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된 한동대가 받은 첫 ‘공식적’ 성적표는 최우수 A등급이다. 학교 내 이곳저곳에서 경사라고 한다. 163개 대학 중 34개의 대학이, 대구∙경북∙강원 25개 대학 중 한동대를 포함한 4개 대학만이 A등급이다. 이건 경사다. 이렇게 A등급을 얻게 된 대학은 정부로부터 ‘우수한 교육의 질’과 ‘경쟁력 있는 대학’이라는 인증서를 얻게 됐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대학 구조를 조정하려 ‘평가 계획’을 만들었다. 대학의 양적 규모를 축소하지만, 대학의 자율적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4개 항목 12개 지표로 전국 298개 대학의 ‘등급’을 나눴다. 전혀 새로운 계획은 아니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 경험한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 시험은 4개의 항목 10개 정도의 선택 과목으로 전국 학생의 ‘등급’을 나눈다.
여러분의 고등학교 3년을 생각해보자. 여러분은 ‘등급’을 받기 위해 어떻게 했나. ‘등급’과 무관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끊임없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노력이 자발성에서 나온 것일까. 평가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췄을 것이다. 나를 시험하는 평가관에게 좋은 점수를 얻으려는 노력이었을 것이다. 그 평가관은 내게 정량적 평가를 하는 국가일 수도, 정성적 평가를 하는 선생일 수도 있다. 이 시절 3년간 나는 타인이 정한 잣대에 젖어 살았다. 좋은 등급을 위해, 학교에서 요구하는 과정에 맞춰 아무런 의심 없이 살았던 3년이었다.
이런 ‘등급’에 대한 집착은 대학수학능력평가 이후의 한국 교육제도에서 더욱 심화됐다. 대학수학능력평가 이후, ‘등급으로 대변되는 계층’에 대한 집착이 심해지며, 교육이 세대 간 계층을 대물림하는 수단이 됐다. 커지는 사교육비는 평범한 가정에 짐이 되며, 극한으로 치닫는 경쟁으로 학생들은 극단적인 생활과 선택을 하게 됐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도 다르지 않다. 대학 간의 경쟁은 이전보다 더욱 심화됐다. 한국 고등교육기관의 87%는 사립대학이다. 사립대학 중 대부분은 대학운영경비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즉, 정원감축이란 대학운영경비를 감축하라는 것. 이들에게 ‘등급’이 갖고 있는 의미는 대학의 생존이다. 이에 경쟁에서 ‘높은 등급’을 받지 못한 평범한 대학은 사라질 위협 속에서 급급하게 버티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등 미래가 뻔히 예측되는 상황에 국가가 방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 대학의 경쟁력과 교육의 질을 걱정했다면, 다양한 학문계열과 학과, 전공, 이를 구성하는 교수와 학생을 획일적 지표로 평가하는 것이 옳았을까. 이제 2주기, 3주기 평가가 예정돼있다. 정부가 대학의 경쟁력과 교육의 질을 걱정한다면, 단순 평가지표가 아닌 대학 스스로가 구축해온 대학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스무 살 한동에게 A등급은 경사다. 이 기쁨이 그저 세상기준 맞췄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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