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대학 교육을 뒤집는 MOOC의 양면성

▲ 한 학생이 대표적인 MOOC 플랫폼 퓨처런(FutureLearn)을 이용하는 모습이다. 이영건 사진기자


이르면 다음 15-2학기부터, 한동대에 온라인 대중공개수업(Massive Open OnlineCourse, 이하 MOOC) 활용한 새로운 수업 방식이 도입된다(본지 213호1면 참고). 학생들은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MOOC를통해 스스로 공부하고,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강의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으로 수업하게 된다. MOOC를 활용해 이른바, 역진행 수업 방식(Flipped learning)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MOOC는 무엇인가?

단순 인터넷 강의? 오프라인과 다를 바 없어
MOOC와 단순한 인터넷 강의는 다르다. 온라인 수강신청을 통해 오프라인과 같은 대학교육을 받고 평가 주어지는 엄연한 교육 체계다. 대표적인 MOOC 플랫폼 에드엑스(edX), 코세라(Coursera), 유다시티(Udacity)에서는 하버드대(HarvardUniv.),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스탠퍼드대(Stanford Univ.) 등의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인터넷 강의와 MOOC가 무엇이 다를지, 한동대 실무영어 과목 중 가장 기초 단계인 EF(English Foundation)만 들은 기자가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교수의 ‘정의론(Justice)’를 수강 신청했다.
에드엑스(www.edx.org)에서 지난해 4월 8일부터 6월 24일까지 진행된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서는 *에드엑스 아너 코드(edx Honor Code) 동의를 포함한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만 밟으면 된다. 이후 정의론의 강의안을 보고 언제, 어떤 강의가 올라오는지 확인한다. ‘교육용 프로그램(courseware)’ 버튼을 누르자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실황 녹화영상이 시작된다.
20분간의 강의가 끝난 후, 수강자들은 강의와 관련된 질문을 투표하고 선택지에 따라 ‘토론(Discussion)’ 공간에서 선택지에 투표한 이유에 관해 토론한다. 토론 주제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올리면 다른 학생들은 그 의견에 투표하거나 댓글을 다는 것으로 토론이 진행된다. 다음순서는 ‘자가진단시험(Self-test)’로 이해의 정도를 파악하며, ‘진행상태(Progress)’를 통해 본인의 역대 점수들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수업을 위한 읽기자료도 주어진다. 이렇게 강의를 4번 들으면 정해진 기한까지 퀴즈를 보고, 24개의 강의를 모두 들으면 마지막 시험을 치른다.
교수가 강의를 올리고 강의자료를 배포하는 수준의 인터넷 강의와는 차원이 다르다. 강의가 열리는 장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강의, 강의에 대한 질문, 토론, 읽을 자료 준비, 자가진단, 퀴즈, 시험 등 오프라인 강의와 똑같은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까닭이다. 게다가 학생들은 자신의 수업 성취도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고, 이해가 되지 않는 강의는 반복해서 들을 수 있으며, 전세계 어디에서 누구나 영어나 기타 대표 언어만 할 줄 안다면 무료로 대학의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공개 강의’로 대학 교육의 장벽을 낮추다
MOOC는 대학에서만 고등교육을 접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깬 MIT의 강의 공개에서 시작됐다. 변화를 거듭하는 인터넷 교육환경에서 MIT의 교수들은 ‘지식 발전, 학생 교육’이라는 MIT의 사명을 추구하면서도 인터넷을 활용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2002년, 그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무료로 대학 강의를 공개하는 ‘공개강의(Open CourseWare, 이하 OCW)’ 사이트를 발표했다. 당시 MIT OCW 사이트에는 MIT의 강의 50개를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로 번역한 영상을 담았다.
MIT를 시작으로 ‘열린교육자료(Open Educational Resource, 이하 OER)’ 운동이 전개됐고 전 세계 대학으로 퍼져나갔다. OER 사이트들이 모인 공개강의컨소시엄(Open Education Consortium)에는 현재 40개 나라, 29개 언어, 280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해 강의를 공개하고 있으며, 한동대를 포함해 한국 대학 23곳도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OCW나 OER는 단순히 강의와 강의 자료를 공개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 후 2 0 0 8 년 , 캐나다 매니토바대(Manitoba Univ.)의 한 세미나에서 MOOC가 처음 등장했다. 매니토바대의 교육학 전공 교수, 학생들은 ‘긴밀성과 협업지식(Connetivism and Connective Knowledge)’ 세미나에서 원격 교육 시스템, 실시간 온라인 모임 등에 관해 토론하며 온라인 대중공개수업Connetivismand Connective Knowledge)”에 대해 최초로 언급했다. 이후 데이비드 코미르(Dave Cormir)와 브라이언 알랙산더(Bryan Alexander)에 의해 MOOC라고 명명됐으며, 그와 동시에 MOOC는 대중으로 퍼졌다.
현재와 비슷한 체계를 갖춘 첫 MOOC는 2011년 가을에 열린 스탠퍼드대의 온라인에서 등장했다. 스탠퍼드대는 3개의 강의를 열었고, 총 십만 명이 수강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 강의들에 참여했던 교수 세바스찬 트룬(Sebastian Thrun), 다프네 콜러(Daphne Koller)와 앤드류 응(Andrew Ng)는 2012년, 각각 최대MOOC 플랫폼 유다시티와 코세라의 창시자가 됐다.
이에 한국은 2009년부터 KOCW(Korea Open CourseWare)를 시작했다. KOCW는 전국 159개 대학, 5,848개의 강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동대도 6개의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MOOC인 K-MOOC는 2016년 9월에 본격 운영될 것으로 예정돼 있다. 현재는 시범제작 단계로, 경희대, 고려대, 부산대, 서울대 등 10개의 대학이 시범 대학으로 지정돼 각 대학당 1억 원의 지원을 받으며 강의를 제작하고 있다.

효과 극대화 위해, 각 나라 실정에 맞게 적용돼야
하지만 ‘MOOC가 과연 교육의 장벽을 낮출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백영경 교수는 2013년 <인문사회과학 교육에서 온라인 대중 공개강좌 (MOOCs)의 역할과 활용방안> 보고서를 통해 ▲영어를 하지 못하면 수강이 제한됨 ▲수강생들이 부유층이 다수를 이룸 ▲일반 사람들에게 있어 고급 단계 강의의 제한적 실효성 등 현재 MOOC의 한계에 대해 언급했다.
강의가 언어별로 분류돼 있지 않은 유다시티 외에, 에드엑스 강의 84%, 코세라 강의 66%가 영어로 돼 있다. 또한, 2012년 아시아 최초로 MOOC 플랫폼 코세라에 강의를 올린 홍콩과학기술대학의 강의도 수강생 약 60%가 부유층이었다. 코세라의 설립자 다프네 콜러(Daphne koller)는 ‘코세라를 이용하는 다수의 수강생들이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따라서 백 교수는 무조건 MOOC를 도입하기보다는 ‘각 지역의 필요를 분석해 그 지역의 필요에 맞는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MOOC의 한계를 보충할 수 있는 MOOC가 한국에서 시작된다. 경희사이버대학교의 ‘경희 MOOC 2.0(이하 경희MOOC)’은 하나의 문화(one culture)를 뜻하는 ‘ocMOOC’와 혼합(hybrid)을 뜻하는 ‘hMOOC’가 합쳐진 것이다. 기존 MOOC가 세계 누구에게나 똑같은 교육을 제공했다면, 경희 MOOC는 각 문화권의 특화된 지식을 찾아내고 이를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희MOOC의 핵심인 ‘hMOOC’는 각 지역의 대학·연구기관·NGO 등과의 협업을 통해 MOOC 교육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기존 MOOC에서 소외됐던 비영어권 지역, 제3 지역에까지 MOOC가 적용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MOOC는 대학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써 활용돼야
한편, MOOC가 대학을 대체하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다시티의 창업자 세바스찬 트룬은 <와이어드(Wired)>와의 인터뷰에서 “50년 이내에 전 세계 대학은 10개만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MOOC가 대학의 대체재가 될 경우, 무료거나 저렴한 강의를 제공하는 MOOC로 인해 ▲비용경쟁력에서 불리한 대학들의 쇠퇴 ▲학문의 다양성 훼손 ▲교수와 교직원들의 일자리 위협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반면에 코세라의 창업자 앤드류 응은 <슬레이트(Slate)> 기사에서 “MOOC는 대학교육에 대한 보완재일 뿐”이라며 MOOC가 대학을 대체할 순 없다고 말했다. MOOC가 대학의 보완재로써 역할을 다할 때 교육을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MOOC와 대학 수업을 혼합시킨 ‘역진행 수업’을 통해 시간과 장소의 제한 없이 학생들은 반복학습을 할 수 있고, 강의실에서는 학생 중심의 수업이 강화돼 교수 학생 간의 긴밀한 접촉이 가능한 까닭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최진숙 교수는 2014년 논문 <온라인 교육혁명:MOOC>에서 MOOC가 대학교육의 대체재이자 보완재적인 양면성을 모두 띠고 있는 가운데, 보완재적인 측면이 좀 더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봤다. 미국의 명문대로 일컬어지는 하버드대, MIT, 스탠퍼드대 등이 MOOC 활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지금, 한국의 대학에선 MOOC의 활용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에드엑스 아너 코드(edx Honor Code): ‘시험을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겠다.’ ‘내 계정을 다른 사람이 쓰도록 하지 않겠다’ ‘부정직한 방법으로 내 점수나 다른 사람의 점수를 향상시키거나 깎아 내리지 않겠다’ 는 등의 온라인 학습에서 필요한 정직을 지키겠다는 약속.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