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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단관 극장남아 있는 극장은 11개뿐, 생존 위한 변화 모색 중
강주연 기자  |  kangjy@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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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20  22: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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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중앙로역에서 5분거리에 위치한 그레이스실버영화관. 해가 지고 어스름한 저녁,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이영건 사진기자

“이번에 새로 개봉한 영화는 뭐지?” 검색 포털 사이트에 이번에 새로 개봉한 영화를 검색한다. 무려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 친구와 육거리 OO시네마에 갔다. 8개 관에서 13개의 영화를 하루에 5회 이상 상영하고 있다. 익숙한 이 풍경이 우리에게 펼쳐진 지는 불과 20년도 채 안 됐다. 영화관에 상영관은 하나밖에 없고, 단 하나만의 영화를 상영하던 시절이 있었다.
 

7, 80년대 영화관으로 향해보자. 극장에는 영사기에서 필름을 돌리는 영사기사가 있다. 출입구에서는 학생들이 청소년 관람 불가인 영화를 보려 몰래 들어가려다 매표소 아가씨에게 걸려 쫓겨난다. 이렇게 북적거리던 곳은 단관 극장. 단관 극장은 스크린이 하나뿐인 영화관으로 7, 80년대 영화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요소였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 단관 극장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이제 남은 단관 극장은 전국에 11개뿐이다.

그때 그 시절, 단관 극장

이제는 영화 대부분이 디지털화됐지만, 당시 영화관에서는 영사기를 통해 필름영화를 상영했다. 영사기에서는 촤라라락하고 필름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필름은 상영할수록 낡아, 많이 상영한 영화일수록 화면에 비가 내리는 것처럼 선들이 보였다. 혹여 중요한 장면에서 필름이 끊겨 화면이 나오지 않을까 긴장하며 관람했다. 지금에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다.
 한 극장에 한 영화가 상영되다 보니 ‘극장=영화’라는 수식 아닌 수식이 붙어 있다. <서편제>를 보려면 ‘단성사’에 가야 하고, <그렘린>을 보려면 ‘대한극장’에 가야 했다. ‘아세아 극장’에서는 <신의 아들>로 데뷔한 신인배우 최민수의 사인회가 열린다. 쉽게 만날 기회는 아니다. 현재는 전국을 돌며 시사회와 무대 인사를 하지만, 개봉관에서만 영화를 상영하는 예전에는 그 극장에서만 사인회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극장은 개봉관, 재개봉관, 동시 상영관으로 위계가 나누어져 있었다. 새 영화를 처음 상영하는 개봉관은 일류 극장이다. 개봉관에서 내린 영화는 재개봉관에서 다시 상영된다. 재개봉관에서도 내려오면 동시 상영관이다.
 당시에는 어떤 극장에서 개봉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급이 나뉘기도 했다. ‘OO극장 개봉작’이라는 수식어가 영화 앞에 붙었었다. 유명 극장에서의 개봉은 그만큼 많은 관객을 동원하기 때문이었다. 단관 극장은 화려한 영광의 나날들을 보냈다.단관 극장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극장간판의 이야기도 뺄 수 없다. 사진으로 찍어내는 현재의 포스터가 있기 전 영화의 포스터는 모두 그림으로 그려져 극장 간판에 걸렸다. 단관 극장에서 상영하던 시절 개봉된 <영웅본색>, <빠삐용>, <터미네이터>등 수백 편의 영화들은 모두 그
림으로 포스터가 제작되어 극장 간판에 달렸다.

   
 

추억과 함께 사라지는 단관 극장
하지만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생긴지 20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에서 단관 극장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대형 자본과 시대의 흐름 속에 단관 극장을 찾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었다. 1998년, 50여개에 달하는 서울의 단관 극장들은 멀티플렉스 상영관으로 바뀌거나 대부분 없어졌다. 이듬해 서울에선 ‘국도극장’이 허물어지고 2005년에는 ‘스카라 극장’이 철거됐다. 서울뿐만이 아니다. 1938년, ‘대구키네마구락부’라는 이름으로 지어졌던 대구 ‘한일극장’도 결국 2012년 CGV한일극장이 됐다.
 서울의 마지막 단관 극장이었던 화양극장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드림시네마에서 서대문 아트홀로 명칭을 바꿨다. 개봉관에서 시사회 전문극장으로 다시 노인전문극장으로 변모해 재도약을 꿈꿨지만 2012년, 1만 명의 노인들의 서명운동에도 결국 폐관했다. 당시 극장을 운영했던 김은주 대표는 “극장을 지켜달라는 많은 분들의 요청과 서명에도 지키지 못하게 되어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하나 남은 옛날식 단관 극장, 동광극장

그래도 예전 극장의 정취가 남아 있는 곳은, 한국의 유일한 옛날식 단관 극장인 동광극장이다. 1959년 처음 지어져 지금까지 옛날식 영화관 형식을 유지하고 있는 동광극장은 외부에서부터 그 세월을 짐작할 수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동 828번지에 위치한 동광극장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출입구에 걸린 ‘관람자 준수사항’이다. “공연 법 제23조에 의거해 공안상, 풍속상, 공중위생상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행동을 금함”이라고 쓰여있는 표지판은 1959년 지어질 때와 똑같은 내용과 모습이다.
 극장의 상영표에는 그 날 상영하는 영화 제목이 쓰여있다. 영화제목의 옆에는 수기로 상영 시간이 쓰여져 있다. 영화관 출입구에 들어가기 전, 잠시 쉴 수 있는 휴게실은 다방과 같은 모습이다. 구석구석 있는 어항 속에는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다. 매점에서는 오징어를 구워서 판다. 현대식으로 바뀐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1986년 극장을 인수한 후, 30년째 동광극장을 관리하고 있는 고재선(59) 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울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라며 “오래된 극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꾸준히 찾아오는 관객들 덕분에 포기할 수 없다. 몇 명 되지 않지만 사람들은 옛날을 그리워하며 여전히 동광극장으로 향한다. 고 씨는 “꾸준히 극장을 찾는 분들에게 고맙다”라며 “그분들이 ‘사장님 꼭 끝까지 하세요’라고 하면 보람된다”라고 말했다.

생존 위해 변화하는 극장들

한국에 남은 유일한 옛날식 단관 극장이지만 동광극장도 세월의 흐름 속에 존폐의 기로에 섰다. 고 씨는 “그만둬야지 생각은 자주한다”라며 “영화 하나만 보고 살았는데 답이 없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져 추억만으로 영화관을 운영하기는 힘들어졌다. 그렇지만 단관 극장들은 생존을 위한 나름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상대적으로 설 자리가 부족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들을 상영해 생존하려 한다. 전국 단관 극장 11개 중 대부분이 이러한 특화된 장르를 가진 영화관들이다. 특정 장르를 상영하는 전문 영화관으로서 문화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1935년 문을 연 ‘광주극장’도 2002년 예술영화전용관으로 변모해 현재까지 명맥을 잇고 있다. 대구 ‘동성아트홀’도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청춘극장’과 ‘허리우드실버극장’은 노년층 영화 전용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노년층 영화 전용관은 노인들에게 추억이 되면서 옛 명화들을 다시금 재조명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지난해 9월 대구에서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구그레이스실버영화관’이 옛날 명화 전용관으로 들어섰다. 그레이스실버영화관은 단관 극장이 변모해 전용관이 된 다른 극장과는 다르게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설립된 영화관이다. 건물에 138석의 객석을 만들고 노년층을 위한 추억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55세 이상이나, 노인과 함께 방문하는 경우에는 할인이 적용돼 2,000원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
 영화관을 만든 조미견(47) 씨는 “옛날 명화가 만들어진 당시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지금의 노년들에게 관심이 있었다”라며 “자연스럽게 실버영화관을 열게 됐다”라고 밝혔다. 기자가 찾았을 땐 바이블 영화제 기간이었다. 영화관에서는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영화였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처럼 북적거리고 화려하진 않지만 단관 극장만의 조용하고 정겨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사라지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단관 극장도 이제는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 잡으려 한다. 몇 남지 않은 단관 극장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당신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한적한 오후, 사람이 바글거리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뒤로 하고 주변 단관 극장을 찾아 옛 정취를 느껴봄이 어떨까?

*멀티플렉스: 다수의 상영관이 한 건물에 모여있는 복합상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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