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울리는 시끄러운 알람 소리.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다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킨다. 부랴부랴 도착한 집 앞 버스 정류장에는 넥타이를 고쳐 매는 대머리 아저씨, 한 손에 숙취 음료를 들고 졸린 눈을 비비는 남자,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립스틱을 바르는 아가씨까지. 모두 출근 준비로 분주하다. 그리고 도착한 회사. 가장 먼저 불을 밝히고 우렁각시처럼 이곳저곳 정리한다. 그리고 업무가 시작되는 9시. 여기저기서 일을 시키기 위해 불러대는 나의 이름이 곧 닳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상사들의 부름과 시작되는 잔소리와 꾸중. 상사의 꾸중에도, 늘어만 가는 업무에도 견뎌야 하는 나는 취준생에서 갓 탈피한 신입사원이다.
모든 모임, 단체를 막론하고 막내들은 어디에나 있다. 낯선 직장과 어려운 선배부터 처음 겪는 업무 스트레스까지 사회가 막내들에게 주는 부담감은 크다. 사회를 향해 내딛는 서툴고 어색한 발자국 그대로를 담아낸 막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못 버티는 막내들, 이 길이 아닌가 보오

지난 5월 온라인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기업 687개를 대상으로 입사 1년 이내 신입사원 중 조기 퇴사자 여부를 조사한 결과, 79.6(%)가 ‘퇴사자가 있다’라고 대답했다. 또한, 최근 1년간 조기 퇴사한 신입사원의 비율은 전체 입사자의 31.7%였다. 이는 3분의 1의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퇴사자들의 퇴사 이유로는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가 51.4%(복수응답)로 가장 높았고 그 뒤로 ▲‘생각했던 업무가 아니라서(34%)’ ▲‘더 좋은 조건의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서(33.1%)’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해서(22.1%)’가 뒤를 이었다.
취업만 하면 내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았던 취준생들에게 이 같은 신입사원들의 퇴사 현상들은 취업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과연 자신은 신입사원으로서, 막내로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자신에게 질문해보게 한다.


굳세어라 막내야, 굿네이버스 신입사원

권민지(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10) 씨

현재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에서 8개월 차 신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권민지 (상담사회 10) 씨는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나 남들보다 조금 이른 아침을 맞이한다. “아무래도 신입사원이다 보니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일찍 회사에 도착해요.” 일찍 출근한 권 씨는 아침마다 사무실과 탕비실 정리를 맡아서 한다. “회사에 있는 컵을 씻거나 해요. 회사가 심리치료센터다 보니 이용자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래서 대기실이나 치료실, 사무실도 정리해요.” 이렇게 막내인 권 씨가 정리를 마치면 9시부터 회의가 진행되고, 업무가 시작된다. 굿네이버스는 기독교 정신이 기업문화의 밑바탕에 깔려있어 항상 아침마다 큐티, 묵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회사 내에 음주문화가 거의 없어 다른 일반 회사와 달리 회식 때 무조건 술을 마셔야 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이 큰 장점 중 하나다. 상사가 술을 권한다거나 하는 음주문화는 없지만 하나의 조직이다 보니 위계질서는 뚜렷하다. “직장 상사에 대한 어려움은 당연히 있어요. 막내 신입사원이라서 예쁨을 받기도 하지만 상사들의 눈치가 보이는 면도 있죠. 제가 맡은 일이 다 처음 하는 업무다 보니까 미숙한 부분이 많이 있어서 그럴 때 눈치가 보이는 것 같아요”
신입사원이어서 권 씨는 어떤 점이 가장 힘들까. “막내여서 힘든 건 ‘네가 막내니까 이걸 해야지’ 이런 말? 막내니까 이걸 해야 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죠. 또 뭐 갖가지 작은 업무들은 다 막내가 해야 하는 점이 조금 힘들죠.” 특히 자잘한 업무라던가 갑작스럽게 하게 되는 사업들이 있을 때 업무를 떠맡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한다. 그는 “나도 맡은 업무가 이만큼 있는데 거기에서 (상사분께서) ‘네가 해봐’ 이러면서 저한테 업무가 가중될 때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묻는 말에 그는 팀장 혹은 몇십 년이 지나서 지부장이 됐을 때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 밑에 있는 직원들을 많이 배려하고 같이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며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묶을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친절한 재연씨, 국민은행 신입사원

강재연(경영경제학부 11) 씨


강재연(경영경제 10) 씨는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창구에 앉아 반가운 미소로 고객들을 맞는다. 지난 12월 말에 처음 입사한 신입사원 강 씨는 현재 국민은행에서 상품 상담, 판매 업무를 맡고 있다. 은행에 지원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금융권 쪽에서 여성으로서 가정, 직장, 신앙을 병행하기에는 은행이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준비를 하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취직을 준비할 때 그도 물론 그리 순탄한 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취준생 시절, 그는 자신의 위치와 스펙을 가늠할 수 없어 많은 불안함을 느꼈고 취업 준비에만 매달려 있어 학교 생활과 인간관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고 한다. 신입사원이다 보니 상사들이 자잘한 업무를 떠넘길 때도 종종 있다. “그런데 성격상 그런 일은 차라리 제가 하는 게 속이 편해요. 내 밑에 들어올 신입사원도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불평 없이 하고 있어요.”
신입사원으로서 어떨 때 가장 힘든지 묻자 그는 “지금까지 일하시는 분들이 다 잘 챙겨주셔서 딱히 힘들진 않아요. 그런데 2개월에 한 번씩 저희가 시험을 봐요. 그래서 주말에 쉬지 못하고 수능처럼 공부해야 할 때가 힘들죠. 아무래도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하니까 쉽지 않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신입사원으로서 힘든 점도 있지만,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고 한다.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 조기 퇴사하는 신입사원 비율이 높아지는 이때, 그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고객 상대하는 건 좋아요. 물론 어떤 고객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웃음) 그래도 같은 업무를 해도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뭔가 내가 갇혀있다는 생각을 하진 않게 되는 것 같아요.” 또한, 그는 어떤 직업을 가지든지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든 믿지 않는 사람이든 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꿈이자 비전이라고 말했다. “내가 기업을 바꾸겠다는 큰 포부는 아니라도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한테 선한 영향을 미치는 게 꿈이에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영국IT회사 카본코드테크놀로지 신입사원

김현정(전산전자공학부 11) 씨


김현정(전산전자 11) 씨는 3개월 전 외국계 IT 회사에 입사했다. 그는 영국과 미국, 캐나다에 출시하는 IT 상품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이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을까? “외국계 회사의 경우에는 교육을 할 여건과 상황이 다른 한국기업과 달라 신입을 잘 안 뽑기도 하고 자리도 잘 안 나는 데 운 좋게 자리가 났어요. 그 덕에 회사에 들어올 수 있었죠.”
외국계 회사이면서 사원이 120명밖에 없는 소규모 회사다 보니 다른 한국 대기업과 다르게 신입사원임에도 개발 업무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일과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제 입사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파릇파릇한 신입사원인 김 씨는 막내이다 보니 선배들에게 업무에 대한 모르는 것을 여쭤보는 것이 덜 신경 쓰여 좋다고 말한다. 특히 막내로서 가장 좋은 점은 “밥 얻어먹을 수 있는 거요”라며 웃으며 대답했다. 또 반대로 막내여서 자신에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항상 모르는 것을 물어보다 보니 그 스스로 ‘이것도 못하나?’라는 질문이 생긴다. 그는 “다른 경력직들은 다른 기업에서 크게 일을 한 경험이 있어서 공유할 수 있다”며 “하지만 나는 학교에서 많아야 6명 정도의 프로젝트가 전부니까 그 적응이 많이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IT회사 지원을 생각하는 후배들에게 최근의 전산 관련 외부 행사와 교육들에 도전하는 등 경험을 많이 쌓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또한, 회사에 또래가 없고 대부분이 김 씨보다 나이가 많아서 회사 생활이 어렵다. “항상 어른들과 함께 일을 하니까 대하기 어렵고 부담이 되죠. 외국계 회사라 상사 눈치를 보는 게 많이 적은데도 힘든데 다른 회사들은 더 심할 것 같아요” 그는 “최근에도 자신의 후배가 들어와 막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경력직분이 들어오셨다”라며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회사에서 유일한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혼자 막내 노릇을 하는 김 씨에게 막내에서 탈피하고 선배가 된다면 어떤 선배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적응하는 것에 많이 어려움을 겪었다. 적응하는 부분에 세심하게 도와주고 대학생 때 친구들과 같이 지내는 것처럼 친구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사람은 막내였던 시절이 있다. 어떤 일이든 일을 처음 하는 사람은 늘 서툴고 어색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쩌면 막내이기에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의 눈초리에 지친 막내들에게 전해보자. 서툴러도 괜찮아, 어색해도 괜찮아.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