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덕동에서 환여동까지 걸어오는 길에는 교회가 참 많다.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둘러보면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대여섯 개의 십자가가 보인다.
그 길에 그런 교회만큼이나 많은 건 길고양이다.
고양이들은 대개 어둡고 후미진 곳에 숨어 지낸다.

처한 상황은 다르건만 한없이 도도한 십자가와 고양이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결코 그것들에 닿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오늘날의 십자가는 신자들로부터, 길고양이는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반대로 신자들은 십자가로부터 사람들은 길고양이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그렇기에 십자가와 신자, 길고양이와 행인들은 서로의 관계에 있어서는 모두 무력하다.
십자가가 자꾸만 저 높은 곳을 향하는 것과
길고양이가 자꾸만 후미진 곳으로 기어들어 가는 건 사실 같은 이유에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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