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유니온에서 6∙4 지방선거 정책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 청년유니온



만연한 갑질 속의 을, 그들이 살아가는 법
을에 지친 청년들, 연대로 ‘을질’하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대부분의 경우에 ‘을’의 자리에 위치한다. 그리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감정노동을 강요받는다. 이런 갑의 횡포에 청년들은 서서히 지쳐간다. 을. 그들은 어떻게 갑질을 극복해야 할까? 이번 기사에서는 연대로 ‘을질’하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갑의 횡포’에 을로서 살아남는 법
갑질의 가장 대표적인 피해사례는 임금을 적게 받는 경우다. 물질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서 작성 ▲주휴수당 요구 ▲최저임금 등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로계약체결 시 근로계약서 작성은 근로 노동법에 명시돼 있을 만큼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만약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일을 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CCTV나 고용사실 녹음 파일 등 증명할 자료가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노동문제에 있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를 경우엔 고용노동부를 통해 전화상담을 받거나, 알바노조나 청년유니온과 같은 단체를 통해서 무료로 노동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대표적인 갑질로 꼽히는 강요된 감정노동으로 을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막대하다. 자살충동을 느끼고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감정노동연구소 김태흥 소장은 감정노동 피해자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소장은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감정노동방어권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년 여 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 소장은 감정노동이 일종의 폭탄돌리기라고 말했다.
“사실은 갑질하는 인간도 어느 장소에서는 을이 돼요. 돌고 돌아서 내 가족, 혹은 나에서 올 수도 있어요. 온 국민이 감정노동을 당하여 분노지수가 쌓여서 어딘가에서 그걸 풀고 싶어하는 거죠. 그래서 자신이 을일 때 받은 분노를 갑의 위치가 되었을 때 푸는 거죠. 이것은 서로서로 죽이는 일로 이러한 감정노동의 폭탄돌리기에 대하여 자신이 먼저 끊어내야 해요.”

최저임금 인상, 목표는 상생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인상하라!” ‘알바연대 알바노조(이하 알바노조)’는 ‘최저임금 1만 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영세상인 죽이는 과도한 요구라고 생각될 수 있으나, 이들은 영세상인에 대항하지 않고 자본 중심의 정부와 대기업 중심의 체제에 대항한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기본급과 공적급여가 올라 직장인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시급 1만 원이 되면 일자리를 가지는 영세상인들이 늘어 자영업 경쟁이 낮아질 수 있고, 소비수준도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즉, 직장인, 영세상인과 자영업자, 알바생 모두의 행복을 위해 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알바노조는 지난달 7일, ▲노동자 퇴사 강요 ▲자진퇴사 기록 강요 ▲‘블랙리스트’ 보유 ▲경력 노동자 미대우 ▲꺾기 근무 등을 지적하며 맥도날드에 항의하기 위해 맥도날드를 점거하기도 했다. 비용문제와 정보부족으로 전문가의 실질적 조력을 얻기어려운 알바생들에게 무료상담과 노동법 교육 등 다양을 지원하는 알바 상담소도 운영 중이다. 또한, 실직적인 피해 구제를 위해 공인노무사들과의 협업체계를 구축하여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의 현장 대처법을 알려준다.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노조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으로 만 15세부터 39세까지의 청년들이 활동하고 있는 ‘청년유니온’도 있다. 청년들이 주도해 활동하는 만큼 그들이 처한 상황, 청년노동권이라는 문제에 주목한다. 이들은 청년들의 고용안정과 노동권 보장, 생활안정을 위한 기획사업과 입법활동,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2010년 말, 한 20대 피자 배달부가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던 중 버스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청년유니온은 피자업계가 소비자 만족을 위해 실시한 ‘30분 내 배달’이 위험한 오토바이 운행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하며 ‘피자업계 30분 내 배달제 폐지’ 운동을 펼쳤다. 결국 피자업계는 이 관행을 폐지했다. 이 외에도 토익(TOEIC) 시험 응시료 인하 및 환불규정개선, 편의점 알바생 최저임금 보장 등의 활동을 해왔다.
올해엔 블랙기업을 규정하고, 그들의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블랙기업 퇴출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블랙기업은 계약직과 인턴 등 고용불안 상태에 있는 청년들에게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 불합리한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으로 블랙기업의 행태로 장시간 노동(69.8%), 연장수당 미지급(36.5%), 임금체불(31.7%), 폭언(23.8%), 근로계약서 미작성(15.9%), 성희롱∙성추행(7.9%) 등이 드러났다.
청년유니온은 지역별로도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대구지부에서는 대구지역 커피전문점 알바생 주휴수급 보장, 대구지역 대학생 노동 실태조사 및 교육, 우리 주변의 암울한 청년들의 일상을 담은 책 <아는 사람 이야기> 출판을 통한 문제의식 고취 등의 활동을 통해 지역의 청년노동권 문제에 대해 다루어왔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관리비에 대한 문제를 알리기 위해 연구를 통해 적정 수준의 관리비 기준을 제시한다. 표준원룸관리비 기준표 ‘원룸관리비 얼마 내세요?’에 따르면 15세대 원룸일 때 월14,000~15,000 원정도가 적정 관리비이며, 이 이상은 부당한 관리비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엔 서울시와 계약을 체결하고 관리비에 관한 세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민달팽이 유니온의 권지웅 대표는 본인에 맞는 권리를 주장하라고 말한다. “주거 쪽에서는 50~60대 기성세대 집주인이 갑일 경우가 많아요. 그렇지만 대학생과 청년 스스로가 자기가 어리다라는 자각보다는 세입자로서의 권리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집주인과의 관계가 나이나 성별이라는 관계가 아니라 세입자로서의 관계로서요.”
패션노조, 미용노조도 최근 탄생했다. 패션노조는 패션계 열정페이 논란의 중심, 이상봉 디자이너에게 2014 청년착취대상을 수여했다. 지난달엔 패션노조, 알바노조,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패션계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임금체불을 해결하기 위해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충남대 경영학과 이도희 교수는 갑과 을이 올바른 상생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갑이 영원한 갑일 수 없고, 을이 영원한 을일 수 없습니다. 갑이 을이 되고, 을이 갑이 되는 순환적 공생을 제고한다면, 서로를 위한 상생적 갈등관리 방안이 필요합니다. 갑과 을이 맞닥뜨려야 할 갈등관리는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감정노동방어권: 감정노동을 당하는 노동자가 그 자리를 피하고 상대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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