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환경운동연합, “자연환경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들은 모두 일장일단”

▲ 대구의 뉴욕뉴욕레스토랑에 위치한 도심형 식물공장에서 자라는 식물의 모습. 온도, 습도, 통풍 등이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서 제어된다. 사진기자 이영건
▲ 대구의 카페 ‘커피명가 라핀카’는 국내 최초의 도심형 커피나무 식물공장이다. 이곳엔 1000여 개의 커피모종이 있다. 빨간 조명은 발광다이오드(LED)다. 사진기자 이영건



남극에서도 채소를 먹을 수 있을까? 남극대원들은 눈과 얼음밖에 없는 남극에서 캔과 냉동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하지만 남극에서도 파릇파릇한 채소가 길러지고 있다. 바로 2010년, 농촌진흥청이 만들어 영하 40도도 견딜 수 있는 ‘식물공장’ 덕분이다. 미래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일컬어지는 식물공장을 만나보자!

식물공장, 통제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재배하다
식물공장은 빛,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토양 등 재배환경을 인공적으로 제어해 식물을 계절과 계없이 연속 생산할 수 있는 재배시스템을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비닐하우스는 비닐 필름으로 태양열을 받아들이고 내부 온기는 빠져나가지 않게 해 온실을 만든다. 반면, 식물공장은 발광 다이오드(LED)를 이용해 태양광을 대체하고, 물은 관수시설을 통해, 토양은 양분을 인공적으로 담은 베드(bed)를 통해 조성해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공간이다.
식물공장은 외부환경과 격리돼 있기 때문에 농작물의 재배 중 발생하는 병충해를 방제하기 위해 농약을 칠 필요가 없다. 또한, 산성비와 방사능에 대한 오염 가능성이 거의 없어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안정적인 생산도 식물공장의 큰 특징이다. 식물공장에서 재배되는 채소들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계절에 상관없이 연속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고,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도시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도시의 농사를 통해 농산물의 수송거리를 단축하고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채소의 신선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식물공장을 운영하는 인성테크 김인수 대표는 “일년 내내 계절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아, 저비용으로 친환경의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식물공장이다”라며 “시장의 유통확대를 통해 소형화된 식물공장 생산으로 일반 가정에까지 식물이 보급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식물공장은 농업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인력이 줄어드는 문제의 대안이다. 2014년 국회 입법조사처의 <농가인구의 고령화 지표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농촌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율이 1990년대 11.5%, 2013년 37.3%로 3.2배 증가했다. 식물공장은 이러한 농촌인구 고령화 현상에 대안으로써 경량화된 작업을 통해 고령화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경북농업기술원 신용습 원예경영 연구원은 “고부가가치의 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일손이 덜 가는 식물공장이 노령화 사회의 대책으로 제시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도심형 식물공장의 선두주자
식물공장의 효율성에 일찍이 주목한 해외의 경우, 식물공장 관련 산업이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 한국은 1990년대에 연구를 시작했고, 2009년부터 정부가 식물공장 지원에 박차를 가해 아직은 생소한 편이다. 그중에서 대구, 경북은 식물공장 운영기업이 18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광원 관련 기업 및 기관이 많아 식물공장산업의 기반이 잘 뒷받침돼있는 편이다.
대구시는 설치와 배양액 개발업체를 육성해 식물공장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경북테크노파크 대경식물공장육성사업단과 대구경북디자인센터는 대구, 경북지역에 식물공장의 창업을 통한 시범보급사업에 주력해왔으며, 지금까지 *농촌형 식물공장 8곳과, *도심형 식물공장 5곳을 설치, 지원했다. 특히 도심형 식물공장은 식료품 판매를 통한 이익 창출, 연구개발, 자체적으로 신선한 식료품 조달, 도심 속의 농촌 조성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음식재료 조달, 관광상품으로써의 식물공장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의 ‘뉴욕뉴욕레스토랑’은 도심형 식물공장의 대표적인 사례다. 식당의 오른쪽에는 ‘herb factory’라고 적힌 건물이 있는데, 이곳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대구시의 지원으로 설치된 도심형 식물공장이다. 지난해 5월에 시작해 약 1년 정도가 지난 지금 뉴욕뉴욕레스토랑은 식물공장을 통해 제품원가 절감과 사업 홍보효과 등으로 매출이 지난해보다 5% 성장했고 원가도 3%나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뉴욕레스토랑 조창길 과장은 “자체적 재배를 통해 재료비를 아끼고 신선도를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곳 식물공장은 인간의 손길이 최소화된 자체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식물공장 안 철제 구조물에는 밭의 이랑 역할을 하는 식물 재배용 베드(bed)가 4단으로 만들어져 있다. 폭 50cm, 길이 2.5m인 베드에는 배양액이 흐른다. 씨앗을 주문한 뒤 발아기에서 씨앗의 싹을 틔운 후 모종을 옮겨 심는다. 그 이후 온도와 통풍이 컴퓨터에 의해 자동으로 조절된다.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토양은 배양액이 대신한다. 면적이나 물은 노지 재배에 비해 10% 정도밖에 이용되지 않는다.
식물공장은 농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으로도 이용될 수 있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위치한 카페, 커피명가 라핀카(La Finca)는 국내 최초 커피나무 식물공장을 통해 카페의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라핀카는 뉴욕뉴욕레스토랑과 같이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지원을 받은 도심형 식물공장으로, 47㎡ 남짓한 식물공장에 1,000여 개의 커피 모종을 키우고 있다.
이는 생두에 열을 가하고 볶아 커피콩을 만드는 로스팅(Roasting)의 목적보다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목적이 더 크다. 라핀카는 식물공장을 통한 원재료 절감이 목표가 아니므로 식물공장 덕분에 매출이 늘었다거나, 재료비가 절감되진 않았다. 커피명가 경영지원팀 최윤정 팀장은 “커피나무는 작물 특성상 한국의 기후에서는 산지만큼의 퀄리티를 얻기 힘들다”라며 “우리가 쉽게 소비하는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라핀카에 식물공장을 도입한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높은 설비투자비, 환경오염성, 저품질 논란 해결해야
이처럼 식물공장은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초기 설비투자비 때문에 투자자들이 쉽게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뉴욕뉴욕레스토랑과 커피명가 라핀카의 경우 정부 지원으로 초기 비용의 대부분을 줄였지만, 정부 지원 없이 식물공장을 짓게 되면 큰 비용이 요구된다. 자연 재배나 비닐하우스 등에 비해 조명설비 설치, 운영의 *감가상각비와 *광열비로 인해, 높은 생산비가 들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양승룡 교수는 2011년 <식물공장은 지속가능한 대안인가?>라는 논문을 통해 식물공장은 시설재배에 비해 환경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논문에 따르면, 식물공장의 에너지투입량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시설채소 대비 약 60배 수준이다. 식물공장 상추 1kg을 생산하기 위해 경유 8.7L에 해당하는 1차에너지가 투입되고, 약 15㎏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양 교수는 식물공장의 에너지 다량 소비와 이산화탄소 다량 배출의 이유를 ‘인공광 광합성이라는 식물공장의 본질적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식물공장대책위원회에서 배포한 2014년 <식물공장의 실체,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얘기하자>에 따르면, 식물공장에서 재배된 농산물이 품질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다. 식물공장대책위원회는 그 이유를 태양광과 인공광의 차이, 인위적인 영양액으로 공급하는 양분 때문으로 추측했다. 영양액에 의한 인위적인 영양분은 약 10가지지만, 퇴비로는 몇십 가지, 자연 흙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양분은 그보다 훨씬 많다. 식물공장대책위원회는 배포물을 통해 ‘작물은 햇빛, 바람, 비, 눈, 서리, 추위 등 자연의 날씨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자신의 특징을 드러낸다’라며 ‘이런 조건들을 전부 배제한 식물공장에서 자란 채소가 제대로 된 맛을 낼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전국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팀 김현경 활동가는 ‘이분법적인 흑백논리는 옳지 않은 방향’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대안으로 제시되는 방법들은 자연에서 있는 것보다는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라며 “도시의 인구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텃밭을 보기 힘들다. 자기 집안에서라도 스스로 키워 먹고 싶은 욕구 때문에 이러한 방법이라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고가 아닌 최선의 선택일지라도 환경, 상황에 따라 채택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장점과 수많은 논란에 휩싸인 식물공장 기술, 그 현명한 활용에 관심 둬야 하는 시점이다.

*농촌형 식물공장: 주로 농촌에 지어지는 식물공장으로 식물공장을 통한 수입 창출과 같은 상업적인 목적을 주목적으로 함.
*도심형 식물공장: 주로 도심에 지어지는 식물공장으로 식물공장을 통해 도시미관 조성, 신선한 음식재료 공급을 주목적으로 함.
*감가상각비: 기업이 사용하는 기물이나 설비 등은 해마다 소모되는데 이러한 가치의 감소분을 보전하는 절차.
*광열비: 광원(光源)과 열원(熱源)에 대한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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