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특정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받아 조국을 떠나고 있다. 바로 ‘난민’이라고 불리는 자들이다. 난민으로서 지위를 부여받기 위해서는 해당국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한국에 난민지위 신청을 하는 외국인의 수는 2012년 1,143명, 2013년 1,574명, 2014년 2,900명으로 그 수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2013년도 통계연보에 따르면 실제로 1,574명의 난민지위 신청자 중 57명만이 난민으로 지위를 인정받았다.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가기만큼이나 어렵다.

 

욤비 토나 씨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세 번째로 넓은 콩고민주공화국 내 작은 부족인 키토나 왕국의 왕자로, 킨샤사 국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콩고민주공화국 정부 기관에서 일했다. 하지만 그가 속한 조직이 반국가 행위를 한 것으로 지목돼 망명을 떠나다 한국에 머무르게 됐다. 그는 6년간의 소송 끝에 한국에서 난민의 지위를 부여받아, 현재 광주대학교에서 조교수로 일하고 있다.
 재작년 아프리카 수단에서 한국에 온 요하임(가명) 씨. 그는 수단 내전 상황에 대한 글을 인터넷에 꾸준히 올려 반군과 정부군 모두의 눈총을 샀다. 수단의 대부분 국민은 이슬람교 신자인데 반해, 기독교로 개종한 그는 고국으로부터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 그는 살기 위해 먼 한국까지 오게 됐지만, 난민 신청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그에게 통역을 도와줄 이는 없었고 1주일간 송환 대기실에 갇혀 살아야 했다.

난민, 신청부터 지위부여까지
욤비 토나 씨, 요하임 씨의 경우처럼 본국을 떠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한국땅을 밟은 이들은 해가 갈수록 그 수가 늘고 있다.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정책통계월보’ 2015년 4월호에 따르면, 한국은 처음 난민신청을 받은 1994년 이후 올해 4월 말까지 10,760명의 난민지위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중 490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았고, 797명이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아 국내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고향을 떠나 한국의 난민이 됐을까?
 법무부가 발표한 난민의 주요 신청사유를 보면, 정치적 사유(3,061명), 종교(2,438명), 내전(960명), 인종(652명), 가족결합(492명) 순이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한국에 들어온 난민들은 출입국관리법에서 규정한 난민인정절차에 따라 심사를 받게 된다. 한국에 난민으로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입국일로부터 60일 이내 출입국관리 사무소장에서 난민지위 신청을 해야 한다. 그 이후 출입국관리사무소장과의 면접 등 사실조사 이후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를 하고 10인 이내의 ‘난민인정실무협의회’를 개최하여 심사를 거쳐 난민으로의 지위가 부여된다.
 위의 절차를 걸쳐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1951년 유엔에서 채택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난민’의 정의를 충족해야 한다. 난민협약은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난민이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해를 피해 본국으로부터 급하게 떠나온 난민들은 물질적 근거를 마련해 오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난민들을 변호하는 공익법센터 어필(APIL, Advocates for Public Interest Law)의 김세진 변호사는 “난민소송에서는 형사사건의 ‘무죄추정의 원칙’과 유사하게 ‘유리한 해석 부여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어서 신청인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달리 볼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심사관은 신청인에게 유리한 추정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이 원칙이 잘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난민에게 엄격히 증거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어려움이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의 난민 인정 비율은 5%대로 전세계 평균 난민 인정 비율인 38%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아직은 싸늘하기만 한 난민을 향한 시선
가까스로 난민지위를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난민은 내국인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가게 된다. ▲난민 중에 스파이가 섞여서 올 가능성 ▲난민들이 자기 나라에 들어와서 직업을 구하지 못하다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 ▲난민지원을 통한 자국민과의 형평성 문제 ▲정치적 난민의 경우 외교문제 발생가능성 등의 이유로 난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욤비 토나 씨는 여러 TV방송과 집필 활동을 통해 난민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인식의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내 이름은 욤비’에서 “한국인들에게 난민에 대해 물어보면 ‘우리나라에도 난민이 있어?’라고 할 정도로 난민에 대한 인식도가 매우 낮다”라며,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보다 난민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9월 인천 영종도에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이하 난민센터)’가 설립됐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반년이 지나도록 난민이 입주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난민센터는 한국에 난민 자격을 신청한 외국인의 주거와 생계를 지원하고 그들이 안정적으로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영종도에는 공항지구대가 한 곳밖에 없어 일반 난민과 탈북자, 정치적 망명자 등을 수용하는 난민센터와 영종도의 치안을 담당하기에 인력이 부족하다’는 근거로 난민센터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 사건은, 난민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난민이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난민을 보호할 이유, 그리고 의무
그렇다면 우리는 난민을 왜 보호해야 할까? 김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난민은 신체에 대한 위협을 당장 받고 있고, 본국을 떠나와 보호가 필요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운영하는 난민판례 데이터(w4refugee.org)만 보더라도, 박해를 피해 온 사례만 해도 230여 건에 달한다. 이 중 자의적 체포 및 구금은 100건, 고문은 25건, 구조적/지속적 차별이 26건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11월에, 국내에 들어온 시리아인 A 씨는 “내전으로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라며 자신을 난민으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역지사지적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 시대 때 독립운동을 하시던 분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던 시절에 그분들이 해외로 망명을 가실 수 있었던 것도 다른 나라들의 도움이 있었던 덕분입니다”라며 “이렇게 도움을 받았던 것을 경제적 이익이나 다른 이익을 생각해 저버린다면 성숙한 사회라고 보기는 어려울 거에요”라고 덧붙였다.
 국가차원에서 난민을 돕기 위해 한국은 1992년 국회비준을 받아 난민협약에 가입한 이후로, 2013년에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해 난민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13년 6월 12일 자로 법무부에 난민과가 신설됐고, 7월 1일부터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독립된 난민법이 시행됐다. 2013년 5월에는 유엔난민기구 최고 대표가 방한해 난민법 제정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아시아에서 선도적인 난민행정을 한국이 펴나가길 기대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난민인권센터 김성인 사무국장은 “법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난민에 대한 관심을 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라며 “우리 사회의 잊혀진 자들인 난민에 대해 살펴봐 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인도적 체류허가: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하여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사람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체류허가를 부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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