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송 대표, ‘청어람아카데미’통해 말하는 교회와 시민사회 소통

▲ 청어람아카데미의 양희송 대표. 그는 인문학, 사회적 기업, 저자들과의 북토크 등의 활동을 통해 교회와 시민사회 사이에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 본인 제공


당신은 기독교를 믿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믿는 기독교는 어떤 종교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이 다니고 있는 한국교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 보진 않았는가? 또한, 기독교에 대해 너무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진 않은가? 이번 [로뎀나무 아래서]는 목회자의 길을 걷지는 않았지만 위 질문과 같은 기독교 신앙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항상 고민하며 다양한 강연, 집필활동 등을 하는 분을 찾아갔다. 복음주의 운동가이자 ‘한국 교회와 사회의 다음 세대를 위한 인재발전소’를 표방하는 청어람아카데미의 대표인 양희송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내린 진정한 복음주의의 정의와 함께 한국교회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Q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고, 현재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현재는 청어람아카데미의 대표로 있고요. 주로 기독교 대중을 대상으로 다양한 강좌들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청어람을 하기 전에는 ‘복음과 상황’이라는 잡지의 편집장을 2년 동안 해왔습니다. 그리고 2004년부터 2010년까지 6년 반~7년 정도 한동대 기독교 세계관 강의를 했습니다. 잘 알려진 CBS TV의 ‘세바시’라는 프로그램 초기 6개월을 청어람과 CBS가 공동 기획하면서 강연프로그램을 정착시키는데 나름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Q ‘청어람아카데미’의 대표기획자로 계시는데, 청어람아카데미는 어떤 일을 하나요?
청어람아카데미는 2005년에 ‘높은뜻숭의교회’의 교육관으로 시작해서, 2010년부터는 독립된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청어람아카데미는 ‘기존 교회가 관심이 없거나 못하거나 역량이 없어서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어요. 그 당시 관심 갖지 않았던 인문학, 정치사회,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 소셜 미디어 강의, 그리고 저자들의 북토크 등의 활동들을 진행해 왔습니다. 교회 내부뿐 아니라, 교회와 시민사회 사이를 넘나들며 강좌를 진행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개신교에 대한 인상을 많이 바꿨어요. 서로 질의응답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일반 사람들이 좋은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에겐 기독교 신앙이 편협하거나 얕은 신앙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기회였어요. 기독교 신앙이 ‘인문학적 사고라든지, 정치 사회적 이슈라든지, 문화 예술을 포괄해내고 담아낼 수 있을 정도의 넓이이나 깊이가 있다’는 자신감, ‘기독교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는 동기부여나 자극도 볼 수 있었어요.

Q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신학의 길을 걷게 되었나요?
제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대학가에서 복음주의 신앙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죠. 그 때 처음으로 복음주의 신앙 운동을 접하면서 복음주의에 관하여 배우고 관련하게 되었어요. ‘졸업한 이후에 뭘 하는 게 좋을까’ 생각하다 ‘이 영역에 일할 사람이 필요한데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느꼈어요. 결국, 그 일을 내가 해야 하겠다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때 필요에 의해서 신학 공부도 하게 됐죠. 앞으로 해야 하는 일들도 복음주의 운동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서 제 자신을 복음주의 운동가로 여기고 있어요.

Q ‘복음주의’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복음주의라는 말이 지금은 아무나 자기 마음대로 쓰는 용어가 되어 버렸는데, 역사적으로 16세기 종교개혁, 18세기 복음운동을 계승하는 신앙적인 흐름을 뜻해요. 주로 영미권 중심의 신앙 운동인데, 데이비드 베빙턴(David Bebbington)이란 사람이 4가지 키워드로 요약했어요. 행동주의, 성경중심주의, 그리스도중심주의, 회심주의라는 주요한 특징을 갖습니다. 한국에는 1960년대 전후로 주로 대학생 선교단체 중심으로 처음 소개가 됐고, 많이 활성화된 건 80년대 이후라고 봐야겠죠. 전통적인 교단 교회 중심의 신앙생활 바깥, 즉 성경공부, QT, 전도, 선교, 세계관 등 지금 대학생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 다 복음주의 운동의 결과로 한국교회에 확산된 것이에요. 일반 언론에서는 복음주의나 근본주의를 구별하지 않고 쓰고 있고, 한국교회도 전반적으로 다 자기가 복음주의라고 얘기를 하는데, 역사적인 맥락이라든지 심화시키려는 노력 없이 너무 편애적으로 쓰고 있는 것 같아 아쉽게 생각해요.

Q 그렇다면 복음주의 신앙운동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현재 한국 기독교가 이루고자 하는 활동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역사적으로 신앙운동이란 언제나 동시대적인 것이에요. 신앙운동이란 ‘과거에 어떤 시대가 좋았다’해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고, 그 시대에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가를 놓고 씨름할 때 진정한 의미를 지닐 수 있어요. 그런데 복음주의를 얘기하는 상당히 많은 분들은 자꾸 과거로 돌아가자고 해요. 제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과거의 복음주의 운동은 그 시대의 과제를 푸는 운동이었어요. 종교개혁도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소리를 한 것이 아니고 그 당시에 로마교회의 여러 종교적인 폐단들을 해결해나가기 위해서 일어난 것이고, 18세기 부흥운동도 신앙이라는 것이 굉장히 형식화되고 메마른 것에 대한 반발로 대중적인 신앙운동을 일으킨 것이에요. 오늘날, 복음주의자라면 마땅히 지금 풀어야 할 우리의 신앙적 문제가 뭔지 직시하고 그걸 갖고 씨름하는 게 마땅하다고 봐요.

Q 한국교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기가 뭘 믿고 있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에요. 역사도 모르고, 성경도 모르고, 사회적으로는 제도와 권력이 흐르는 방향에 교회가 너무 쉽게 발을 맞춘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 같아요. 특히 한국교회는 성직주의, 성장주의, 승리주의의 세 가지 잘못된 패러다임에 놓여 있는 것 같아요.

Q 세 가지 잘못된 패러다임 각각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우리는 종교개혁의 후예들인데 정작 그 문제를 더는 풀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같아요. 종교개혁자는 성직주의에 대항해 싸웠어요. 성직자와 평신도로 이분화시키는 것을 철폐하기 위해 ‘만인제사장’ 얘기를 한 것이죠. 그런데 현대 한국 교회를 보면 목사의 권위가 절대적으로 높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장주의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교회에 제일 크게 드러나는 게 대형교회 건축문제죠. 종교개혁 시대에도 면죄부를 팔았던 게 사실 성당 지을 돈을 모으기 위해서였거든요. 종교개혁자들이 중세교회에 대해 비판을 했을 때는 그런 종류의 성장주의에 대해서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건데, 지금 종교개혁의 자식들인 한국 개신교는 오히려 중세교회의 모습과 더 닮아있는 것 같아요.
그다음에 승리주의라는 것은 세상을 대할 때 굉장히 정복적으로 모든 것들을 오직 전도, 선교로만 환원해서 풀어버리는 방식을 말해요. 그런데 종교개혁을 오랫동안 겪고 난 이후 유럽의 사람들이 합의한 것은 종교의 자유, 신앙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이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지켜 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종교개혁 이후의 역사에서 이미 그렇게 배워 왔는데, 한국교회는 승리주의적인 방식으로 전도하고 선교해야 한다는 것에 많이 사로잡혀 있어요.

Q 이러한 한국교회의 잘못된 방향에 대해 목회자가 되어 바꾸어 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나요?
없어요. 저는 목사는 목회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언젠가 목회를 해야겠다 생각하면 그때는 목사가 되는 게 맞지만, 지금 제가 하는 일에는 제가 굳이 목사여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목사안수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그리고 목사가 아닌 크리스천들 중에서도 기독교 신앙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 스스로가 기독교 신앙에 항상 관심이 있으므로 더 깊이 배우고 싶어요. 내가 가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고민 그리고 그에 대한 공부의 결과로 낸 책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고 한국교회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한동대학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공부를 열심히 하세요. 대학은 배우는 공간이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에 많이 배우려고 노력하세요. 평생 배우는 훈련의 틀을 가장 제대로 잡는 게 대학 시절이거든요.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고 배움의 훈련을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신앙적으로는 기독교 신앙이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 넓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알고 있는 신앙의 영역은 백분의 일도 안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항상 다양한 고민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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