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역사란 어떤 의미인가요? 역사는 과거 우리 선조들의 기록이자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해 줍니다. 우리 민족은 역사 속에서 삼국시대부터 서역과 왕래하며 개방된 문화를 일궈왔고, 그 흔적들은 교역로인 실크로드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실크로드 경주 2015’에 가면 실크로드 사막에 묻혀 있는 신비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한가한 주말 점심, 우리의 조상 신라인들의 이야기를 찾아 경주로 떠나보는 건 어떤가요?
지난 8월 21일,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서 ‘유라시아 문화 특급’을 주제로 ‘실크로드 경주 2015’의 성대한 막이 올랐다. 역대 9번째로 열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행사인 ‘실크로드 경주 2015’는 실크로드 국가 간의 문화교류를 통해 화합과 문화 융성을 위해서 개최됐다. 10월 18일까지 열리는 행사는 59일간 47개국, 1500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총 1만 명이 참가하는 문화 축제로 4개 주제로 이뤄진 3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쉼 없이 펼쳐질 예정이다. ‘실크로드 경주 2015’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개막식에서 “혼자 가면 단순한 길이 되지만 함께 가면 역사가 된다”라며 “실크로드가 다시 한 번 세계문화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도록 비록 그 길이 어렵다 하더라도 사막을 묵묵히 건너는 낙타처럼 끝없이 쉬지 않고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소통, 융합, 창조, 교류의 장이자 다양한 이야기의 보고인, 역사가 살아 숨쉬는 실크로드를 걸어보자.

▲ 그랜드 바자르에서 인도 지역의 물품을 판매하고 있는 상인의 모습.
다양한 수공예품을 팔고있다.                          

비단길, 황금길 실크로드를 만나다

태양 빛이 내리쬐는 주말 점심, ‘실크로드 경주 2015’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 도착해 있었다.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표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섰다. 멀리서 높게 솟아 있는 경주의 랜드마크, 경주타워는 관람객들을 환히 맞아준다.
행사에 다양한 나라가 참여하는 만큼 매일 공연을 여는 국가가 다르다. 기자가 방문한 8월 30일에는 ▲아리랑 태권무 ▲몽골국립음악∙무용단의 공연 ▲태국 인형극이 진행됐다.
첫 행사인 아리랑 태권무를 보기 전에 ‘천마의 궁전’에 방문해 먼저 실크로드 주제전시관을 둘러봤다.
‘천마의 궁전’ 벽면은 황금의 나라인 신라를 상징하는 황금색의 거울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서는 ‘비단길 황금길’이란 주제로 실크로드의 시작부터 실크로드에 관한 기록, 실크로드에 영향을 끼쳤던 역사적 인물들의 모습을 확인시켜 준다. 전시관을 계속 걷다 보면 어느새 전시관 바닥이 모래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실크로드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서 바닥을 모래로 구성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모래 폭포, 설화 속의 신을 모래로 표현해 놓은 구조물도 볼 수 있다. 주변이 온통 모래투성이로 바뀐 전시관의 모습은 마치 실크로드로의 여정을 떠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 각종 공연과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아리랑 태권무, 태국 인형극, 몽골 국립음악·무용단, 길거리 마술의 모습이다.
                                                                              


다양한 나라의 공연을 한자리에서

천마의 궁전에서 전시를 관람한 후, 백결공연장으로 향해 본격적인 공연을 관람했다. 첫 공연은 ‘아리랑 태권무’다. 각종 음악에 맞춰 초∙중∙고 학생 50여 명으로 구성된 ‘아리랑 태무 시범단’이 우리의 전통 무술 태권도를 선보인다. 경쾌하면서도 박력 있는 움직임의 공연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신라 시대의 화랑도를 연상시키는 그들의 태권무에서 웅장함과 비장함을 느낄 수 있다. 늠름한 화랑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환상에 빠지다 보면 30분의 공연은 금세 막을 내린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다음 공연인 태국 인형극을 보기 위해 원화극장으로 향해 보자. 원화극장으로 향하는 길,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모여 있다. 많은 인파의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이국적으로 생긴 중년의 마술사가 다양한 마술을 선보이며 퍼레이드를 즐기고 있다. 인자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중년의 마술사는 밧줄을 요리조리 묶었다가 순식간에 푸는 신기한 마술을 보여준다.
마술을 마저 보고 싶은 아쉬움을 삼키고, 다음 공연인 태국 인형극의 공연장인 원화극장으로 가보자. 다음 공연을 보기 위해 도착한 향한 원화극장에서는 태국 인형극이 공연 중이었다. 태국의 인형극은 본래부터 그 의상과 동작이 매우 정교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인형극에 문외한 사람들도 인형사의 진행에 따르다 보면 즐거운 인형극을 볼 수 있다. 극장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공연을 보다 보면 늦여름의 더위를 잊을 수 있다.
백결공연장에서는 몽골국립음악∙무용단의 공연이 진행된다. 몽골 특유의 의상을 입고 이루어진 그들의 춤사위는 현란하고 매혹적이다. 무용단의 긴장감 넘치는 공연은 무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모이고 흩어지고를 반복하며 쉴 새 없이 몸을 흔드는 그들의 몸짓은 흥을 불러일으킨다. 호쾌한 무용단의 몸짓은 말은 타고 초원을 뛰어다니는 몽골인들의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공연에 참가하는 국가는 매 기간 다르므로 만약 특별히 보고 싶은 국가의 공연이 있다면 홈페이지에서 참가국 공연 일정표를 미리 확인하고 가도록 하자.

 

▲ 실크로드 경주 2015의 행사장 구성도이다.
                                                           


전 세계의 물품을 한 곳에, 그랜드 바자르

계속된 공연관람으로 인해 배가 고파질 무렵, 향긋한 양고기의 냄새가 발걸음을 이끈다. 냄새에 이끌려 가다 보면 전 세계의 상인들이 모여든 그랜드 바자르가 있다. 천마광장에서 열리는 그랜드 바자르는 옛날 실크로드를 따라 열렸던 *바자르(bazzar)를 모티브로 해 실크로드 상에 있는 각국 상인들이 풍성한 먹거리와 수공예품을 판매한다. 몽골,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등 총 20개국의 상인들이 참여해 다양한 음식과 물품을 볼 수 있다. 이곳의 물품은 행사장 내 환전소에서 환전 가능한 그랜드 바자르 전용 화폐로만 구매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행사와 체험활동이 기다리고 있다. 오후 7시 30분, 8시에 각각 열리는 일루미네이션 쇼에서는 천마총 금관, 반가사유상, 괘릉 무인상과 같은 ‘황금의 나라’ 신라를 상징하는 상징제작물을 통해 화려한 야경을 보여준다. 경주타워 전망 1층에서는 ‘실크로드와 신라-유리의 길(이하 유리의 길)’ 전시회와 ‘석굴암 *HMD(Head Mounted Display) 트래블 체험(이하 HMD 체험)’이 진행된다. 유리의 길 전시회에서는 실크로드 선상 국가들의 유적지에서 출토된 유리 출토품들을 전시해놓음으로써 신라가 국제 교역의 중심 역할을 했음을 암시한다.
HMD 체험관은 ‘교역의 중심지뿐만 아니라 문화의 중심지인 21세기형 실크로드’를 주제로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석굴암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HMD 체험은 정보문화기술(ICT)을 사용해 실제 석굴암 본존불을 만져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머리에 HMD 기기를 쓰면 특별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기기 착용자는 가상세계에서 불교 수행자가 되어 석굴암의 초대 주지인 표훈대사의 안내에 따라, 중생세계에서 공덕을 쌓는다. 그 후 중간세계에서 사천왕상의 시험을 통과, 부처님이 사는 극락세계로 건너가게 되는 체험 시나리오를 통해 석굴암의 내부를 관람하게 된다.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정수일 소장은 「실크로드의 새로운 이해」라는 글에서 ‘신(新)실크로드’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실크로드가 기존의 무역로의 역할만이 아닌 18세기 이후 근∙현대 문명교류의 통로가 될 것이라 했다. 신실크로드의 새로운 출발이 될 ‘실크로드 경주 2015’에 방문해 다양한 세계의 문화를 접해보는 것은 어떨까?


*HMD: HMD는 디스플레이 기기로, 눈앞에 거대한 화면을 보여준다. 안경처럼 머리에 쓰고 대형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영상표시장치다.

*바자르: 바자르는 지붕이 덮인 시장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재래식 시장과 비슷하다. 유명한 바자르는 터키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가 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실크로드 경주 2015’ 행사정보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경감로 614
문의: 054-748-3011/www.cultureexpo.or.kr
개장 시간: 9:30~20:30
입장권: 성인 - 12,000원, 석굴암 HMD 트래블 체험관: 5,000원
-교통
포항시외버스터미널→ 경주시외버스터미널: 3,800원, 소요시간 40분
경주시외버스터미널→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시내버스 100번, 소요시간 41분. 택시 이용 시 8,000~12,000원, 소요시간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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