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개봉한 공포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피>는 미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포영화들에 비해 이례적인 흥행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결은 실제와 같이 보이는 영화의 형식과 관련되어 있다. 영화가 준 사실성이 관객들을 더 큰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것이다. 이런 유형의 영화를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 칭한다. 제작자가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실제 영상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론을 살펴보면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첫 장면은 한 자막으로 시작하는데 구체적인 가족과 지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객관성을 높여 이것이 실제 영상임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은 이것이 실화라는 것을 더 강하게 신뢰하게 되고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라고 인지하며 보게 된다. 또한, 영화의 내용 속에서도 기존 영화와는 차별되는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다른 공포영화와는 달리 귀신이라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공포를 주는 존재는 카메라 앞에 드러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간접적으로 등장인물에게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의 공포영화가 시각적인 요소를 통해 관객에게 공포를 느끼게 한 것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심리적, 내면적으로 공포의 대상이 사실이라는 인지를 통해 오는 공포, 즉 실제적 공포를 사용한다. 또한, 극영화 제작에서는 쓰이지 않는 소형 캠코더를 이용해 촬영된 거친 화면과 다듬어지지 않은 생생한 음향은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라는 신뢰를 가지게 하여 영화에 대한 몰입성을 높여 준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페이크 다큐멘터리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에서 사실임을 보이기 위해 쓰이는 방법론을 활용하여 만든 극영화를 뜻한다.
사실처럼 보이고, 관객이 사실로 받아들인다고 그것을 여전히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의 본질은 텍스트가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진실에 있다. 그러므로 텍스트가 가상세계를 다루고 있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그 본질이 변질되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라고 정의할 수 없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객의 믿음을 이용하여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것이 모두 사실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사실인 줄로만 알았던 영화가 실제로는 ‘사실성’을 이용하여 관객들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 관객들은 다큐멘터리의 ‘사실성’에 의심을 갖게 되고 다큐멘터리 역시도 관객을 속이기 위한 허구적 장치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다큐멘터리가 ‘사실성’의 힘을 무기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인해 ‘사실성’을 표현하는 다큐멘터리적 형식에 대한 관객들의 믿음이 손상되었을지라도 다큐멘터리 자체에 대한 관객의 믿음은 여전히 존재하며, 다큐멘터리가 가지고 있는 ‘사실성’이라는 힘 또한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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