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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을미(乙美)년다운 을미(乙未)년이 됐으면
문세미 기자  |  moonsm@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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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18  18: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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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능통할 것. 번역/통역 경험자 우대. 근무기간은 6개월 이상이며, 주 5일 근무. 업무는 인권위 뉴스레터(한글판, 영문판) 등 작성 및 배포 지원과 국내외 교류협력 업무 지원이며, 보수는 무급. 식비지급 또한 없음. 단, 업무출장 시 여비 지급함.”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턴 공고가 방송을 탄 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쉽지 않은 자격조건에 업무 강도는 직원 못지 않으면서 ‘무급’ 조건을 당당히 내걸었기 때문이다. 국가 ‘인권’ 기관에서조차 무급인턴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법규에 나와있지 않다며 업무특성상 문제가 있다면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4년 인턴 공고문을 보면 개정은 현재까지 감감 무소식인 듯 하다.
인턴은 ‘회사나 기관 따위의 정식 구성원이 되기에 앞서 훈련을 받는 사람, 또는 그 과정’을 뜻한다. 일을 위해 교육을 받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러나 실상은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조차 나와있지 않으며, 하는 일은 직원 못지않다. 교육과정이 나와있는 미국의 사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무급인턴 공고는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실제로 갑질에 대한 기사를 취재하면서 취재차, 교내정보사이트 히즈넷(HISNet)에 ‘인턴’을 검색해봤다. 올라온 공고 중 주한미국대사관의 여름인턴 모집이 눈길을 끌었다. 이 정도면 취업 자기소개서에 들어가면 좋을 듯 싶었다. 혹시나 내용을 쭉 살펴보니 역시, 보수는 제공되지 않았다. ‘학생들로 하여금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귀중한 경험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란 문구가 눈길을 끈다.
취업 경쟁 속에 자기소개서에 스펙 한 줄이라도 더 채워 넣기 위해 누군가는 무보수라도 인턴에 지원하겠지만, 돈 한 푼이 아쉬운 다른 청춘은 이마저도 어렵다. 몇 달을 무급으로 일하면서 식대, 교통비까지 책임지는 것은 그들에게 크나큰 벽이다. ‘돈 없으면 인턴도 못한다’라는 말이 갑자기 흘러나온 게 아니다.
아르바이트 시장 상황도 만만치 않다. 최저시급은 최고시급이 된지 오래다. 수습기간이라는 명목 하에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임금을 깎는 경우도 흔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최저시급을 맞춰주는 곳은 최고의 일터다. 주휴수당은 바라지도 못한다.
나도 그랬다. 최저시급보다 적은 돈을 받아도,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말 한 번 제대로 꺼내보지 못했다. 부당함을 요구하면 고용주는 당당하게 말한다. “너 말고도 일 할 사람 많아!” 당당한 태도에 알바생은 할말이 없다. 오늘도 속으로 화만 삭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돈이 사람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지, 사람이 돈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돈으로 사람을 묶기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생을 위해 돈은 쓰여야 한다. 갑을관계도 마찬가지다. 갑을관계보다는 상생하는 관계로서 나아가야 한다.
2015 을미년이다. 이번 한 해는 을들에게 아름다운 한 해가 될 수 있는 을미(乙美)년이 됐으면,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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