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이 만개한 경상북도 수목원의 모습. 사진출처 경상북도수목원

봄바람 휘날리며, 벚꽃 잎이 흩날리는 봄이 다가왔다. 봄과 함께 다가오는 식목일을 맞아 지난 3월 25일, 포항시 북구 죽장면에 있는 ‘경상북도 수목원’을 방문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이 곳은 해발 650m, 한국에서 두 번째로 높이 위치한 수목원이다. 고도가 높은 덕분에 *남방한계와 북방한계 식물 모두를 관람할 수 있다.

2,727헥타르(ha)라는 면적이 말해주듯, 경상북도 수목원의 크기는 상상 이상이다. 전문수목원 6개, 일반수목원 7개, 특수정원 11개 등 24개의 소원(小園)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게 다양한 곳들을 찬찬히 전부 둘러보려면 반나절 이상이 걸리는 만큼, 관람 동선을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좋다. 숲해설가들의 도움을 받아 수목원을 돌아볼 수도 있다.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숲해설이 있고, 최소 3일 전에 예약하면 원하는 시간에 해설을 들을 수도 있다. 기자는 이종운 숲해설가와 함께 2시간에 걸쳐 수목원을 돌아보았다.

내가 나무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무는 나에게로 와서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산수유는 산에서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이종운 숲해설가는 나무에 얽힌 신기하고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나무의 이름이 붙여진 사연을 들려줬다. 임금의 수라상에 올려졌다 하여 상수리나무, 가지가 층층으로 매달려 있다 해서 층층나무, 5리마다 세운 나무라 해서 산오리나무, 15리마다 있어서 시오리나무라 불렸던 히오리나무 등 우리가 허투루 지나가는 나무에도 뜻을 담은 이름이 붙어있다. 나무의 이름표를 살펴보며 찬찬히 수목원을 돌아보는 것은 하나의 묘미다. 그렇다면 나무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질까?
첫째는 환경이다. 물봉선과 물수세미와 같이 물 근처에서 자라면 ‘물’자가 들어간다. 높은 곳에 살면 ‘구름’이 들어간다. 해발고도 1,000m 이상에서만 자라는 구름병아리난초가 대표적인 예다. 둘째는 품질이다. 참나무나 참수리나무처럼 ‘참’이 들어가면 품질이 좋은 나무, 개오동나무나 개옻나무처럼 ‘개’자가 들어가면 품질이 떨어지는 나무, 쪽동백나무와 같이 ‘쪽’자가 들어가면 나무가 작음을 나타낸다. 셋째는 모양이다. 가침박달은 바느질할 때 감침질 할 때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해서 가침박달이란 이름이 붙었다.
숲을 돌다 보니 나무에 붙어있는 이름표에 한글 이름과 함께 라틴어로 된 학명이 적혀 있었다. 이종운 숲해설가는 거리의 왕벚나무를 보며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식물인데도 외국의 학명으로 기재되는 식물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왕벚나무의 학명은 ‘prunus yedonesis’인데, 여기서 ‘yedo’는 일본의 옛 수도인 ‘에도’를 뜻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이 식물에 대한 관심을 미처 두지 못했을 때에, 일본은 자생지가 한국인 식물들을 자국의 이름을 따 학명화한 것이다. 그는 “지금이라도 우리나라의 특산식물에 관심을 두고 소중히 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다양한 수목과 푸른 연못, 숲문화시설까지 한 자리에

수목원을 걷다 보면 푸르른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연못인 삼미담(森未潭)에 이르게 된다. 삼미담은 ‘숲에서(森) 미래(未)를 보는 연못(潭)’이라는 뜻을 가진 한편, ‘숲이 우리의 미래다’라는 뜻도 담고 있다. 삼미담에는 갖가지 색의 수련과 부들, 연(蓮)이 있고, 연못 중앙에는 축소된 독도가 조성돼있다. 삼미담을 따라 걷다 보면 한국의 옛 너와집과 숯가마를 전시해둔 숲문화시설을 볼 수 있다. 이종운 숲해설가는 대표적인 우리집인 너와집과 굴피집에 대해 설명했다. 너와집은 지붕의 재료가 소나무고 굴피집은 굴참나무 껍질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경상북도 수목원은 특히 울릉도, 독도 식물에 대한 보존이 잘 이뤄지고 있다. 울릉도는 예로부터 육지의 식생과 분리돼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식생을 지니고 있다. 앞에 ‘섬’이 들어간 식물들은 대부분 울릉도가 자생지라고 한다. 섬국수나무, 섬기린초, 섬백리향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전시온실에서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자랄 수 없는 열대수종과 온대수종을 볼 수 있다. 열대수종과 온대수종을 보다 보면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온실 안에서는 *분재 또한 전시되어 있다. 가로수원에서는 도시에 활기를 불어주는 가로수 53종을 전시하고 있다. 느티나무, 왕벚나무, 자귀나무, 은행나무, 이팝나무 등 가로수로 활용되는 나무들이 있어, 5월 이후에 찾아간다면 꽃이 만발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수목원은 지상 최대 마음의 병동”

지피식물원에 다다르면 땅에 낮게 자라는 식물들을 볼 수 있다. *지피식물은 땅에 밀착돼 자라며, 유난히 낮게 있기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선 몸을 낮출 수밖에 없다. 이종운 숲해설가는 “지피식물은 우리에게 진정한 겸손의 자세가 무엇인지 가르쳐줘요”라고 말했다. 그는 “수목원은 지상 최대의 마음의 병동이에요”라며 “사실 식물은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어요. 우리는 식물이 없으면 하루도 살아갈 수 없지요. 나무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이익을 돈으로 환산하면 1인당 200만 원이 넘는다고 해요. 그만큼 우리는 식물을 지배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식물에 감사하며 살아가야 해요”라고 말했다.
한 바퀴를 다 둘러본 후 이 해설가는 “꽃이 핀 5~6월에 오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나무에 대해 알고 나무를 보면 애착이 생깁니다. 수목원에 오시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걷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벚꽃이 만개하는 봄, 지친 당신의 마음에 힐링이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남방한계: 수목이나 작물의 재배와 생육에는 기후의 영향이 크므로 열대성의 고온다습한 기후에 적합한 식물은 한랭한 기후에서는 생육되지 않고, 이와 같이 어떤 기후형의 북방 또는 남방의 지리적 한계를 말함
*분재: 나무를 화분에 심어 가꾸는 일
*지피식물: 지표를 낮게 덮는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이종운 숲해설가님, 더 알려주세요!
Q 왕벚나무와 산벚나무는 어떻게 다른가요?

보통 봄에 거리에서 많이 보이는 벚꽃나무가 바로 왕벚입니다. 왕벚은 화려하게 훅 피었다가 한 번에 저버리지요. 일본은 이러한 왕벚나무의 특징이 자신들과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하여 자국에 가져다 많이 심어놨어요.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왕벚나무의 원산지를 일본으로 아는데, 우리나라 제주도에요. 반면에, 산벚은 꽃과 잎이 같이 올라오고 꽃도 조금 옅은 연홍색을 띠어 왕벚보다 덜 화려해요. 은은하게 더 오래 핀다는 게 산벚만의 매력이지요. 이렇게 알고 보면 산벚나무에 더 애착이 가요.

Q 진달래와 철쭉을 구별하기 참 어려워요. 어떻게 구분을 할 수 있을까요?

진달래는 봄이 되면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먼저 피고 그다음 잎이 나와요. 그에 반해 철쭉은 잎이 나오고 꽃이 펴, 잎과 꽃을 같이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잎이 없고 꽃만 있는 건 진달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진달래를 먹을 수 있는 꽃이지만 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어요. 산에서 진달래처럼 보인다고 함부로 따먹으시면 안 됩니다.

Q 생강나무와 산수유는 또 어떻게 다르죠?

산수유의 나무껍질은 갈색빛에 얇게 갈라져 보풀이 인 것처럼 나는 반면, 생강나무의 껍질을 약간 두툼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산수유 꽃은 꽃의 받침대가 꽃을 위로 모아주어 둥그렇게 피는 게 아니라, 위쪽으로 꽃받침과 약간 떨어져 피웁니다. 이와 달리, 생강나무 꽃은 꽃이 송이송이 동그랗게 모여서 피지요. 가장 큰 차이는 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꺾어 냄새를 맡아 보면 알 수 있어요. 생강나무는 정말 생강냄새
가 난답니다.

 

<경상북도 수목원>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수목원로 647
문의: 054-260-6130/www.gbarboretum.org
관람 시간: 하절기(3월~10월) 10:00~17:00/동절기(11월~2월)10:00~16:00
휴원일: 1월 1일, 설날, 추석
관람료, 주차비: 무료

<경상북도 수목원 가는 법>

포항에서 경상북도수목원 바로 가는 버스는 1대뿐입니다. 이 버스는 포항시내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지 않고 죽도성당 맞은편 포항역에서 오거리방향 정류장에서 오전 11시에 출발합니다. 포항에서 500번 시내좌석버스(반드시 청하행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500번 중 다른지역으로 가는 버스도 있습니다)를 타고 청하지선시내버스 환승센터까지 갑니다. 그곳에서 상·하옥행 시내좌석버스로 환승하여 경상북도 수목원으로 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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