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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테이, 책과 함께하는 낭만적인 하룻밤
장나경 기자  |  jangng@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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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07  10: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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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윌리엄 서머셋(William Somerset)은 ‘책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나에게 의미있는 한 대목, 어쩌면 단 한 구절만으로도 책은 나의 분신이 된다’고 말했다. 문득 생각 없이 읽은 책에서 우리는 기쁨을 얻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 또 책의 한 구절에 꽂혀, 삶의 진리라도 찾은 양 그것을 마음에 새겨 평생을 간직하기도 한다. 천고마비, 하늘은 높아 푸르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라는 가을. 곡식을 차곡차곡 창고에 쌓아놓듯이 머릿속에 지식을 담아두기 좋은 ‘독서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도서 시장이 급속도로 침체돼 가고 있는 이때, 책 공간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그 공간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는 ‘북스테이’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독서와 연계한 방식의 숙박을 의미하는 ‘북스테이’는 충북 괴산의 ‘숲 속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부부가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점, 도서관, 출판사 등을 숙박과 엮어 ‘북스테이’라는 이름으로 책이 가득한 집으로 손님들을 초대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책을 읽으며 자연을 구경하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즐긴다.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쉼을 얻을 수 있는 곳. 빠듯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 '작가의 방' 창문에 통영 출신 박경리 작가 시 '산다는 것'의 한구절이 쓰여있다.


책과 사람이 있는 이곳으로 오라

현재 전국에 ‘북스테이’라는 이름으로 뭉쳐 네트워크를 형성한 곳은 총 여섯 군데로 전국 각지에 흩어져 각각의 독특한 개성을 뽐낸다. 지역도, 이름도, 책방지기도 다른 만큼 각각의 북스테이들은 자신들만의 특별한 감성과 개성을 지니고 있다. 충청북도 괴산군의 작고 아름다운 ‘미루마을’에는 ‘숲 속 작은 책방’이 있다. 이 책방은 서울에서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며 글을 쓰던 백창희 작가와 김병록 선생이 귀촌해 만든 곳이다. 남편 김병록 씨는 책장과 책 오두막을 짓는 것을 기반으로 집 일부를 책방으로 꾸며 북스테이를 처음 시작했다.
대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꼭대기 오래된 동네에 자리한 하나의 낡은 집. 달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 달동네라 부른다는 이 동네에는 작가들을 위한 창작 공간이자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책 공간인 ‘대동 작은 집’이 있다. 1층에는 작가들이 입주해 생활하는 창작공간이, 2층에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묻어 있는 ‘100인의 책을 공유하는 책장’이 있다. 이 책장은 100명의 사람들이 놓고 싶은 책 한 권씩을 사연과 함께 기증받아 만들어졌다. 장기 투숙을 하는 예술가부터 내 집 드나들 듯하는 동네 활동가들, 호기심에 이끌려 공간을 찾는 일반 손님까지. ‘대동작은집’은 365일 각자의 사연을 안고 온 다양한 손님들로 북적북적하다.
마을 폐교를 리모델링해 새로운 개념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도 있다. 각자 다른 지역에서 온 예술가들이 한 꿈을 가지고 동고동락하며 지내는 이곳은 바로 강원도 화천에 자리한 ‘문화공간 예술 텃밭’이다. 이곳은 예술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꿈꾸는 공간으로 마을 폐교였던 신명부교를 스튜디오와 극장 제작공방, 펜션 그리고 그림책 서점까지 갖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 세 곳뿐 아니라 1만 2천여 권의 다양한 책이 즐비한 파주의 ‘포티프원’,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수집한 책들로 가득 채운 부산의 ‘잠게스트하우스’, 그리고 통역의 지역 전통 장인과 예술인들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봄날의 집’까지. 그 중에서도 책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쉼을 찾는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작은 공간, 경남 통영의 작은 책방을 찾아가 봤다.


‘봄날의 집’, 책과 예술이 있는 곳

 

 
   
▲ '봄날의 책방'에 다양한 책들이 전시돼있다.

통영항을 지나 굽이굽이 버스를 달려 도착한 통영 ‘봉수골’. 이 작은 마을의 한 귀퉁이에 북스테이 ‘봄날의 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 본 그 마을과 골목길의 풍경은 정겹고 소박했다. ‘봄날의 집’ 게스트 하우스가 있는 골목에는 ‘봄날의 집’과 함께 운영되는 작은 책방과 ‘남해의 봄날’ 출판사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봄날의 집’ 내부에는 통영 출신 소설가 ‘박경리’ 씨를 테마로 한 방과 통영의 장인들이 만든 작품들로 가득 찬 방들이 1층과 2층에 나란히 있다. ‘봄날의 집’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책방은 투숙객뿐만 아니라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 마을 주민들까지 한 번씩 들렀다 가는 곳이다.
책방에 들어서자 책 특유의 냄새가 누구보다 먼저 반갑게 맞이했다. 이곳에는 남해의 봄날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책뿐만 아니라 통영 지역 문인들이 쓴 책, 통영 지역을 소개하는 책, 편집자, 기자, 이웃들이 추천하는 책까지, 책방의 크기는 몇 평 남짓 되지 않아도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책방의 책방지기인 이병진 씨는 직접 읽은 책 위주로 도서를 들여놔 손님들이 오면 이 책에 대한 내용을 직접 설명하고 또 그 책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눈다. 이 씨는 “저희 출판사는 특히 책만 출판하는 게 아니라 통영의 문화를 담는 일도 많이 하고 있다”라며 “지역의 전통공예 장인들을 소개하는 책자도 만들고 지역 문인들의 책들도 함께 팔고 있다”라고 말했다. ‘남해의 봄날’ 출판사는 지방의 작은 출판사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고 개성 있는 이야기와 콘텐츠로 독자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마을 안에 자리 잡은 이 작은 책방과 ‘남해의 봄날’ 출판사는 마을의 이야기, 더 크게는 통영의 이야기를 최대한 품어내면서 소통을 이끌어낸다.


책을 통해 전달하는 가치

‘봄날의 집’ 게스트 하우스는 38년 전에 건축된 건물로 폐가로 버려져 수년 동안 있었다고 한다. ‘봄날의 집’ 대표인 강용상 씨는 동네 미관을 해치고 있는 폐가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 자신의 특기를 살려 폐가를 새롭게 리모델링했다. 북스테이 형식의 책방과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게 된 이유로 강 씨는 “일단 저희가 출판사다 보니까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을 전시하고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통영의 여러 문예 예술이라든지 혹은 뛰어난 장인들을 소개하는 곳을 만들고 싶었는데 이것이 합쳐져 지금의 공간이 탄생하게 된 거죠”라고 말했다. ‘봄날의 집’ 초기에는 특히 출판업에 종사하거나 문화운동 혹은 기획 쪽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아왔다고 한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라는 책이 입소문을 타면서 책을 좋아하는 일반인들의 방문도 늘었다고 한다.
‘북스테이’라는 이름은 일종의 문화운동 차원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금 ‘북스테이’라고 불리는 곳들도 처음에는 어떤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채, 책과 함께하는 민박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다 이들이 모여 문화운동으로서 발전시키자는 데에 뜻을 모아 하나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게 된 것이다. 강 씨는 “집에 하룻밤 묵으면서 책을 읽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은 굉장히 독특한 경험이잖아요. 특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이 하나의 로망이죠”라며 “이런 독특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나누어질 수 있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런 가치를 손님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책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만나게 해주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일들을 간접 경험하게 해준다. 그런 책을 온종일 읽으면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 그것은 실로 특별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일상의 지루함과 따분함에서 벗어나 책과 함께 다른 세상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통영에서 읽은, 기자 추천 도서>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출판사: 남해의 봄날
책 소개: 오랫동안 기획자로 일해 온 저자 김영미가 전시 기획, 공연 기획, 마을 기획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젊은 기획자들을 만나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 젊은 기획자들의 생생한 경험과 기획 사례 등을 바탕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기획자로 성장하기까지 그 치열한 과정과 기획의 노하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북스테이 소개>

봄날의 책방 in 봄날의 집
주소: 경남 통영시 봉수1길 6-1
홈페이지: http://www.namhaebomnal.com/arthouse
문의: 070-7795-0531

숲속작은책방
주소: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명태재로 미루길 90 미루마을 28호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supsokiz
문의: 010-8771-2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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