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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눈]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이주형 편집국장  |  leejh@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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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09  10: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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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우리는 살면서 시험에 들지 않길 항상 바란다. 하지만 학교 곳곳은 시험으로 가득 차있고, 특히 학기를 하는 도중은 매일이 시험의 연속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한편, 마치 시험에 들라고 강요하는듯하기도 하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등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그야말로 여기저기 시험천지다. 팀, 동아리, 학회 등 각종 단체란 단체는 앞다퉈 서로 구성원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해 공개적인 장소에 두고 당사자가 가져가길 바란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마치 유혹을 이겨보라는 듯 시험을 강요한다. 그럴 의도는 없겠지만 마치 미끼를 물기바라는 낚시꾼 같이 보이기도 하다.
시험 시간이다. 시험을 볼 때 옆자리 학생의 잘 쓴 ‘답안지’가 눈에 띈다. 감독하는 사람도 없다. 물론 베끼는 것이 옳지 않은 ‘죄’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유혹을 떨치기엔 우리는 너무 미약하다. 나는 강해다 해도 우리 중 반드시 누군가는 미약하다. 그 미약한 누군가는 한번 잘못 생각해 양심을 저버릴 수 있다.
이쯤 되면 누가 더 잘못인지 헷갈린다. 양심을 끝까지 지키라는 요구를 계속 시험 삼고 강요하는 우린지, 한 번의 실수로 양심을 저버린 누군가인지. 지금 우리는 덫을 깔고 밟기를, 함정을 파놓고 빠지기만을 기다리는듯하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에선 적어도 한 번이라도 실수로 양심을 저버린 미약한 누군가가 더 잘못인듯하다. ‘당연히’ 그러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었으니 말이다. 이 모든 시험을 ‘아너코드’라는 정신으로 극복해야 한다. 적어도 한동대에선 이게 상식이다. 미약하면 안 된다. 강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항상 시험에 들게 하는 상황은 모두가 피곤하다. 끊임없이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고, 누군가가 정말 시험에 든 사실을 알게 되면 실망하고, 대체로 그 실망의 크기는 크기 때문이다.
실망하지 않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시험에 드는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미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비록 시험에 들더라도 책임질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하고, 애초에 시험에 들지 않게 상황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아너코드라는 정신에 근거한 인간의 미약한 양심에 전적으로 기대지 않게 해야 한다.
시험에 들지 않는 상황을 만든 후에도 아너코드를 악용하면, 그때 비로소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 있다. 누구나 시험에 드는 상황이 펼쳐지는데 시험에 들었다고 비난하는 것은 시험에 들지 않을 수 있는 강자들의 약자에 대한 폭력일 뿐이다. 허물어진 아너코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엔 우리 모두와 구조의 문제가 크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누군가를 시험에 들지 않게 상황을 구성한 후에, 허점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양심에 호소해야 한다. 그래야 하나님께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라고 하는 기도가 조금은 더 잘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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