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지난해 철강 경쟁력 확보를 위해 포항제철소에 500MW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73년 지어진 20MW 2대, 1976년 지어진 30MW짜리 2대, 총 100MW의 노후화된 부생가스 발전소 4기를 부생가스와 석탄을 혼합 사용하는 500MW의 고효율 청정화력발전소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에서 추가로 건설하는 500MW의 화력발전소의 발전규모는 약 1,437가구(4인가구 월평균 사용전력량 348KW)가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그러나 *대기환경보전법상 포항은 대구, 구미 지역과 함께 청정연료 사용 대상 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석탄을 포함한 고체 연료를 사용한 발전이 제한돼 있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 3월 11일, 경상북도를 통해 환경부에 청정화력발전소 건립 허가를 위한 ‘청정연료 사용지역 발전소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이란 이유로 사안을 최종적으로 부결했다.


포스코가 살아야 포항이 산다


포스코 측의 주장에 따르면 사업은 전력비용 지속 상승에 따른 향후 경영전망을 고려했을 때, 포항제철소의 존립 여부가 걸린,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전력 단가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38% 급등해, 2014년 포항제철소 *수전 비용은 6000억 원에 달한다. 매년 7%의 전력 단가 상승폭을 감안하면 2022년에는 전기요금이 1조 1976억 원으로 2014년 대비 두 배 가량 늘어나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포항 제철소의 수전비율은 54%로 글로벌 철강 경쟁사인 ▲중국의 바오산스틸 10% ▲일본의 일본주금 10% 에 비해 월등히 높아 원가경쟁력이 낮다. 현재 바오산스틸과 신일본주금은 자가 석탄발전소를 운용하고 있으며 각각 1050MW, 1458MW용량으로 부생가스만으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전력 공급을 이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이에 포스코는 청정화력발전소 건설을 통해 자가발전비율을 높여 경쟁력을 키우고 원가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환경단체에서 환경에 대해 높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포스코는 최신 청정 환경설비 도입과 엄격한 시설 관리를 통해 환경적인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연료 및 석탄재는 전량 밀폐시설에 보관 및 이송하여 비산먼지를 원천 차단할 예정이며, 냉각수와 배출수는 *온배수로 인한 수온상승을 극소화할 수 있는 최적 설계를 통해 인근 해역의 수질에 극히 미미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포항제철소는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을 포함한 대기오염물질의 배출 총량을 현재보다 더 감소시켜 환경오염 문제를 개선할 계획이다. 물론 발전설비 교체로 배출량이 약 5%정도 증가하나, 기존 제철공정의 환경 개선을 통해 제철소 대기배출 총량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포항의 경제적 이익에 대한 것이다. 포스코 측은 포항 철강산업의 지속 가능한 유지, 발전과 지역사회의 상생을 위해 화력발전소가 필요하며, 1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로 지역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정화력발전소 공사기간 동안 총 110만 명이 투입됨으로써 포항에 1조 2천억의 생산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발전량 1kwh당 0.15원의 지역개발세를 부과하도록 정한 지방세법 개정안이 올해 초 통과됨으로써 포스코는 매년 약 90억 원의 지방세를 포항시에 추가 납부하기 때문에 포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포항의 지역 상공인과 사회단체들은 포스코의 청정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 포항상공회의소는 8월 12일 포항지역의 경제, 사회단체 등 70여 개의 단체로 구성된 ‘포항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촉진 추진위원회(이하 투자위)’를 구성했다. 투자위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내외 철강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청정화력발전소의 건설은 조속히 진행돼야 하며 환경보전법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침묵의 살인자, 석탄화력발전소


환경적 위험성을 이유로 포스코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포항환경운동연합과 지역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포스코 석탄화력발전소 반대 청정포항수호 시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가 대표적이다. 대책회의 측은 환경적 위험성에 대해서 특히 우려를 표한다. 지난 10일 포항 육거리 중앙아트홀에서 열린 포항시민 특별강연 ‘석탄화력발전의 맨얼굴’에서 강연을 맡은 당진환경운동연합 유종준 사무국장은 “당진 지역에 발전소 주변 주민들을 상대로 건강평가를 한 보고서가 있어요. 여기에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비소 등이 이상수치로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라며 “발전소가 심각한 (환경적) 문제를 일으키는데 사실은 우리가 잘 모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대책회의에서는 현재 죽도시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통해 포스코의 발전소 건설 계획에 대한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도 ‘석탄화력발전소의 환경적 위험성’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지난 3월 4일 시작한 ‘콜록콜록 초미세먼지’ 캠페인을 통해 한국의 초미세먼지 문제의 해결이 시급한 문제임을 말하였다. 그린피스는 <침묵의 살인자, 초미세먼지-한국 석탄화력발전의 건강 영향과 정책의 현주소>라는 보고서에서 2014년 기준으로 초미세먼지로 인해 매년 최대 1,600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린피스가 하버드대학 다니엘 제이콥(Daniel Jacob) 교수 연구진과 함께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는 한국인의 4대 사망원인인 암, 뇌졸중, 허혈성 심장질환, 만성 호흡기 질환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책회의에서는 포스코 측이 주장하는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전병조 간사는 “포항시 1년 예산이 아마 1조 3천억 원인가 그래요. 90억 해보면 0.6%에요”라고 말하며 포스코의 지방세 수입 증가의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 사무국장은 “당진, 태안, 보령 지역의 경우에도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을 때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주민들을 유혹했지만 실제로 지역 경제가 크게 발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사례를 보았을 때, 포항 지역의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석탄화력발전소, 해외에선 감소 추세


해외 각국도 석탄화력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2013년 유럽의 비영리단체 보건환경연합 HEAL(Health and Enviornment Alliance)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에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으로 인해 매년 18,000명 이상의 조기 사망자와 약 428억 유로(약 61조 원)의 경제적인 피해가 유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미국 에너지 정보국의 자료에서도 미국에서 매년 석탄화력으로 인한 조기사망자가 17,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감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2년 미국 환경보호청(EPA)는 신규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MWh당 100파운드로 제한하였다. 덴마크와 뉴질랜드에서는 새로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금지하였고, 헝가리 유일의 석탄화력발전소 도 현재 폐쇄 직전에 있다. 세계 석탄 수입량 1위인 중국의 경우도 2010년 초부터 대기오염과 초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석탄사용을 줄이려는 사회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2013년에 석탄사용량 감축을 골자로 하는 ‘대기오염 방지 행동 계획’을 발표하고 석탄감축목표를 설정하였다.
현재 포스코는 아직 환경부의 정식적인 승인을 받지 못하였고,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은 계획 중에만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동대 김주일 교수는 “이전 같은 경우는 포항 주민들이 어쩔 수 없이 포스코 때문에 생긴 산업도시로서의 숙명을 받아들였는데, 이제 그것에서 벗어난 것 같다”며 “지역 시민들과의 토론회와 같은 절충하고 타협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환경보전법: 대기 환경을 적정하게 보전하여 국민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
*수전비용: 한국전력으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비용.
*온배수: 발전소 따위에서, 냉각수로 쓰고 나서 바다나 강으로 흘러 드는 따뜻한 물.
*오염저감기술: 오염의 정도를 감소시키는 기술을 총체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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