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심규진, 이준철, 박주로 동문. 동갑내기 친구인 세 동문이 2시간 가량의 긴 인터뷰가 끝나고 환하게 웃고있다. 사진 이찬석 기자



제20대 총학생회 선거는 한동대 학생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것은 ‘오늘의 한동’만의 고민이었을까? 이 물음에 답을 얻으려 본지는 ▲제13대 총학생회장 이준철 ▲제15대 총학생회장 심규진 ▲제17대 총학생회장 박주로 동문에게 물었다.
※지면에는 요약한 인터뷰를 실었으며 전문은 홈페이지에서 열람 가능하다.

Q 선배님들이 기억하는 한동대의 모습은 어떤가요?
이준철 동문(이하 이) 대학생 하면 풋풋한데, 한동은 더 풋풋한 것 같아요. 더 때 묻지 않고, 더 순수하고, 그래서 열정도 있고.
심규진 동문(이하 심) 한동대 친구들이 찾아오면 ‘내가 좀 더 거룩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그래서 한동대하면 그냥 신앙의 고향 같은 그런 느낌?
박주로 동문(이하 박) 선거캠프를 할 때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어떻게 더 행복하게 만들 것이냐?’를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내가 그때처럼 내 열정을 받쳐 서로 토론하고 그것을 실천해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자꾸 생각나죠. 저에게 한동은 그런 공간이에요.

Q 한동대의 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나로 규정할 수 없지만, 타인의 아픔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 타인의 아픔에 동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개신교든 아니든, 인간으로 온 예수라는 존재에 대해 깊게 묵상하고, 그 사람의 가치를 위해서 한번 살아보자 하는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직이에요, 정직. 사실 몇 달 전에도 상사와 트러블이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대충 처리해’ 하는데 저는 못하겠다고, 그래서 한번 싸웠어요. 나도 정직한 사람은 아닌데, 한동대생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Q 하나님의 대학을 만들어가는데 학생 정치가 핵심이잖아요? 전 학생회장으로서, 총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총학을 1년 해보니까 우리 학교가 이런 게 좀 있는 것 같아요. 학생회장으로서 교수님, 총장님과 대화하러 가보면 회장과 교수님의 만남이 아니고, ‘이제 너희는 자라나는 청년부 아이들, 나는 장로고 권사니까 이렇게 하자’ 이런 게 좀 있어요. 그렇다고 학생회장이 ‘네, 알겠습니다. 장로님’ 이게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교수님, 저희 생각은 좀 다릅니다’고 말하는 것, 이 균형을 이루는 역할인 것 같아요.
첫 번째, 학생회장은 집행부의 리더로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행정적인 역할을 해주는 것. 두 번째,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정치기구가 되는 것. 학생들의 목소리를 학교 혹은 대외로, 대한민국 사회의 학생 정치로서 제대로 된 의사를 전달하는 일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총학생회 자리가 희생∙헌신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가 리더가 되면, 헌신이나 희생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죠. 그렇게 되면 어떤 의무에 대해 면피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때문에 희생이랑 헌신을 내가 스스로 말하는 순간, 그것은 아니죠.

Q 총학생회 집행부를 운영하면서 권한과 영향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셨어요?
총학은 일 년의 한동의 모습을 그릴 수 있는 큰 한 축이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한동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우리가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있죠.

Q 총학의 권한과 영향력은 크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한동대 학생회장이 권한이 많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래 집행부는 권한이 있거든요. 이 권한이 당연한데, 그걸 반대로 과도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총학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는데, 얘기를 많이 안 하니까 마치 학생회장이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한동대에서 주요 결정을 학생회장 단독으로 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구조에요.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가로축을 ‘학생회장의 열정’이라 하고 세로축을 ‘권한’이라고 했을 때, 학생회장의 열정과 권한은 비례하는 것 같아요. 무엇을 하려고 하면 끝없이 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지만 학생 정치에 별 관심이 없으면 권한이 굉장히 없어 보이죠.
다른 학교와 비교하면 한동대 시스템은 진짜 세련됐어요. 한동대만큼 집행부가 큰 곳은 없죠. 학부대표들이 견제할 수 있는 구조가 있을 뿐만 아니라 팀장들이 모여서 평의회를 만들고, 거기서 직무감찰과 집행 정치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이건 시스템적으로 거의 뭐 완벽하다! 잘 반응만 하면 충분히 훌륭한 일들을 맡을 수 있죠.

Q 이준철 선배님 때는 네 팀, 다른 선배님들은 각각 두 팀씩 후보가 나왔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그때는 왜 학생 정치가 활발했을까요?
글쎄요…. 우리는 한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항상 있었어요. 채플에서 시위도 하고, 한동은 죽었다고 고사도 하고. 근데, 사람들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학생회장 출신이라는 졸업생을 배출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에요. 이것은 졸업한 선배들의 책임도 있고. 교수님들도 강의실 혹은 팀모임에서 이런 부분들을 학생들한테 도전하게 해주셔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의사결정 과정의 중심에서 결정을 조율하고 끌어낸다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경험이에요. 근데 이게 대단하다고 얘기해주지 않으면 몰라요. 학생회장이라는 그 한 줄로만 알 뿐이에요. 근데 이게 한 줄이 한 줄이 아니죠.

Q 최근 본지에서 실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동대 학생의 정치적 소속감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왜 정치적 소속감이 낮을까요?
한국에서 말하는 ‘정치’의 부정적인 의미 때문인 것 같아요. 일반 국민들만 봐도 국회의원들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잖아요. 아마 학생분들도 그랬을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여의도에서 타 학교 학생회장 출신들이랑 정치 스터디를 했는데, 게네들은 재임 동안 자기를 아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수치가 의미 있으려면 타 대학과 비교를 해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Q 학생들의 정치적 효능감도 낮았습니다. 전 학생회장으로서 이것은 어떻게 해석하시나요?
저는 총학생회를 하면서 오히려 학생들이 존중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거든요? 그것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오히려 많았어요. 하지만 단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고 묻는다면, ‘제대로 된 총학생회가 등장해서 그 사람들이 총학생회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가 최선의 답이네요.

Q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다 보면, 사회적 의제를 학교로 끌고 오는데 미온해지지 않을까요?
2008년도 때 광우병 파동이 있었죠. 총학의 일차적인 역할은 ‘한동의 특성상 외부적 이슈를 알릴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어쨌든 입장을 정해야 한다’ 였어요. 이것을 여론 조사해서 ‘51%가 나오면 이 의견이 맞습니다’ 하는 건 정말 아니죠. 학생 정치 리더십이 내부 회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하고, 이를 분명히 학생들에게 알려야 해요. 그래서 학생들이 안 따라오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거고, 따라오면 거기에서 어떤 결과를 얻는 것이고.
리더십은 권한보단 책임을 생각해야 해요. 학내에서 논란이 일거나, 사람들이 치고받고 싸울 수도 있잖아요. 그것을 방관하면 안 되죠. 학생회장이 짊어지지 않으면 학생들은 계속 싸우는 거에요.
나는 학생회장이 하는 일 중 가장 힘든 게 이거였어요. 최대한 학내에서 학생들의 토론이 이룰 수 있게끔 노력을 했고, 특수한 경우에만 견해를 밝혔어요. 이것은 책임을 져야 하는 거에요.

Q 이준철 선배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제13대 총학생회장단 선거 당시 중선관위의 실수로 당선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학생 총투표 갔었잖아요? 그때 중선관위 실수를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중선관위는 헌법적인 기관이에요. 한동대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중선관위에서 뭔가 결정을 했으면 따르는 게 맞는 거죠. 학생 정치는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어요. 중선관위한테 완벽함을 기대할 수는 없죠. 저는 그걸 너무 비판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학생 정치를 하다 보면 실수는 의도치 않게 무조건 생겨요. 근데 그 실수를 제대로 처리하는 방법이 미숙하다 보니까 그게 뻥튀기가 돼요. 학생 정치를 다른 데서 보면 ‘그냥 주의 정도 하면 되겠구나’ 뭐 이런 상황인데. 또 하나, 다른 대학 같은 경우 중선관위를 거의 학생회장과 동일하게 대우해줘요. 하지만 한동대는 인식 자체가 그러지 못하죠. 그렇기 때문에 중선관위 사람들은 ‘약간 면피할 정도만 하자’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거에요. 저 같아도 아마 그랬을 거에요. 그러다 보니까 계속 실수가 나오는 거에요.

Q 박주로 선배님 때에는 큰 사업을 많이 이루셨던 것 같아요. 식당개혁∙평봉필드 같은 큰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셨는데, 학교와 어떻게 협의를 하셨나요?
저는 총학생회에 쌓여왔던 데이터들을 다 모았어요. 우리가 가진 데이터가 학교에서 갖고 있는 것보다 많으니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죠. 그리고 학생회장이 자꾸 단독으로 하려고 하면 안 되는 거 같아요. 그 당시에 학교에서 나온 잔디 구장 설계를 보니, 잔디 구장 말고 나머지는 기능을 제대로 못 하게 돼 있었죠. 그런데 학교에선 이미 설계가 들어가서 더 변경하면 손실이 크다는 거에요. 그래서 바로 학교에 있는 모든 운동 동아리를 다 모았고, 회의 내용을 정리해서 전달했어요. 학교도 모든 동아리가 모여서 의견 전달하니까 오케이 하신 거죠.

Q ‘하나님의 대학’ 은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하나님의 대학’은 우리가 다 담을 수 없는 넓은 의미지만, 구별되게 살겠다는 다짐이죠. 따라서 하나님의 대학은 우리의 소명이고 지향이죠.
‘하나님의 대학’은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답을 ‘성경’에서 찾으려고 노력하는 그 일련의 활동들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Q 마지막으로 전 학생회장으로서, 사회 직장인으로서 후배들한테 하고 싶으신 말씀 있나요?
선배들이 했던 고민과 우리가 했던 고민이 맥이 이어져 있어요. 저는 이 고민이 지금 학생 정치를 꿈꾸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혹시 학생 정치에 대해서 꿈꾸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정말 과감하게 도전하세요. 한동에서 진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에요.
나는 학생회장 나가기 전에 준철이한테 물었어요. “준철아 내가 굉장히 자격이 없는 것 같고, 잘 못 할 것 같은데 어떡하지?”라고. 근데 준철이는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귀하고, 좋은 도전이라고 하더라고요. 준철이가 내게 해줬던 말 후배들에게 그대로.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최고의 기쁨은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했을 때, 악함보다 선함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두려움이 있을 수도 있어요. ‘시간을 빼앗기지 않을까?’ 혹은 ‘어떤 것에 얽매이지 않을까?’ 하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거. 어려움을 생각하기보다는 그 후를 기대하고 학생 정치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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