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목사님, 가정의 아버지

 지난 2011년, 성남시 수정구에서 미자립교회를 운영하던 김성권 목사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생활고 때문에 대리운전 기사 일명 ‘투잡(Two job)을 하던 그는 고장 난 차에서 내려서 다른 차들이 피하도록 수신호를 하다 그를 못 본 다른 차에 치였다. 겸직을 하는 목사의 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대부분의 미자립교회 목회자가 경제난을 겪고 있으며 겸직을 하는 이들이 상당 수다. 예장합동의 제 96회 총회 자료에 따르면, 미자립교회는 4,112개에 달한다. 이들 교회 다수는 경제적, 심적 어려움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은 목회적인 측면과 맞물려 있어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2013년 실시한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 요약보고서>에 의하면 “목회자의 가장 큰 고민 및 스트레스”는 교회 성장의 어려움(46.0%)이고 경제적 어려움(15.6%)이 뒤따랐다(글로벌리서치, 2012년 11월 7일~12월 7일까지 한국교회 담임 목회자 500명 대상). 경기도 양주시 ‘다:즐거운교회’ 김종한 담임목사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것들이 담임목사로서 힘든 점이에요. 개척하고 1년정도는 그나마 후원이 들어와서 견디지만 이후부터는 후원도 끊어지는 상황이에요”라고 했다. 그의 교회는 세워진 지 4년이 지났다. 그도 처음 2년이 지난 시점에서 교회가 자리잡은 상가 월세로 보증금 2,000만원을 날리고 장소를 옮겼다. 상가에서 교회를 시작해서 보증금을 날리고 어쩔 수 없이 빈궁한 곳으로 옮기거나 교회 자체를 접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봤다고 했다.
교회 운영비에 의한 어려움은 다른 교회도 마찬가지다. 포항시 흥해읍 ‘한사랑교회’ 권산 담임목사는 “교회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면 보증금을 까먹게 되고 장소를 비워줘야 하는 그런 경제적인 어려움이 목회적인 측면과 맞물려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한계도 오고 목회자가 (정신적인) 탈진을 겪어요. 영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인 압박이 문제라고 볼 수 있죠”라고 말했다.
작은 교회를 돕는 단체도 이와 같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다. ‘한국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 박재열 목사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자립교회에 30만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 50만원으로 확대 지원하려고 하지만 이미 단체의 빚이 50억원에 달한다. 매년마다 3,000만원씩 헌금할 수 있는 의인 10명을 찾는다고 기도만 하고 있다”라고 했다. 보증금과 같은 교회 운영비는 신도수가 평균 30명을 넘지 않는 미자립교회에게는 교회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에도 주어진 소명에 열심을 다하고 있다고 했으나 경제적 압박은 가정이 있는 목회자에게는 큰 멍에가 된다.


목회자의 이중직 73%가 찬성, 재정적 압박에 겸직은 선택이 아닌 필수
김종한 담임목사는 가족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게 되는 부분과 재정적 압박에서 심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가족들을 생각하면 어린 자녀들이 큰 교회의 주일학교에서 성장을 하면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정서적인 함양도 될 것이고 좋은 교육 시스템을 통해서 클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쉬워요. 사모는 남편이, 자녀들은 아빠가 목회자니까 (어려움을) 감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하고 고맙기도 하고 아이들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말 그대로 만감이 교차하는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경제적 문제로 교계 내부에서는 목회자의 겸직을 찬성하는 분위기다. 최근 ‘목회사회학연구소’의 <목회자의 이중직 자료집>에 의하면 목회자의 73.9%가 찬성 의견을 보였다(목회사회학연구소 2014년 10월 17일 발표 목회자 904명 대상).
권산 담임목사도 지금까지는 재정상의 어려움이 없었으나 필요하면 이중직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사모가 자녀들 양육이나 최소의 생활비를 위해서 일을 해야겠다는 말을 많이 하기도 하고 목회자 개인적으로도 목적이 교회를 세워가는 데에 있기 때문에 노동을 한다고 해서 하나님께서 주신 목회라는 소명이 훼손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목회에)제약을 받지 않는 선에서 교회를 세워가는데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하면 목회자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서 할 용의가 있어요.” 교회 운영 상에서 겪는 재정적 압박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언제라도 겸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작은 교회는 살아나야
박재열 목사는 “냇물이 살아야 강물이 사는 것처럼 작은 교회들이 살아나야 됩니다. 영혼을 일선에서 건지는 교회가 작은 교회들이고 작은 교회들이 숫자가 많잖아요”라고 했다. 작은 교회들의 수가 많아 교인 수가 적어도 영혼구원에 크게 기여한다는 평가다. 미자립교회의 작은 규모가 가족 같은 공동체 분위기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권산 목사는 “교회라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데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믿음의 공동체로서 한 가족이라는 것을 누릴 수 있으려면 150에서 200명 정도가 가장 이상적인 교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김종한 목사는 신앙생활 중 신도 수가 30명에서 50명되는 교회가 1,500명의 신도를 가진 교회로 성장한 것을 본 경험을 바탕으로 250명에서 300명 정도가 가족적인 공동체 분위기를 보이는 최대치라고 개인적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대형 교회에서 ‘한사랑교회’로 옮긴 조연수(경영경제 13)씨는 미자립교회가 가지는 장점에 대해 “작은 교회는 좀 더 섬김의 손길이 필요하니까 수동적으로 예배하는 느낌이 아니라 화려하게는 아니더라도 하나님께 드려지는 마음이 더 커요. 형식적인 관계보다 깊고 끈끈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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