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제공 장애란

오는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지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사회 약자이며 소수자다. 비장애인들의 동정적인 시선부터 사회에서 느끼는 물리적 장벽들로 장애인들의 삶은 투쟁이다. 장애인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장벽은 얼마나 높을까? 하지만 다행히도 ‘배리어프리(barrier free)’를 통해 이 장벽은 서서히 허물어지는 중이다.


배리어프리, Very Unfree?
장애인을 위한 시설 개선, 아직 부족한 점도 엿보여


2009년, 본지는 ‘휠체어에 앉아 바라본 한동’이라는 제목으로 휠체어를 타고 시각 장애 일일 체험을 진행했다(본지 130호 4 면 참조). 과거 한동대 건물 입구는 수많은 턱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편의시설이 존재해도 다른 것에 가로막혀 유명무실하기도 했고, 엘리베이터는 모든 건물을 통틀어 고작 두 대뿐이었다. 휠체어에 앉아 바라본 한동은 높은 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곳이었다. 6년이 지난 지금, 한동대의 벽은 낮아졌을까. 기자가 직접 체험해봤다.

시각 장애인들에게만 보이는, 보이지 않는 장벽
한동대 교내 시각장애 체험은 매점에서 시작됐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보행 도우미와 동행했다. 우선 안대로 눈을 가리고 나면 빛만 느껴질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의지할 곳은 오로지 손에 쥐어져 있는 막대 하나와 상황짐작을 위한 청각뿐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졌다.
 다행히 매점에서 채플로 이어지는 길은 넓어 장애물을 발견하고 걷는 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다만 기숙사 쪽 보도와 보도를 건너는 길이 모호해 이동을 위해서는 주로 차도를 이용해야 했다. 비전관 쪽 도보와 테니스장 쪽의 도보 사이에 건널목이 존재하지만, 점자블록이 없어 건널목이란 것을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길을 건너면서 학교 내를 주행하는 자동차와도 급작스럽게 마주하는 아찔한 상황도 발생했다. 주로 도보보다 차도를 이용하다 보니 자동차를 피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동차의 속력도 빠르다 보니 피하기도 어려웠다.
 교내 보행자를 위해 차량 규정 속도는 30km/h지만, 대부분 30km/h 이상의 속도로 규정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주말이라 많은 자동차가 다니지 않았지만,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평일 낮에 시각 장애인 혼자 길을 걸었다면 충분히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시간도 더 오래 걸렸다. 걸음마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어 평소 같았으면 15분 정도의 거리를 40분이 걸려 도착했다. 만약 다음 수업이 있다면, 쉬는 시간 15분 내 도착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도 계속된 고난의 길
우여곡절 끝에 건물에 도착해 내부에 들어서도 불편함은 계속된다. 현동홀 건물 내부 점자 블록은 건물 출입구와 계단 사이, 각 층의 엘리베이터 앞 등 최소한으로만 존재했다. 그마저도 미끄럼 방지패드가 깔려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1층을 제외한 각 층 계단 앞에는 설치돼있지 않아 시각 장애인이 계단이 있다는 것을 알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강의실 호수를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강의실 호수를 나타내는 점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강의실뿐만 아니라 교수 오피스 안내판에도 점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보통 시각 장애인은 위치를 외우고, 지팡이에 의지해 걸어간다고 하지만, 최소한의 안내표시도 없는 상황에서 도움 없이 가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속도는 느렸지만 길을 걸을 때, 장애물이 있을 경우 막대와 청각으로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했다. 건물의 위치를 알고, 보행을 돕는 설비가 충분히 있었다면 독립보행도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됐다. 그러나 학교 내 장애인을 향한 부족한 배려는 시각 장애인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게끔 하였다.

대학의 장애인 복지 정책,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어
한동대 교내 시설과 설비 부분은 과거에 비하면 크게 개선됐다. 과거 2009년 기준, 엘리베이터가 효암채플, 오석관, 은혜관 세 곳뿐이었던 것과 달리 현재 엘리베이터는 뉴턴홀, 은혜관과 벧엘관을 제외한 기숙사, 학관 외 나머지 건물에 설치돼있다.
 장애 학생의 교육복지 증진을 위해 학습지원 도우미도 운영되고 있다. 장애 학생이 학습지원 도우미를 신청하게 되면, 사회봉사 또는 근로봉사의 형태로 재학생이 장애 학생의 교수학습을 돕는다. 또한, 연 4회, 학생 지원팀과 한동교육개발센터에서는 장애학생 대상으로 간담회 및 개별 면담을 진행해 불편사항과 요구사항을 접수한다. 생활관에는 장애 학생 침실을 마련해 둬 생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아직 개선될 부분도 있다. 건물 입구마다 높은 턱은 휠체어를 탄 학생이 불편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학교 서점에는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를 탄 학생이 이용하기엔 어렵다. 학관 식당의 자리 간격 또한 협소해 휠체어가 들어가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생활관 샤워실이나, 각 층 입구에도 얕은 턱이 곳곳에 존재해, 몸이 불편한 학생일 경우 생활하기 힘들다.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있다 보니 장애 학생의 대학 지원에도 제동이 걸린다.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김경희 교수는 “지체장애인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비스듬한 거울, 손잡이와 같은 장애학생을 위한 지원이나 물리적 부분이 부족하지 않나”라며 “한동대에 지원하고 싶어도 경사로나 시설 등 물리적인 부분이 미흡하다 보니, 다른 대학 지원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양대는 장애 학생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실행 중이다. 건물마다 경사면이 설치돼 있으며, 장애인용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장애학생지원센터 ‘더불어 숲’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장애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교수학습 및 생활복지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각 장애인용 노트북, 전동 휠체어, 점자 프린터기 등 기자재를 대여해 주기도 한다. 이 외에도 교수 학습 가이드를 마련해 교수가 장애 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준비하기도 하며, 일 년에 두 차례씩 장애학생 특별 지원 위원회를 열기도 한다.
 나사렛대는 장애 복지 최우수 대학교로 꼽힌다. 나사렛대는 장애학생의 교육·복지 지원을 위해 ▲재활복지특성화본부 ▲장애학생 고등교육지원센터 ▲재활 연구소 ▲보조공학센터 등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장애특성에 맞는 맞춤형 수업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수화와 속기 지원, 시각장애학생을 위한 점자 지원, 지체장애학생을 위한 다양한 보조공학기기 지원을 통해 장애학생의 학교생활 적응과 편의제공에 힘쓰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전체 학생 6000명 중 약 300명 정도가 장애인일 만큼 장애 학생의 입학률이 높은 편이다. 이 외에도 서울대, 고려대, 서울신학대 등 8개 학교에서는 청각 장애학생을 위한 속기나, 수화를 통한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경북 장애 복지 수준은 ‘분발’ 등급
경상북도는 장애인 복지 수준에 있어 ‘분발’ 등급을 받았다. 경상북도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발표한 ‘2014년 17개 시도 장애인복지교육 비교조사 결과’에서 전국 평균점수 47.77점보다 낮은 40.39점을 기록했다. 또한, 경상북도는 소득 및 경제활동 지원 영역 전반과 장애 관련 조례 수, 1인당 장애연금 및 수당 지급액 등에서 전국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수학급 설치율, 장애인구 대비 배리어프리 시설 인증수 등도 다른 지역에 비해 적다.
 포항의 실정도 마찬가지다. 한동대 근처 양덕으로만 눈을 돌려봐도 일반적인 카페나 식당에는 나무로 된 계단만이 존재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한 경사로는 보기 힘들었다.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인증’을 받은 건물도 최근 신설된 신포항역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최근 79억 원이 투입된 북부 장애인종합복지관도 건물외곽의 높은 경사도, 셔틀버스의 입구 진입의 어려움 등의 문제가 지적돼, 실제로 사용하기 적합하지 못하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장애인 복지 담당 행정 조직 및 인력의 보강 ▲성인교육, 장애연금 및 수당, 장애아동 수당 등 현금 보전 성격의 예산 확충 ▲장애 관련 위원회 내실화를 통한 당사자 참여 확대 추진과 관련 시설 내 장애인 종사자 채용 촉진 ▲배리어프리 인증 도입을 통한 장애인 접근성 및 이동성 향상을 요구한다.

김 교수는 “많은 서비스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취업, 직업훈련 등은 민간에 맡기기 보다는 관에서 공공성을 띄고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아직 부족하다”며 “장애인의 자활과 자립과 같은 정상화의 이념을 이루려면 공공에서 주도적으로 복지를 확대해, 보편적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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