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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하루 끝에 만난 웃음, 생활관 경비원 정귀옥
홍순규 기자  |  hongsh@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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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30  15: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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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11시 반, 정귀옥 경비 아주머니께서 기숙사로 들어오는 학생들을 반기고 계신다.


현재 한동대에는 야간 전담 경비원 8명, 벧엘 3교대 3명 총 11명의 생활관 경비원이 있다. 평균연령이 65세가량인 이들은 낮과 밤이 바뀌는 근무 시간을 가지며 야간 경비 일을 해낸다. 지친 하루를 짊어 메고 기숙사로 들어가는 길, 생활관 경비원분들은 학생들 어깨의 짐을 보시며 오히려 안쓰러워한다. 그러면서도 힘내라며 환한 얼굴로 학생들을 반겨준다. “왔나. 빨리 올라가서 쉬어라”라고 매일 밤 말씀하시는 경비원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까?


매일 24시간 돌아가는 벧엘관에는 정귀옥(54) 경비 아주머니가 있다. 2009년 한동대에 처음 오신 아주머니는 생활관 경비원 중에서 가장 선임이다. 그런데도 나이는 두 번째로 젊다. RC 도입 이전 아주머니의 일터는 금남의 집이었던 로뎀관이었고, 오전 9시 출근에 오후 6시 퇴근이었다. 생활관 자동화 출입 시설로 아주머니의 업무시간은 *주주야야비비라는 불규칙한 패턴으로 바뀌었다. 많은 고민 끝에 아주머니는 동료 6명 중 유일하게 한동에 남았다. 그럼에도 밤늦게까지 일을 하시면서 힘듦보다는 안쓰러움을 주로 느끼신다는 정귀옥 아주머니를 만나 봤다.


밤을 지키는 그대

Q 업무는 주로 어떤 걸 하세요?

주간 시간에는 안내 역할을 하지. 외부 사람들 오면. 또 시설에서 수리를 하러 오잖아. 정수기, 세탁기 수리하고 방마다 망가진 데 고쳐야지. 호관마다 방송 다 해줘야 하고. 야간에는 주로 출입통제. 7시에서 11시까지는 산책을 한다던가 여유를 가질 수 있는데. 11시부터는 출입통제 다 봐줘야 하니깐 전쟁이지. 그리고 새벽 3시 넘으면 야간 외박 써서 들어오잖아. 그 시간대에는 지치고 들어오는 학생들도 많고. 한 잔 먹고 들어오는 학생들도 많고. 그때를 잘 살펴봐야 해. 많이 통제는 안 하는 데. 혹시나 싶어가지고. 요즘은 그런 학생들이 많이는 안 들어 오긴 하는데 시험 끝나고 나면은 좀 많아.


Q 휴식시간에는 주로 어떤 걸 하세요?

야간에는 제일 한가한 시간이 2시부터 3시까지야. 그때가 휴식 시간이야. 그러면 휴게실에 들어와 소파에 앉아 갖고 편하게 다리 뻗어가, 차 한잔 마시고 깜빡 졸 수도 있고 그게 피로가 많이 풀리거든. 우리가 여기서 노동은 안하고 앉아 있다 하더라도 일단은 근무지니깐.


Q 경비하시면서 좋았던 일, 힘들었던 일을 듣고 싶어요.

아무래도 여자들이 야간에 근무할 때 힘들고. 뭐 한 번씩 술 먹고 들어오는 학생이 있어. 그냥 나오면 괜찮은데. 화장실에서 안 나와. 끄집어내 방에다 눕히고 휴게실에다 끌어다 눕혀야 하는 데 힘이 없으니깐. 이게 힘든 것보다는 안타깝지. 안쓰럽고. 무슨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좋은 점은 애들하고 일할 수 있는 것도 좋고. 12시간 일하면서 내 생각엔 한 8~9시간 서 가지고 얘기하는 것 같아. 맨날 애들 와 가지고 놀러 앉아 있고. 근무하러 왔는지 애들하고 놀러 왔는지. 이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게 좋아. 애들도 너무 착하고.


Q 생활패턴이 많이 바뀌셨나요?

재작년 8월 12일부턴가 바뀌었지. 그전에는 주간만 9시 출근해서 6시 퇴근이었어. 바뀔 때 생각을 좀 많이 했지. 엄마들인데 밤늦게 오는 것도 아니고 6시 돼 갖고 집에서 나와야 되니깐. 그면 애들이랑 신랑도 집에 귀가하는 시간에 밥을 차려주고 와야 되는데 했지. 근데 해도 괜찮겠더라고 보니깐. 이틀만 그렇게 하면 쉬는 날도 많고. 낮에 챙겨줄 수 있으니깐 챙겨 놓고. 나는 이렇게라도 할 수 있는데 야간에만 하시는 분들은 굉장히 힘들 거야. 야간 하시는 분들은 계속 밤에만 오잖아. 그러면 주야간을 바꿔가지고 생활을 해야 한단 말이야. 낮에 자고 밤에는 일하고. 우리 같은 경우는 근무시간을 따지면 한 달에 열흘 정도 야간을 하니깐. 그거 하고 오면은 쉬기 때문에 괜찮다는 위로 감에 일을 하는데, 야간만 하시는 분은 힘들지 싶어


Q 다른 호관 분들과는 교류가 있으신가요?

11시부터 들어와가지고 그때부터 5시까지 출입통제가 되잖아. 꼼짝 못 해. 다만 아침에 20분 회의하면은 저녁에 있었던 것 전달사항 같은 거 하고.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든가 공유하고. 남자 분들이 서는 호관은 여학생층에 못 올라가니깐 가줘야 할 때는 올라가 보고. 아침에 만나도 괜히 짜증 내면 안 좋잖아. 모여서 재밌는 얘기하고 한바탕 웃고 나가고. 여기 평균연령이 남자는 70, 여자는 60이야. 나이 드신 분들이 일하는 자체를 좋아하시니깐.


정겨운 커리어 우먼

Q 고민 상담 같은 것 하러 온 학생도 많아요?

많지. 많아. 내가 일부로 엄마 입장이 돼 가지고 받아주니깐.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할지 몰라도 나는 많이 받아주는 편이고. 연애 상담 많이 해. 여학생들은 안 하는데 남학생들이 많이 해. 얼마나 순진한지 알아. 내가 맨날 하는 소리가 그거거든. 아프지 않게 연애를 해라. 떨어질 때를 생각해서 절대 아프지 않게 해라. 내가 감당할 수 있게끔 해라. 내 여기서 지켜보면은 이번 학기 때 많이 헤어지고 왔더라고. 기죽고 오고 그렇거든. 그러면 내가 꾸짖고 저녁에 들어오면 머라 캐. 주제넘어도 어떡해. 남이다 생각하면 뭐꼬, 그러든가 말든가 하지만. 엄마 마음이다 보니깐.


Q 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오기 전에는 장사를 애기 아빠랑 했어. 그러다 사고 나고 나서 내가 몸이 안 좋아졌거든. 그러다가 우연찮게 지인 소개로 들어오게 됐어. 한동대를 잘 모르고 있었는데, 여기서 근무하는 사람이 괜찮다고 자리가 있으니깐 해보라고. 여기 와서는 아픈 게 없어졌어. 이 일이 천직인지 좋은 건지 몰라도 이틀 집에 쉬어도 하루라도 나갔다 오면은 괜찮은데 피곤하다고 집에서 쉬고 나면 온몸이 다 아파. 오늘 아침에도 그렇게 나왔는데도 나와서 앉아 갖고 하면은 아픈 표시 안 나잖아. 안 아파 오면은. 그러니깐 웃으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있지.


Q 젊었을 적에 어떤 꿈이 있으셨나요?.

꿈이 많았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데도 많고. 난 여행을 좋아하니깐 지금도 이렇게 한 번씩 형제들끼리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1박 2일 해서, 해외 쪽은 자주 못 나가고 국내 차 끌고 가고. 뭐 젊었을 때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아. 가장 하고 싶었던 건 요즘 말로 전문직종을 가져가꼬, 결혼 안 하고. 커리어 우먼으로 살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 나는 그렇게 하는 사람 보면 제일 부러워(웃음).


Q 옛날보다 근무 조건은 괜찮아지셨어요?

조건은 각박해졌다고 해야 하나. 요즘은 경계를 하는 것 같고 세상이 각박해진 것 같아. 모든 게 내 위주고 이기적이고 자기주장으로 나가는 것 같아. 젊은 사람은 그렇게 살아도 우리라도 그렇게 살면 안 되는데. 그냥 내가 여지껏 몇 년 근무하면서 느낀 건 그래 처음보다 각박해진 것 같네. 작년에 비해 좋아진 건 2시에서 3시까지 쉬는 거. 올해부터는 한 시간 휴식이 있어. 좋더라고. 야간만 하시는 분들은 휴식시간을 안 쉬고 한 시간 빨리 가게 됐지. 7시간 근무하면서 7시간 임금을 다 받는 거지. 거기는 교대자가 없으니깐 조금 일찍 가도 상관이 없잖아. 편안하게 집에 가서 쉬는 게 낫지. 우리는 교대자랑 바꿔줘야 하니깐 휴게시간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또, 작년까지만 해도 휴일이 없었거든. 이제 대근자가 들어와서 1주일에 한 번 쉬니깐 그것도 엄청 좋아졌지.


Q 학교나 학생들에게 바라시는 점이 있나요?

바라는 점은 내가 건강이 다할 때까지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같이 학생들하고 애들하고 오래오래 생활하면서 기숙사에서 같이 있다가 취업해가지고 가서 애 낳고 결혼해가 학교 생각나서 오면은 반겨줄 친구가 있나. 아무도 없잖아. 우리라도 남아가 반겨줄게. 그때까지 애들 손잡고 온나 이카거든. 학생들 힘들게 공부했을 만큼 지 자리 찾아서 사회 일원으로 잘 살아가꼬, 찾아오면 그게 제일 좋은 거지


*주주야야비비: 주간(아침 7시부터 저녁 7시) 이틀, 야간(저녁 7시부터 아침7시) 이틀, 비번 쉬는 날 이틀을 주기로 돌아가는 근무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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