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에 모아놓은 식기에 햇살이 비칩니다. 누군가 머물렀던 자리,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제자리에 멈춰섭니다. 그들은 어떤 위대한 영웅심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고, 역사적 사명감을 실천하려는 위인들도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평범했던, 배 나온 옆집 아저씨였고, 소파에 드러누워 드라마를 즐겨보던 아줌마였으며, 웃고 떠들기 좋아하는 해맑은 청춘들이었고, 산보를 하고 저녁을 먹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던 시골의 노인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그들은 같은 자리에 모여 같은 음식을 먹으며, 하루의 의미를 곱씹게 됐고, '그래도 햇살은 공평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공정함이 없는 세상에 어찌 공평한 햇살이 있을 수 있느냐' 되묻는 '부류'가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시간은 흐를 것이고, 그들은 잊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쯤이면 우리의 자리도 하나의 흔적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푸른 하늘 아래, 평화롭기만한 이곳과, 수 많은 노란 리본이 펄럭거리는 그곳에 비치는 햇살이 새삼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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