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학기가 시작한 후 한 달여가 지나면 종종 학부 및 팀 학생들로부터 전공 선택과 관련 상담 문의가 오곤 한다. 대개의 경우 자신이 선택한 전공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고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취지의 질문이 많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막상 공부해보니 과목 내용이 어렵고 재미가 없어서 자신의 적성이 아닌 것 같다는 경우가 많았다.
질문을 해오는 학생들의 답답한 마음, 전공 결정을 잘못했다고 느끼는 낭패감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적성’과 ‘진로(전공)’ 에 대한 일종의 착각(?)이 우리 안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 학생들 사이에, ‘내 소명과 달란트에 부합하는 전공을 선택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 어려워도 내게는 정말 쉬울 것이다’라는 환상(?)이 있는 것은 아닐지. 물론 그런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모두에게 어려운 과목은 내게도 어려운 법이며, 모두에게 쉬운 과목은 내게도 쉬운 법이다. 즉 쉽고 어렵고의 여부, 재미의 유무가 자신의 적성과 반드시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 더욱이 진로 선택이 단순히 전공의 난이도에 따라 좌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혹시 전공 선택 후 마음이 어려운 학생이 있다면, 조금 더 멀리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20년, 30년 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시절 필요한 전공이 무엇인지 기도하고 고민한 후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어느 전공이든 그 전공의 ‘맛’과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노력’의 시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처음 공부하는 과정에서 어렵고 재미없고 답답하더라도 좌절하고 바로다른 선택을 하기 보다는 적어도 1년 이상은 기도하면서 꾸준히 성실히 공부 방법을 보완해가면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정도의 노력을 한 후에도 여전히 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판단되면 그 때 다른 길을 가는 것이 미련을 덜 남기고 덜 방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내 학창 시절을 돌아보아도 그랬던 것 같다. 대학 1학년 1학기, 유독 법과목만 제일 학점이 안 좋았었다. 교수님을 찾아가서 공부 방법을 여쭈어보기도 했지만 2학기 법과목의 성적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만일 그 당시 한동대가 있었고 내가 한동대를 다녔다면 평소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던 다른 전공으로 전공을 바꾸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는 전공변경이 거의 불가능하던 시절이었기에 법과목을 본격적으로 수강해야 했던 2학년 진학을 앞둔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사실상 다시 한 번 정공법으로 법을 공부해보는 방법뿐이었다. 다행히 결과는 감사하게도 대반전이었다. 이후 법 공부의 재미를 느끼며 더욱 사명의식을 갖고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물론 필자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이며, 적절한 순간 다른 길을 택하는 것이 지혜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전공 선택 초반인 너무 빠른 시점에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불안감과 회의감에 시달리는 학생이 있다면, ‘적성’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본적으로 필요한 ‘노력’의 정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자세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비단, 전공 선택과 진로의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시간과 노력이 필수적으로 소요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인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대 대학생시절, 솔직하게 내가 나 자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함을 고백하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그분께 인도하심을 구하며 꾸준한 노력을 통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 과정이 지나면 어느 순간 ‘이 길이 내 길이구나’, ‘내게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 하고 느끼며 자신의 길과 숨겨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을 얻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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