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동대가 설립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설립초기 한동대는 ▲교육중심 기독교 대학으로서의 정체성 확립 ▲무전공 입학 ▲복수전공 학부제 등을 통해 20년 전 당시 한국 대학가에서 주도적인 교육개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후 2007년, 한동대는 재도약을 위한 VISION2020 중장기발전계획(이하 중장기발전계획)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당시 기획처장을 맡았던 박혜경 교수는 “이전에는 교육부 평가를 위한 형식적인 중장기발전계획을 작성했었다”라며 “그동안 한 번도 자발적인 중장기발전계획은 없었기에 준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비전2020은 처음기획과 달리 교직원, 학생을 비롯한 한동대 구성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박 교수는 “한동안은 슬로건을 외치며 행사를 했다”라며 “6년이 지나고 (이러한 행사가) 지속적이지 않아 뒤에 들어온 학생들은 (비전2020을) 잊어버린 점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본지는 한동대 설립 20주년을 맞아 6년 전 기획된 비전2020을 점검했다.

6년간 학교 이끌어온 비전2020
중간점검 결과, 전체 시행계획 이행률 69%


2009년, 한동대는 비전2020을 발표하고 10년간의 방향성을 수립했다. 이 계획안은 분야별로 ▲교육중심대학 ▲기독교대학 ▲사회봉사 ▲인성영성 ▲재정행정 ▲글로벌대학 총 6개의 분과로 나뉘고, 각 분과위원장을 선두로 구성한 수립위원회가 ▲목표 ▲전략 ▲세부실행계획을 세웠다. 이후 각 부처별로 ▲단기(2009~2012년) ▲중기(2013~2016년) ▲장기(2017~2020년)로 세부시행계획을 나눠 각 시행계획 별로 담당 부서를 정했다. 본지에서 실시한 전체 분과별 통계 결과, 2009년 계획 수립 후 6년이 지난 현재 비전2020의 전체적인 이행률은 69%였다. 비전2020의 세부실행계획은 총 430개다. 전체 이행률은 교무처, 기획처가 담당하는 135개의 세부실행계획을 제외한 295개의 이행률을 나타낸다.

교육중심대학 분과 이행률 89%로 가장 높아
분과 중 이행률이 가장 높은 분과는 교육중심대학 분과(89%)다. 전체항목(101개)에서 교무처, 기획처의 항목(73개)을 제외한 28개 항목 중 25개를 이행했다. 교육중심대학 분과는 영역별로 ▲학생선발 ▲기초교육 ▲전공교육 ▲교수 ▲연구 ▲졸업생 평생교육 등으로 나뉘고 각각 목표를 가진다.
그 중 입학처가 담당하는 학생선발 영역의 학부입시제도 개선과 홍보활동 강화 전략의 이행도가 높았다. 입학처는 입학사정관제도를 확대하고, 국내외 홍보활동을 예상 수치 이상으로 시행했다. 입학처 이종식 팀장은 “지표로 돼 있는 것보다 (홍보활동을)훨씬 많이 간다”라며 “현재는 입학처에서 200회, 교수님 특강이 100회, 모교방문단 목표가 150회, 나누미가 120회 이상 정도 간다”라고 말했다.
기초교육 영역에서는 교육목표 및 교육과정의 평가, 비교과 활동 평가 및 활성화 전략 등은 교무처에 의해 대체로 이행됐다. 그러나 기초교육 영역 중 교육 지원 체제 개선 전략과 나머지 영역인 ▲전공교육 ▲교수 ▲연구 ▲졸업생 평생교육은 해당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교무처의 취재거부로 시행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기독교대학 분과 이행률, 가장 낮은 41%
이에 비해 기독교대학 분과 이행률은 41%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독교대학 분과의 담당부서는 ▲교목실 ▲교무팀 ▲총무인사팀이다. 이행률은 전체 50개 중 교무팀이 담당하는 28개 항목을 제외한 22개 항목 중 9개가 이행된 수치다.
기독교대학 분과의 목표는 ▲기독교대학의 핵심요소에 대한 신학적 기반 조성 ▲기독교적 교육과정 영역(교육과정) ▲교수의 기독교적 연구/교육 기반 확립(교수) ▲기독교적 직무수행 및 리더십 형성(직원)으로 구체화됐다. 교목실에서는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영성교육 제공의 목표를 갖고 직접적으로 관리∙운영하는 FGBS와 H.C.C등을 시행하고, 단기 선교 및 선교 전 합숙활동을 통해 선교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2012년 이후, 독립기관이었던 교목실은 교내부서로 소속됐다. 그러나 교내부서로 편입 이후 추가 인력과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업무추진이 어려운 상태다. 교목실 김완진 목사는 “비전2020 계획에는 예산부터 직원배정에 대한 계획이 명시돼있지만, 실제로 (계획이) 시행되지 않아 이행률이 낮다”라고 말했다.

인성∙영성, 사회봉사 분야에 집중된 학생처, 이행률 높아
부처별 이행률을 살펴보면, 가장 이행률이 높은 부처는 학생처다. 학생처는 전체 실행계획 121개 중 88%에 해당하는 107개를 완료했다. 학생처에 해당하는 주된 분과는 인성∙영성 분과와 사회봉사 분과다. 인성 분야에 있어 학생처는 팀제도 개선을 위해 학기말 모든 팀의 공동체리더십 보고서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매 학기 팀장 워크숍 또는 팀장교육을 개최하고 있다. 또한, 사회봉사 분야에서도 여러 단체와의 자매결연을 통해 사회봉사네트워크를 늘려가고 있으며, 사회봉사 과목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총 1,840명의 인원이 166개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고려대학교 고등교육정책연구소가 펴낸 ‘한동대학교 사례 연구 보고서’에서 한동대 기계제어공학부의 한 4학년 학생은 “사회봉사도 의무 강제로 하니 처음에는 몸 힘든데 왜 시키나 1학점밖에 안 되는데 싶었는데, (사회봉사) 1, 2를 하면서부터 그 안 속에 있는 가치를 찾은 것 같거든요”라고 말했다. 팀과 학부의 다양한 프로젝트는 교내에서의 사회봉사뿐 아니라, 포항•경북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끼쳤다.


새롭게 기획되는 비전2025
흐지부지된 비전2020, 연구 분야 추가된 비전2025


현동홀, 올네이션스홀 등의 학교 건물 곳곳에는 ‘ARISE&SHINE, VISION2020’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현재 한동대의 비전인 비전2020을 인지하고 있는 한동대 학생들은 얼마나 있을까? 2012년, 본지는 178호에서 당시 2009년 이후 입학한 학우들은 학교 곳곳에 안내판만 봤을 뿐, 어떤 내용인지 잘 알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강단학(경영경제 12) 씨는 “대략 들어봤는데 자세히는 잘 모르고 올네이션스 홀에서 본 것 외에는 없다”라며 “학교에서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3년이 지난 현재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부 교직원들조차 비전2020의 내용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비전2020에 회의적인 교직원들도 적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비전2020은 실현 불가능했던 것일까.

계획과 실무 달랐던 비전2020
발전계획을 주도하고 기획한 것은 교수들이지만, 이 기획을 실현해야 되는 곳은 실무부처였다. 계획자와 실무자가 다른 것이다. 당시 기독교대학 분과장이었던 한윤식 교수는 “작성하는 사람은 작성만 하고 끝냈다”라며 “실무하는 사람들은 너무 이상적인 것을 받았고, 계획서에는 무엇을 해야 한다만 명시돼있으니까. 그래서 실천이 잘 안됐다”라고 말했다.
취재 중 만난 교직원 중 대부분은 비전2020의 문제점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은 수치를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재정분야에서의 목표엔 발전기금 2천억 원 조성이 있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발전기금위원회를 구성 ▲등록금 이외의 기부금 및 수익사업 등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세웠다.
하지만 현재 발전기금위원회는 구성되지 않았고, 기부금 또한 안정적이지 않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캠프운영수입 ▲공공기관사업수입 등의 수익사업(본지 207호 4면 ‘뿌리깊은 재정문제’ 기사 참고)으로 해당 목표를 충족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김대식 기획처장은 “비전2020의 성과를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며 “그 당시 목표치를 너무 높게 책정한 것도 있다”라고 말했다.

추진력 부족한 비전2020

계획 설정 이후 지속적인 추진력 부족도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부분의 부서에서 예산 및 인력 충원이 없어 기존의 사업 외에는 신규사업을 진행하는데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2012년에는 학교 재정환경이 악화돼 전체 부서의 예산이 일부 삭감돼 정도는 더 심화됐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교목실이 있다. 교목실에는 ‘기독교 학술교육 지원 기구의 설립 및 활성화’라는 목표가 설정돼 있었지만, 처음 설정된 인원과 예산을 추가 배정받지 못했다. 결국 교목실은 기독학술교육지원기구를 설립하지 못했고, 이행도도 평가부처 중 가장 낮았다.
또한, 예산 배정이나 인력충원 없이는 새로운 사업을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교목실은 현재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인 간사들이 행정업무를 맡고 있다. 김 목사는 “교목실에는 (실무)부서의 기능이 없다. 학교 편입 후에도 정직원이 없고, 그래서 업무의 연속성도 없다”라고 말했다.
추진력 부족은 타 부서에서도 나타났다. 사회봉사 분과에서는, 한동대 내 종합적 사회봉사 체제 구축을 전략으로 한 실행계획 중 하나였던 사회봉사 전담부서의 구성이 되지 않았다. 지역사회 범위의 사회봉사에서도 지역봉사센터 설치∙운영이라는 전략 하에 있던 ‘설치위원회 구성’ 실행계획이 시행되지 않았다.
글로벌 분과에 있어서는 학생들도 아쉬움을 느꼈다. ‘해외학생들을 위한 글로별 표준에 맞는 생활시설(숙소, 식당)을 완비한다’와 같이 한동대의 글로벌화를 위한 많은 실행계획들이 있지만 실제 학생들의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국제호관에 거주했던 주찬미(경영경제 14) 씨는 “많은 노력은 눈에 보이지만 솔직히 다른 호관에 사는 친구들은 외국인 친구 몇 명 사귀어보지도 못하고 졸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구를 위한 새로운 도약, 비전2025

2009년, 비전2020의 기독교대학 분과위원장을 맡았던 한윤식 교수는 “비전2020은 많은 교수들이 1년 반 이상 걸려서 만든 것이다”라며 “그러다 보니 좀 너무 이상적인 것을 당연히 학교는 어떻게 해야 된다고 했지만, 이것을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용력이나, 인력, 재력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처장은 “새로운 환경에서 옛날의 계획을 갖고 나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기독교대학과 학부중심의 대학이라는 방향이 있지만, 정부재정지원사업 등의 (발전계획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과정에서 학교는 이전의 계획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비전2020인 비전2025를 기획하고 있다.
‘비전2025 및 비전2020 추진 상황 및 계획 보고’에 따르면 새 계획의 추진 배경을 외부환경의 변화와 총장의 새로운 비전 및 정책수용으로 두고 있다. ‘비전2025 추진 TFT(이하 비전2025 TFT)’는 전산전자 한윤식 교수를 팀장으로 5명의 교수가 각 분야 ▲기독교대학 ▲교육 ▲학생 ▲세계화 ▲재정∙행정 등을 맡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비전2025 TFT는 ▲국내외 대학 사례 연구 ▲비전2020 리뷰 ▲현재 상황 및 환경 변화 분석 ▲총장단 인터뷰 ▲비전 및 목표 시안작성을 진행하고 있다.
비전2020과 비전2025의 차이점은 ‘연구’다. 비전2025에는 연구 분과를 신설하고, 한동대 교수들의 연구실적을 향상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연구 분과에서는 연구실적과 기독교적 연구업적, 장순흥 총장의 10대 프로젝트에 대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 비전2025 TFT는 비전2025의 시안을 작성한 뒤 한동대 구성원의 의견수렴을 할 계획이다. 주요 의제별 포럼을 개최하고, 이를 통한 비전 및 목표 초안을 작성할 예정이다.

비전2025 수립을 위한 교수 설문조사
비전2025 TFT는 한동 전체 구성원의 의견수렴에 앞서 93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비전2025 수립을 위한 교수 의견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한동대 성장의 10대 성공 요인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물었으며, ▲교수 ▲기독교 교육철학 ▲조직문화 등 총 10개의 항목을 조사했다. 각 항목은 ‘아주 약화’부터 ‘아주 강화’까지, 과거와 비교해 현재 해당 항목이 어느 정도 변화했는지를 조사했다.
설문결과 가장 두드러진 항목은 교수 항목과 조직문화 항목이었다. 교수 항목은 ▲채용 ▲훈련 ▲교수업적평가제도 시행을 물었다. 교수 항목은 ‘강화’와 ‘아주 강화’ 부분에서 가장 높은 비율(30%)을 기록했고, 모든 항목 중 유일하게 ‘아주 약화’가 없었다. 세부적으로는 재직연수 10년 이하인 응답자는 ‘강화’, ‘아주 강화’가 높았으며, 이와 반대로 재직연수 10년 이상인 응답자는 ‘약화’가 가장 높았다. 설문에 응답한 재직연수 10년 이상의 한 교수는 “평가를 위한 외부적 작용에 행동하고, 바뀌도록 영향을 주어 교수의 헌신이 약화되고 자발성이 줄어드는 부분은 우려된다”라고 응답했다.
조직문화 항목은 교수 항목과 반대로 모든 항목 중 ‘약화’, ‘아주 약화’ 비율(53%)이 높았다. 조직문화 항목에서는 ‘헌신, 자발성, 내리사랑으로 대표되는 한동대의 정신’에 관해 물었다. 가장 큰 차이는 교수의 국적항목에서 났다. 내국인 교수는 59%가 ‘약화’와 ‘아주 약화’를 선택했지만, 외국인 교수는 54%가 ‘강화’ 또는 ‘아주 강화’를 선택했다. 한 내국인 교수는 “열린 소통과 유연성이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변화로 출발한 선배 교수님들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사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문제입니다”라고 응답했다.

비전2025는 이제 막 시작돼 중장기발전계획의 초안을 논의하는 과정에 있다. 비전2025 TFT 한윤식 팀장은 “지금 이걸 보면 논의가 진행되는 중이고, 아직도 이제 여전히 초안에 초안 정도의 성격이다”라며 “또 한가지 문제는 이런 비전 프로젝트는 총장의 프로젝트여야 한다. 이런 비전은 리더가 강력하게 밀고 나가지 않으면 힘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 기획처와 교무팀은 본지가 요청한 비전2020 자체평가보고서에 관한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이에 본지는 각 부처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비전2020의 시행 여부를 묻고 자체적인 시행 여부 평가서를 만들었다. 시행 여부 평가서는 기획처와 교무처를 제외한 ▲교목실 ▲사무처 ▲입학인재개발처 ▲대외협력처 ▲학생처 ▲학술정보처 총 6부처에 대한 시행 여부 통계를 나타낸다. 각 분과별 평가는 전체 개수 중 기획처와 교무처에 담당하는 세부실행계획을 제외한 타 부처의 세부실행계획 이행률이다. 따라서 각 분과의 전체 항목에 개수는 교무처와 기획처를 제외한 수치이며, 각 분과별 세부실행계획에 대한 실무자의 평가 결과로, 기획처의 평가지표와는 다를 수 있음을 밝힌다.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