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데 같이 먹는 친구 녀석이 총학선거 가지고 계속 쫑알거린다. 올해 또 선거가 논란인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시끌벅적하더니, 공부에 방해만 된다. 안 그래도 지난해 시끄러워서 자격증 시험 준비하는데 얼마나 방해됐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도다. 방돌이를 만나도, 친구와 밥을 먹어도, 총학선거에 대해서 꼭 한마디씩은 한다. 다음주 중요한 시험이 있는데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모르겠다. 그리고 만에 하나, 문제 좀 있어도 한 번쯤 넘어가면 안되나? 좋은게 좋은거지!
 그렇다. 한동대 학생사회에서는 좋은 게 좋은거다. 이유 없다. ‘그냥’ 그렇다. 문서 형식을 갖추지 않았다뿐이지 학생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법칙이다. 불문율이다. 이 불문율은 학생정치에서 여러 번 공식적으로 세워졌다. 너무도 당연해 회칙에 적을 필요가 없다. 회칙에 추가할 필요도, 그렇게 회칙을 개정하고 공포할 필요도 없다. 매해, 앞다퉈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제13대 총학생회장단 선거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중선관위는 신분증 제시 없이, 주민등록번호 앞자리와 이름만으로 투표권을 주기로 했다. ‘총학생회 선거세칙(이하 선거세칙)’ 제39조에 어긋난다(현재 선거세칙 제40조). 심지어 이 결정은 당시 총학생회장단 후보 캠프 네 곳의 선거본부장 합의로 이뤄졌다. ‘어찌 됐건 투표율 높으면 좋으니까, 좋은거지.’
 제14대 총학생회장단 선거에서도 불문율은 지켜졌다. 중선관위는 투표율이 50%를 넘지 않아 투표시간을 한 시간 연장했다. 당시 선거세칙 제37조 2항 ‘투표시간은 9시부터 20시까지로 한다’를 위반했다(현재는 선거세칙 제38조 2항). 하지만 결과적으로 20시까지의 투표율은 54%였고, 이에 당시 전학대회는 중선관위의 판단을 ‘미흡’했다고 보고 사과를 권고하기로만 결정했다. ‘결국, 제때 투표율도 넘었는데 뭐 어때, 재투표 귀찮으니까 편한게 좋은거지.’
 뒤이어 6년 만에 불문율은 공식 부활한다. 2014년, 제20대 총학생회장단 선거다. 선거가 진행되는 중간, 선거인 명부에서 선거권이 없는 휴학생이 발견됐다. 수차례 수정됐지만, 오류는 계속됐다. 중선관위는 투표를 끝까지 진행한 후, 선거결과에 대한 처분을 전학대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전학대회에서 위원들은 선거인 명부가 문제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선거권 자체는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보고 선거의 유효를 의결한다. ‘결과적으로 문제없으니까 그냥 넘어가자. 좋은게 좋은거지,’
 이쯤 되면 ‘좋은게 좋은거지’는 한동대 학생사회의 슬로건이다. 과거이자 현재고 미래다. 사실상 학생사회에서 대부분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의결하는 기구가 공식 인정하고, 종종 해마다 확인하는 절차까지 거치니 말이다. 올해도 학생정치는 전학대회에서 이 슬로건을 지켜냈다. 그런데 이 슬로건, 짧게 잡아도 2007년부터 내세운 거다. 강산도 10년이면 바뀐다는데, 10년 되기 2년 전부터 새로운 슬로건 한 번 고민해보는 건 어떤가? 좋은거, 알고 보면 사실, 좋은거 아닐수 있다. 아닌건 아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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