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가 시작되었다. 이번 학기는 그전과 다를 것이라고 다짐하며 도서관에 들어선다. 오고 가는 학생들로 도서관 전체가 부산스러운 걸 보니 3, 4층에 있는 강의실 수업이 막 마쳤나 보다. 대출하고 싶은 책이 없어 사서님께 문의하니 신청하란 말과 함께 ‘책은 계속 늘어가는데 공간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한숨 섞인 대답이 들려온다. 하는 수 없이 빈손으로 노트북 열람실로 들어가지만 언제나처럼 자리는 만석이고, 좌석지정 NFC는 여전히 쓸모가 없다. 도서관 한가운데 떡 하니 자리한 취업지원센터는 언제 봐도 이질적으로 느껴지고, 1층 영상정보실의 소관조차 이번 학기부터는 도서관에서 교무처로 넘어갔다고 한다.”
한동대학교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이라면, 이 상황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2013년에 작성된 ‘학교 자체 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한동대학교 도서관의 좌석당 학생 수는 3.99(법률 대학원 좌석 수 포함), 1인당 도서 수는 50권(사립학교 평균 65)으로 대체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대학의 도서관은 그 대학의 자존심이자 수준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학생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우리의 도서관은 지금 안녕합니까? 학생들의 침묵 속에 우리의 대학 도서관은 매 학기 현상유지를 할 정도의 예산만이 책정되고, 교내 모든 사업의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열람실의 책들은 공간이 없어 계속 도서관 밖 창고에 쌓이고 전혀 상관없는 각종 오피스들과 강의실들이 도서관의 공간을 점차 잠식해가고 있습니다. 대학 도서관 본래의 목적을 위한 공간의 정상화가 시급합니다. 그래서 이젠 학생들 스스로가 대학 도서관 정상화의 당위성을 인식하고 공간의 의미와 가치를 세워가려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과 학교가 서로 소통하여 한동대학교 도서관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나간다면, 당장은 어렵더라도 5년, 10년 뒤 후배들이 사용하게 될 도서관은 공간의 정상화를 넘어 학문적 탁월성을 증진시키고 대학의 낭만을 상징하는 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학기 교내 인트라넷 i7의 글 하나로 시작한 학생들의 자발적 모임 ‘도서관 청사진 TFT’가 이번 학기부터 ‘도서관 자치 위원회’(도자위)로 공식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9월 28일 시행될 교육부의 ‘대학 도서관 진흥법’은 “대학 총장은 대학도서관의 진흥을 위하여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대학도서관운영위원회를 교내에 구성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대내외로 대학도서관에 대한 움직임이 있을 때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는 결정적인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대학의 도서관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이번 학기 역시 시험 기간만 되면 열람실 자리는 부족할 텐데, 이번에도 사석화를 하는 다른 학생들의 ‘개념 없음’에만 분노하는 것으로 그치시겠습니까? 도서관 자치 위원회는 대학도서관의 가치와 그 공간의 의미를 묻고 발견하는 첫걸음을 여러분과 함께 걸어보고자 합니다.

도서관 자치 위원회
권지은(경영경제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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