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심리치료? 성인은 모르겠는데 애들이랑 소통하는 데 좋은 거 같긴 해.”
예술심리치료를 공부하게 된 이후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된 이야기 중 하나다. 그만큼 일반적으로 퍼져있는 생각일 것이다. 이 질문에 간단히 대답하자면, 예술심리치료는 아동•청소년에게만 국한된 심리치료가 아니다. 간혹 예술심리치료의 효과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술심리치료의 효과와 기능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대상에 대한 이야기는 시작도 할 수가 없다. 먼저 그 효과와 기능에 대한 동의가 필요하다.
예술심리치료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심리치료로서의 예술 활동을 보는 관점이다. 예술 활동을 치료사와 내담자 사이에 있는 매개체라고 보는 것이다. 예술 활동이라는 매개체는 치료사와 내담자 간에 적절한 거리감을 주는데 그것은 꽤 유용한 역할을 한다. 내담자는 낯선 치료사의 존재보다 더 밀접하게 자리한 예술 활동을 접하면서 상담 과정에 대한 저항감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담자는 저항 없이 편안하게 예술 작품에 자신의 내면을 투영하고 치료사는 그 속에 담긴 내담자를 본다. 또한, 예술 작품이라는 공통된 주제는 쉽게 이야기를 나눌 실마리가 된다. 또 다른 관점은 예술 활동 자체에 치유의 힘이 담겨있다고 보는 것이다. 선생님이 억지로 시킨 것이 아닌, 자발적인 예술 활동의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어쩌면 억지로 시작했던 예술 활동일지라도 그 힘을 경험했을지 모른다. 예술 활동에는 그 자체에도 강한 힘이 있어서 활동만으로도 우리의 삶을 성찰하거나 마음을 위로할 수가 있고 혹은 부정적인 생각에서 긍정적인 생각으로의 전환을 꾀할 수도 있다.
위에서 말한 예술심리치료의 효과는 많은 문헌에서 검증되었고, 방송에서도 예술심리치료를 비롯한 각종 심리치료 및 상담을 다루기 시작했다. 부부의 갈등을 다루는 방송, 아동의 부적절한 행동이나 청소년의 방황과 탈선을 다루는 방송에서는 예술심리치료라는 요소를 추가했다. 가장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장면은 아동의 미술치료, 성인의 사이코드라마였다. 방송 매체는 예술심리치료라는 분야가 대중의 시야에서 낯설지 않은 것이 되도록 했다. 예술심리치료라는 통합적인 명칭뿐만 아니라 무용 혹은 댄스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사이코드라마 등 구체적인 분과에 대한 이름까지도 들어 봄 직한 것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예술심리치료를 받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드물다. 일반 상담이 보편적인 것으로 여겨지고는 있으나 정작 자신은 상담센터나 정신과를 방문하기 꺼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예술심리치료의 존재 자체는 친숙하게 여기나 그것이 자신의 삶과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방송은 심각하고 극단적인 문제 상황을 다루며 예술심리치료의 ‘비언어적 소통’이라는 요소가 부각되게 한다. 심리적으로는 문제가 있는데 말로는 소통하기가 어려운 상황을 비추다가 극적인 요소로 예술심리치료를 도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진행이다. 그래서 예술심리치료는 대화가 어려운 어린 아동이나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청소년, 심각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흔히 트라우마라고 불린다) 환자들이 받는 심리치료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러나 비언어적인 것은 언어적인 것보다 미개한 것이 아니다. 일상의 대화에서 표정, 말투, 억양과 목소리 크기 등이 말의 내용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음악치료에서 사용된 악기의 종류, 템포의 차이, 그리고 강약의 차이는 내담자가 깨닫지 못한 무의식을 담아낼 수 있다. 미술치료에서 선의 굵기, 사람과 사물의 배치, 그리고 사용된 색의 구성은 내담자가 차마 본인의 입으로 말하지 못한 깊은 의미를 담아내기도 한다. 비언어적인 요소는 오히려 언어적인 것보다 훨씬 깊고 심오한 것을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
그렇기에 예술심리치료의 대상자는 단순히 언어적 소통을 어려워하는 이들만이 아니다. 언어적 소통은 시도조차 어려웠던 대상에게서 효과가 극대화되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술심리치료의 효과는 일반 성인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과 마음에 대한 위로가 어디 말로만 되는 것이던가- 언어를 뛰어넘는 깊고 오묘한 것이 예술 활동에 내재한다. 머릿속에서 멈추었던 생각과 깨달음이 그림 속에서 이어지고, 위로해주지 못했던 자신의 상처가 무용과 동작 속에서 발견된다. 예술심리치료는 언어적 소통을 주로 하는 상담의 영역을 뛰어넘어 설명하기 어려운 삶을 성찰할 수 있게 하고 미처 안아주지 못한 상처를 스스로 보듬게 한다. 그 엄청난 세계는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다.
많지는 않지만, 교내에도 예술심리치료활동을 경험할 기회들이 있다. 매 학기 상담센터에서는 미술치료 세션을 진행하고 있고, 각종 워크숍이 열리기도 한다. 평소에 좋아하던 분야의 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을 더 알아가고 또 위로하며 성장시킬 수 있는 경험을 꼭 해보기 바란다.


예술심리치료학회
황예지(상담심리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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