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회DMZ국제다큐영화제의 포스터다. 분단70주년을 맞아 철조망을 바라보며 슬퍼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지 70년, 이곳의 가을 하늘은 맑고 푸르고 청명하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다르게 조용함 속, 긴장감이 느껴진다.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헌병들이 관문을 지키고, 길 가장자리에는 철책으로 둘러져 있어 평범한 곳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는 곳. 세계 유일의 분단 군가임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비무장지대, DMZ(Demilitarized Zone)의 풍경이다. 경기 파주시 민간인출입통제선(이하 민통선)을 너머서 보이는 곳을 우리는 DMZ라고 부른다. 그리고 여기 또 다른 비무장지대가 있다. 분단의 아픔과 전쟁을 넘어 평화의 길을 향한 희망을 담은 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제7회DMZ국제다큐영화제이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색동저고리를 입은 두 소녀가 그려진 그림이 보인다. 이어서 탈북 화가 선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딸들이 물어요. 우리 할머니는 어디 있느냐고요. 할머니는 ‘윗동네’에 있는데 갈 수 없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그림이에요……” <나는 선무다>의 한 장면이다. <나는 선무다>는 제7회DMZ 국제다큐영화제(이하 DMZ영화제)’의 개막작으로 탈북 화가 선무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는 ‘경계가 없다’라는 뜻의 가명을 사용하는 주인공 선무의 작품을 통해 남한과 북한의 관계, 가치를 보여준다. 개막작 <나는 선무다>를 시작으로 평화를 주제로 한 102편의 영화들이 DMZ영화제에서 관객들을 찾았다. 비무장지대에서 외쳐진 평화, 그 축제를 들여다보자.


통일을 향해 쏘다, DMZ국제다큐영화제


DMZ영화제가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에 있는 *캠프그리브스에서 개막했다. 올해로 7회를 맞이하는 DMZ영화제는 9월 17~24일 8일간 진행됐다. ▲메가박스 백석 ▲메가박스 파주출판도시 ▲일산 호수공원 ▲아람누리 상영관 등 파주와 고양시에서 진행된 DMZ영화제는 평화, 소통, 생명을 주제로 총 43개국 102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DMZ영화제는 ‘전쟁으로 기억되는 대립, 갈등의 현장에서 소통과 공존을 꿈꾸는 평화의 현장으로 가는 축제’로 소개된다. ‘Shoot the DMZ’라는 슬로건에서 볼 수 있듯이 살상 무기로 생각되는 총을 쏘는 ‘Shoot’의 의미를 카메라로 ‘촬영하다’라는 ‘Shoot’의 의미로 승화시켜 세계가 함께 소통하자는 영화제의 목적을 알 수 있다. 남경필 조직위원장은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면서 분단 70주년으로 진정한 광복은 분단의 극복, 통일이다”라며 “올해는 특히 분단 70주년을 맞아 군사 요충지인 캠프그리브스에서 개최해 더 뜻깊다”라고 말했다.
지난 20일에 찾은 고양시의 메가박스 백석은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로 붐볐다. 메가박스 백석은 이번 DMZ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제공하는 상영관으로 영화상영과 함께 감독과 배우가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아티스트 토크 ▲관객과의 대화 ▲토크 콘서트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은 특별히 2013년, DMZ영화제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어 관객상을 받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과 주인공 강계열 할머니가 등장하는 깜짝 이벤트도 있었다.

                                                    

▲ 지난 9월20일 메가박스 백석점에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의 진모영 감독과 주인공, 강계열 할머니가 관객들과 포토타임을 가졌다.


관객의 마음을 훔친 영화


2009년 처음으로 개막한 이후, 올해로 7회를 맞은 DMZ영화제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캠프그리브스라는 장소에 있다. 제1회DMZ국제다큐영화제 이후, 처음으로 민통선 안에 있는 캠프그리브스에서 개막식을 개최하고 영화를 상영했다. 이번 영화제가 특별한 이유는 그 규모에 있다. 제7회DMZ영화제는 개최 이래 처음으로 파주시, 고양시에서 함께 열려 이전보다 더 많은 관객이 영화제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또한, 역대 영화제 중 가장 많은 나라가 참여하는 영화제로 총 43개국에서 102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이번 DMZ영화제는 경쟁부문, 비경쟁부문, 분단 70년 특별전 등으로 나누어 상영했다. 경쟁부문에서는 국제경쟁, 아시아 경쟁, 한국경쟁, 청소년경쟁 총 4분야로 나누어 시상했다.
국제경쟁부문에 ▲<이자벨 톨레라데> ▲<검열된 목소리> 아시아경쟁부문에 ▲<아웃사이더> ▲<궁전의 땅>, 한국경쟁부문에 ▲<백년의가족> ▲<야근 대신 뜨개질>, 청소년경쟁부문에 ▲<559.4km>이 출품됐다. 비경쟁부문에는 <비욘드 제로: 1914-1918> ▲<DMZ 사운드스케이프-시간의 소리>, 분단70주년특별전에 ▲<안나, 평양에서 주체영화를 배우다> ▲<평양연서> 등등의 영화가 관객들을 찾았다.
DMZ 영화제를 찾은 최슬기(25) 씨는 “처음으로 영화제를 찾았는데 이렇게 다채로운 행사들이 많은지 몰랐다”라며 “분단, 광복이라는 정치적인 주제를 영화라는 문화로서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념의 차이 넘어선 축제의 장


극장 밖에서도 다양한 행사들은 이어졌다. DMZ영화제의 대표 행사인 ‘DMZ평화자전거행진(이하 자전거행진)’과 국내외 영화인 120명이 참여한 ‘DMZ로케이션투어’도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이날 임진각에서 출발해서 ▲도라전망대 ▲도라산 평화공원 ▲경의선 최북단 도라산역 ▲제3 땅굴 ▲ 캠프그리브스 등을 둘러봤다. 박희영(24) 씨는 도라전망대에서 보이는 개성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줄 몰랐다”라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북한 땅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더킹투하츠>에서도 나와 익숙하기도 한 도라산역에서는 남북출입국사무소를 보며 분단이 된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분단 이전 서울과 신의주를 활발하게 오갔던 경의선 철도는 지난 2000년 다시 연결됐지만, 시범 운행 이후 운행되지 못했다. ‘평양방면’이라는 안내표지판만이 도라산역이 북한과 연결되어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경기도 균형발전기획 이강석 실장은 “이번 투어가 영화인들의 DMZ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향후 DMZ가 콘텐츠 자원과 영화 로케의 장소로 활용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며 “분단 70주년의 해에 DMZ의 메시지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일산 호수공원 한울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린 전야제인 ‘피스 록 콘서트’, 가족 관객들을 위한 ‘다큐 패밀리’ 등 많은 행사가 열렸다. 또한, 20일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린 시네마콘서트는 영화 <지오반니 수중발레에 도전하다>를 상영하고, 최선용 지휘자가 이끄는 린나이 팝스의 영화 음악회를 진행했다. DMZ자전거행진과 시네마 콘서트 행사에 참여한 박인혜(23) 씨는 “DMZ자전거행진과 시네마콘서트에 참여하면서 DMZ에 대한 생각과 통일에 대한 마음이 커졌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DMZ. 비무장지대는 말 그대로 무기를 모두 해제한 공간이다. 무장하지 않은 공간은 당연히 평화로워야 하겠지만, 역설적이게도 세계 유일의 비무장지대가 있는 한국은 휴전 중인 국가다. 평화와 전쟁이 공존하는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DMZ영화제, 이 영화제를 통해 한반도를 넘어서 세계 모든 곳에도 평화가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수상작]
국제경쟁부문 - 흰기러기상(대상) <이라크 영년>
아시아경쟁부문 - 아시아 시선상 <-1287>
한국경쟁부문 -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 <편지>
청소년경쟁부문 <시발>
용감한기러기상 <서른넷, 길 위에서>
관객상 <레드마리아2> 

[기자추천작]
<남북미생-조성형>

2015년 작
러닝타임: 80분

‘분단70년특별전’에 초청받은 <남북미생>은 남북에 사는 두 청춘의 일상과 생각을 교차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분단으로 인해 다른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두 여학생을 그리고 있다. 방계영은 평양에 사는 성악가로서 억압적이고 구시대적인 체제 속에서 살아간다. 허선경은 역동적이고 위협적인 남성 중심적인 한국 사회 속에서 살아감을 보여줌으로 남과 북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북녘에서 온 노래-유순미>

2014년 작
러닝타임: 72분

<북녘에서 온 노래>는 이제까지 주로 터무니없는 선전이나 비웃는 풍자 등의 왜곡된 렌즈를 통해 비쳐 왔던, 수수께끼 나라인 북한을 다른 시각으로 보여주는 에세이 영화이다. 북한을 세 차례 방문했던 감독이 찍은 영상과 함께 북한의 노래, 집단공연, 대중영화, 미국 기록영화 등을 혼용한 이 작품은 북한 사람들의 심리와 일반적인 상상체계, 그리고 북한을 계속해서 불확실한 미래로 몰아가는 정치 이데올로기로서의 절대적 사랑을 편견 없이 이해하고자 시도한다


*캠프그리브스: 임진각 북쪽에 있는 곳으로 한국전쟁 정전협정 후 50년간 미2사단 보병부대가 주둔하다 2007년 반환된 가장 오래된 미군기지 중 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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