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0시30분, 포항시 흥해읍 ‘한사랑교회’의 예배당에는 15명 남짓한 신도가 앉아서 찬양을 했다. 청장년층을 합쳐 30명 이하면 미자립교회로 본다는 ‘한국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 박재열 목사의 기준을 빌리면, ‘한사랑교회’는 미자립교회다. 신도들은 예배가 끝난 후 한 방에 모여 식사를 했다. 점심 메뉴는 ‘카레라이스’. 신도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카레라이스를 식탁에 올려두고 정다운 이야기를 나눴다. 목사님부터 집사, 권사님까지, 초등학교 아이부터 장년층까지 허물없이 대화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여야 하지만 어색했다. 지금은 비기독교인이지만 고등학교 한철 신앙으로 1년간 대형교회에 출석한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대형교회에서는 연령대가 다른 사람들과 교제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었다.
카레라이스는 인도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달고도 매운 맛이 특징이다. 인도를 점령한 영국은 이를 자국 해군의 단골 메뉴로 올렸다. 오래된 식재료의 군내를 잡아주기 때문이었다. 간혹 카레 가루를 생선이나 고기에 묻혀서 튀겨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도 생선의 비린내나 고기의 누린내를 잡기 위함이다.
정숙희 기자의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를 보면, ‘잘되는 교회’의 기준이 신도의 숫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요한복음 21장 17절의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 양을 치라’라는 말을 인용한다. 그러면서 예수는 베드로에게 ‘내 양을 모으라’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치는 것은 양육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혼구원을 위해서는 교회로 발을 들이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올바른 신앙의 길로 인도하고 하나님과 인격적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부분은 큰 교회보다는 작은 교회가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미자립교회에 출석하는 한 교인은 목회자와의 친밀함과 신앙적 성장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카레라이스를 두고 나누는 일상이야기나 신앙이야기에서 신도와 목회자 간의 친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친밀함이 카레가 식재료의 군내를 줄이게 하듯, 신앙이 잘못될 위험을 줄여주고 서로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기사를 쓰면서 만나본 미자립교회 목회자 분들은 목회 그 자체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 분들은 신도 수보다도 얼마나 목회의 본질을 지키는지에 초점을 뒀다. 그 본질은 가족적인 공동체 분위기 속에서의 영혼구원이다. 하지만 여러 현실적 한계에 목회자들의 이상은 부딪친다. ‘한사랑교회’ 권산 담임목사는 교회 운영의 어려운 점을 묻는 질문에 “교회의 기능을 할 수 없는 것이에요. 예배, 봉사, 선교, 사회적인 책임 그 모든 것들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적 어려움의 족쇄는 교회에선 목회자, 가정에선 가장인 그 분들에겐 십자가의 무게와 맞먹는다.
카레라이스는 뜨거운 밥 위로 흘러서 퍼졌다. 맵고 단 카레 냄새도 밥상 위 신도들과 목회자의 이야기에 더해졌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2013 한국교회신뢰도조사>에 의하면 기독교에 대한 기독교인의 신뢰도는 하락하고 있지만 비기독교인의 신뢰도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추세를 보인다. 비기독교인의 신뢰도는 상승하고 있지만, 기독교인의 신뢰도가 감소하는 추세는 기독교 내부 문제가 심각하다는 증거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세습문제’, ‘대형 교회의 프렌차이즈화’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카레라이스가 군내를 잡고 여러 재료에 색다른 맛을 부여하는 것처럼 미자립교회가 한국 기독교의 발전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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