고 외모를 비하하자 강간이나 다름없는 짓이라며 이런 범죄의 장소가 다름 아닌 ‘내 집’이라는 것에 슬프다고 분노했다. 이후 피해 여성에 대한 사과 표시로 신해철닷컴을 폐쇄했다.

‘넌 아직 넌 이제 시작이야 너만의 세상이 시작되는 거야 그토록 원하던 어른이 되는 거야 모든 선택의 저울이 손안에 있는 거야 두려워하지마 답답해 하지마 Welcome to the real world welcome to the real world’
그의 유작인 <Welcome To The Real World>의 가사에서도 그는 청춘에게 희망을 전하는 응원의 노래를 부른다. 그 자신이 청춘의 때에 있을 때부터 사회의 어른세대가 될 때까지도 항상 청춘을 응원했던 영원한 청춘 신해철. 그는 떠났지만, 오늘도 그는 청춘들을 위해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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