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KTX 개통은 지역 간 경계를 허물면서 많은 사람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3월 말 개통이라는 목표 아래 서둘러 지어진 탓에 발생한 ▲역사 주변 주차 ▲편의 시설 ▲연계 교통수단 등의 문제는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그렇지만 지난달 2일 KTX 동해선이 개통된 뒤, 이번 달 15일까지 포항역을 이용해 승•하차한 승객은 약 14만 명에 달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대흥동에 위치한 ‘구(舊)포항역’은 KTX포항역이 생기면서 지난달 2일 폐쇄됐다. 이제 구포항역을 검색하면 ‘포항역(폐역)’이라고 나온다. 구포항역엔 들어갈 수조차 없다. 이제 곧 철거되고 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폐철도부지를 활용한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공원’을 모티브 삼아 구포항역을 생태환경적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구포항역이 도시 대표 관광상품으로서 역할을 다하게 되고, KTX포항역이 구포항역의 역할을 이어받는 것은 긍정적이다. 이미 역으로서 명을 다한 구포항역을 이왕이면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포항역을 개발하기 전 놓쳐선 안 될 한 가지가 있다. 구포항역과 함께한 사람들의 소중한 추억이다.
 1918년 11월 1일,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이후로 구포항역은 약 100여 년의 시간 동안 포항시민과 포항을 오간 많은 관광객에게 추억이 서린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포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 구포항역은 학교 땡땡이치고 놀러 가던 놀이터였고, 포스코 통근열차가 있던 때엔 피곤한 직장인들이 열차를 기다리며 잠깐 눈을 붙이는 공간이었다. 게다가 포항의 젊은 장정들이 눈물을 머금고 가족과 헤어지며 논산행 입영 열차를 타러 간 역이기도 했다. 관광객들에게 구포항역은 ‘포항’이란 곳에 처음 발을 내딛는, 긴 여정 끝에 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해서 설레는 마음이 가득 담긴 곳이었다.
 구포항역의 실질적인 주인은 지분을 소유한 한국철도공사•한국철도시설공단•포항시다. 그러나 구포항역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지켜갈 진정한 주인은 구포항역에 관한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이다. 포항시 측은 KTX포항역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구포항역 활용 대책을 시민과 함께 강구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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