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배 한 척이 있다. 전 세계를 뒤엎는 태풍이 불어와 이 배를 타지 않으면 꼼짝없이 죽게 돼 있다. 사람들이 배에 하나, 둘 오르기 시작하는데,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자들, 예를 들면 난민, 무국적자, 불법 외국인 노동자 같은 사람들은 절대 이 배에 오를 수 없다. 태풍이 이들을 휩쓸어 버린다 해도 이 배는 대한민국 국민을 수용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라 허락할 수 없다.
 최소한 인간에 대한 정이 있는 사람들은 “저렇게 죽게 놔둬요?”라고 물을 것이다. 배의 선장은 “정 그렇게 생각하면 같이 타고 가죠. 저들이 탄다고 배가 가라앉진 않을 테니까요”라고 대답할 것이고 난민, 무국적자, 불법 외국인 노동자도 ‘대한민국’호를 타고 함께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엔 ‘최소한 인간에 대한 정이 있는 사람들’이 없는 듯하다. 외국인이 태풍을 맞아 죽든지 말든지 내 안전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 이 땅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한민국 국적의 사람만 이웃인 이 땅에서 난민들은 이방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난민인권센터 홍세화 대표는 CBS <세상을 바꾸는 15분>에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요. 난민은 그 ‘사회’를 잃어버린 사람들입니다”라고 말했다. 박해의 위협을 받아 고향을 떠나 온 난민은 함께 살아갈 사회가 없고, 그것은 곧 삶을 이어갈 지지대가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배를 타지 못한 난민들이 태풍에 휩쓸려 가는 것과 다르지 않으리라.
 물론,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이 ‘대한민국’이라는 배를 일구기 위해 노력해 왔음은 당연히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복음이다. 최병성 목사는 “복음이란 이전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닙니다. ‘바름’입니다. ‘바름’이라는 진실을 마주하는 깨어있음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난민을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살아가야 한다. 난민 문제에 있어서 ‘바름’이라는 진실을 마주하는 깨어있음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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