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시간, 근무하시던 복지회 김희숙 아주머니께서 잠깐 짬을 내 손을 흔들고 계신다.


바쁜 아침, 학생들은 매점에서 빵 하나 우유 하나를 사 들고 총총 강의실로 향한다. 맛있게 점심을 먹은 후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늦은 저녁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라면을 찾으러 가기도 하는 곳. 학생에게 매점은 그런 곳이다. 매점에는 늘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맞는 매점 직원분이 있다. 쉼 없이 물건을 나르고, 계산하고, 그럼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매점 직원분을 만났다.


14년 하고도 7개월, 한동대 복지회 김희숙(53) 씨가 매점에서 근무한 기간이다. 오랜 기간 근무하며 업무에 지칠 만도 하지만, 여전히 아주머니는 지금이 행복하다며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신다. 집안일과 업무를 동시에 해내면서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 그 이유를 듣기 위해 아주머니의 시간을 잠시 훔쳐보았다.


한동에서 보낸 14년

Q 어떻게 한동에 오게 되셨어요?

여기 같이 일하시는, 나보다 1년 더 된 여사님 소개로 들어왔죠. 내 할 일자리가 없냐고 물어봐서 매점에 일자리가 하나 났다고 하는 바람에 왔어요. 2001년에 2월 말쯤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쭉 일하고 있었어요.


Q 매점에 처음 오시고 힘드시진 않으셨는지?

아, 매점에 처음 왔을 땐 일하는 환경이 진짜 힘들었죠. 저쪽 공사하는 현장에 매점 자리가 있었는데, 가건물에다가 여름에는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 작은 거 한 개 두 개인가 돌리고, 겨울에는 조그마한 난로 하나 놓고 호호거리면서. 아이고, 진짜 힘들었어요. 겨울에 학생들 들어오고 나가고 해야 되니깐 문도 활짝 열어두고 찬 바람이 쌩쌩 불고, 여름방학에는 교외에서 수련회가 많이 오잖아요? 그러면 초등학생들은 ‘이 과자 얼마에요’, ‘아이스크림 얼마에요’ 막 계속 소리 지르고, 나는 계산하면서 대답하고, 더우니깐 땀은 줄줄 흐르고. 그때는 진짜 그랬어요.


Q 근무는 어떻게 하세요?

아이고, 그때는 진짜 시간도 오래 했어요. 지금은 밥 먹는 시간 한 시간 합해서 9시간. 쭉 세월이 흐르면서 중간중간 한 명, 두 명 들어오고 인원수가 늘면서, 지금은 좀 정상적인 근무시간을 하는 것 같아요. 그땐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밤 11시까지 했으니까, 2주를 쭉 하면 몸살 나고, 출근 못 하고. 지금 생각하면 아이고, 그때 14시간, 15시간씩 어떻게 했는가 싶기도 하고. 지금 하라면 못해, 체력이 딸려서. 지금 하라면 겁나(웃음).


Q 일과는 어떻게 되세요?

출근하면 카운터. 학생들이 수업시간에는 몇 명 없으니까, 그때는 빠져나간 거 진열도 하고, 틈틈이 시간 나면 걸레 들고 먼지 같은 것도 닦고. 청소도 하고 또 이제 학생들이 쉬는 시간 장 보러 나오면 카운터 보고. 계속 그 반복이죠


Q 한 곳에서 굉장히 오래 일하셨어요.

내 성격에 이런 직업은 안 맞는 거 같은데, 내성적이거든 내가. 안 맞는 거 같은데도 좀 맞는가 봐(웃음). 젊은 학생들하고 소통하고 이야기하는 게 좋으니까 일하러 나오는 게 좋아요. 나는 학생들하고 자식처럼 이야기 많이 하고 싶은데, 학생들 입장도 생각해야 하니까. 나이 든 아줌마가 자꾸 말 거네, 이렇게 생각할까 봐. 그냥 몇 마디 정도는 하긴 하는데.


Q 진열하고 그런 업무들이 되게 힘들잖아요.

사람마다 다 다르긴 한데, 아침에 업체들이 물건 꽉 채우고 나면 오후 지나서 또 빠져나가. 오후에 또 안 오잖아, 하루에 두 번씩은 안 오니깐. 그래도 뭐 학생들이 찾고 하니깐 조금씩 채우고 하지. 무거운 음료수 진열하는 게 힘들지. 물 같은 경우에는 수시로 또 많이 나가니깐. 근데 무거운 거 나르라니깐 힘든 거지, 그 정도는 뭐(웃음)


Q 매점에서 오래 근무하셨잖아요, 혹시 노하우 같은 거 있으세요?

노하우? 노하우 같은 건 별거 없는 거 같고, 하하. 그냥 계속 일을 하다 보니깐 운동선수들도 힘을 기르기 위해 계속 운동을 하잖아요. 오랜 기간 하다 보니깐 힘이, 그전에 처음 왔을 때보다 많이 생긴 것 같아. 근육도 많이 생기고(웃음). 익숙해지니깐 무거운 음료수 같은 거 들기 힘들다 해도, 조금씩 나르면 되니깐 하하.


Q 한동대 학생은 어때요?

보통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왔으니까, 사회생활 안 한 상태에서 쭉 학생인 거잖아요. 다 순진하고 착해요. 음, 계산하는 봉투에다 다 담아가고, 자기 할 일 스스로 다 알아서 하면 착한 거지 뭐. 주워주고 도와주고, 박스 나르고 하면. 아유, 도와드릴까요, 이러면 착하지. 별다른 거 있나(웃음).


Q 학생들 마주치면서 좋았던 점은.

내가 가정 가진, 우리 애들한텐 엄마이니깐 어머니 어머니 하면 기분 좋아요, 하하하. 아들 같고, 딸 같고, 이모님 이모님 하면 다 자식 같으니깐. 나도 애가 다 커 가지고 이제 스물아홉 스물일곱 이래 되니깐, 다 똑같은 자식이잖아(웃음). 기분 좋죠, 똑같은 부모라고 생각하는 거잖아. 나도 기분 좋지 뭐.


바쁜 하루, 소소한 기쁨

Q 한동대에 오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그냥 집에서. 쉽게 말해서 주부, 빨래하고 밥하고 이거지 뭐, 호호. 애들 중고등학교 들어가고 내 시간이 많아지고 하니까. 또 애들이 중고등학교 들어가서 학력이 높아지니깐 돈도 좀 더 들어가는 거고. 아무래도 좀, 가정에 보탬이 되기도 하고, 운동 삼아 일하러 나오기도 하고(웃음).


Q 자식 이야기 더 듣고 싶어요.

아들이 위고, 밑에가 딸. 딸 아이는 직장생활 하고, 아들은 직장 시험공부 하고. 군대 갔다 오다 보니까 아들이 위여도 좀 늦어지더라고. 아들은 아르바이트해서 돈 벌어보고 싶대, 그래서 일 년 해보라고 했지. 또 학교 다니면서 외국으로 교환학생으로 일 년 갔다 오고, 막 이러니까 늦어지던데? 지금은 이제 직장 다닌다고 공부하고 있어요. 자랑은 할 거 없어요. 그냥 건강하게 커 주면 고맙지 뭐. 건강하게 커 주면 고맙고, 문제없이 짝 만나서 결혼하면 고맙고, 그렇지. 크게 바라는 거 있나, 직장 잡아서 결혼하면 되지.


Q 자식들이 다 컸으니까 빈 시간이 좀 생기셨을 것 같아요.

똑같아요. 내가 일하러 다니니까 쉬는 시간이 생긴다거나 그런 건 없어. 일을 그만두면 시간이 좀 생길까. 근데 나는 여기 일을 나오는 게 즐겁고 좋아요. 학생들 보고, 계속 일하고 하는 게 좋아, 즐거워. 그러니까 10년 넘게 다녔지. 일하는 게 짜증 나고 힘들고 하면 못 다니지. 사람은 눈뜨면 일하는 게 있다는 게 좋은 거고, 일하고 나면 또 퇴근할 집이 있다는 게 좋은 거지. 행복이 별다른 게 있나.


Q 젊었을 때는 어떤 꿈이 있으셨어요?

글쎄. 젊었을 때야 뭐, 세련된 사무실, 세련된 사람들하고 고고하게 일하는 게 꿈이지 뭐(웃음). 보통 다 그러지 않나? 뭐 포부가 더 큰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난 지금이 좋아요. 꿈, 나이가 있으니까 그런 거보다 그냥 여기서 젊은 학생들, 자식 같은 학생들하고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일하는 게 좋아.


Q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시네요.

지금 나는 행복해. 지금 일하는 게 행복해. 아니 일자리가 없어가지고 일자리 찾는 사람도 많은데, 일하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해. 일거리가 없으면 그것도 고민일 거 아니에요, 언제 잘릴까 이런 것도 걱정하고, 그건 아니니까. 학생들이 고맙지. 계속 사 먹으러 와요. 이거 꼭 넣어요(웃음). 계속 사 먹으러 오라고. 싼 거 많아요, 많이 싸요. 진짜 좋아 매점, 나만 좋아하나? (웃음)


Q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궁금해요.

상대방한테 피해 안 주는 것? 그런 거지 뭐, 다른 게 있나요? 될 수 있으면 피해 안 주고, 내 꺼가 소중하면 남의 거도 소중하잖아요? 나는 자식들한테도 남한테 피해 주면서 살지 말고, 지키면서 살라고 하지. 그렇게 가르치긴 하지만 나가서는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모르죠. 내가 쫓아다니는 건 아니니까.


Q 앞으로 얼마나 더 근무하실 생각이세요?

앞으로요? 앞으로 아프지 않고 힘이 되는 데까지는 하고 싶은데. 소비조합에서 하라고 할 때까진, 건강이 따르는 한은 하고 싶어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하고 싶은데, 학생들은 좋아할란가 모르겠네. 나이 든 아줌마가 계속하면 좋다 하겠나, 젊은 사람이 해야 좋다 하겠지.


Q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동대학교를 힘들게 들어온 만큼, 졸업해 직장 생활을 하고 사회를 나가도, 나는 뭐 일개 매점에서 판매하는 아줌마지만, 한동대학교를 욕 먹이지 말라 해야 되나, 흐리게 하지 말라 그래야 되나? 신중한 행동, 말, 이런 거. 나가서 그렇게 안 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그런 거지 뭐(웃음). 한동대학교 졸업한 자부심을 갖고, 모든 행동이나 말, 이런 거를 조심하고 했으면 좋겠다, 이거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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