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곶 등대 관리소장 김원도(56) 씨의 이야기

Q 소장님은 어떤 일을 하시는 건가요?
“여기가 자동으로 돼 있어서 어두워지면 자동으로 등명기에 불이 들어와요. 새벽이 되면 바로 불이 꺼지고요. 옛날에는 수동으로 불을 켜고 끄곤 했는데, 지금은 등대 자체가 알아서 불을 끄고 켜고 다 해요. 우리 일은 그 불이 꺼지지 않게 평소에 관리를 잘하고, 수시로 확인해서 혹시 꺼져 있으면 바로 고치는 것이죠. 여름에는 안개가 많이 끼면 ‘무신호’라고 해서 나팔을 불어요. 지나가는 배가 소리를 듣고 ‘대충 여기가 어디구나’ 위치를 알고 지나가죠. 여름철에는 안개가 새벽에 많이 끼는데, 어선들은 새벽에 많이 나가니까 그럴 때 신경 많이 써야 하죠. 그리고 우리가 이 등대만 관리하는 게 아니고, 주위의 등대를 많이 관리해요. *대보항 방파제 등대부터 전부 16개의 등대를 관리하고 있어요. (16개의 등대 중) 불이 꺼졌다고 하면 어촌계장으로부터 연락이 와요. 연락이 오면 밤에 나가서 불 밝혀 주지요”

Q 그럼 365일, 24시간 계속 일을 하시는 건가요?
“세 사람 근무하는데, 한 사람이 휴무를 가게 되면, 두 사람이 2교대를 해서 한 명당 12시간씩 주간, 야간으로 근무해요. 한 달에 보통 9일 정도 휴가를 받지요.”

등대원들은 한 곳에서만 계속 일하는 것이 아니라, 2년마다 한 번씩 돌아가면서 근무지를 바꾼다고 한다. 현재 경상북도에는 감포 등대, 호미곶 등대, 후포 등대, 울진 쪽의 죽변 등대, 울릉도에 두 군데, 독도에 한 군데 등 총 7개가 있어서 등대원들이 이 중 한 등대에 2년간 머무른다. 후포 등대는 유인 등대였는데, 이젠 무인 등대가 돼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다. 김 씨는 전에는 독도에 있다가 이번에 호미곶에 와 있는 것이라 했다.

Q 독도에 계실 때는 어떠셨나요?
“독도는 겨울철이 좀 힘들어요. 겨울철에는 독도에 유람선이 안 다니다 보니깐 교대를 못해요. 전경대원들이 50일마다 한 번씩 교대를 하는데, 그 때 맞춰서 교대를 하다 보니까 2달간 근무 설 때도 있어요. 2달간 근무를 서다 보면 먹을 것도 떨어지고, 그러다 보면 힘들죠. 겨울철이 힘들어도 나머지는 좋았어요. 밑에서 낚시도 할 수 있고, 해산물도 많고.”

Q 주로 뭐하면서 지내셨어요?
“독도에 있으면 특별히 할게 없어요. 섬 자체가 워낙 작고. 그러니까 장비 같은 거 닦고, 고장 나기 전에 손도 보고, 또 시간 남으면 낚시도 한 번 하고. 군인들 헬스장이 따로 있어서 거기서 운동도 좀 하고 그랬죠. 거기 군인들하고 같이 많이 논 게 생각이 많이 나요. 경찰들 일주일에 한 번씩 회식하면 등대 직원들 내려오라 해서 밥 먹으면서 같이 소주 한 잔씩 하고. 그런 게 재미있었고, 또 나와서도 계속 같이 지내는 사람들도 있고요.”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달하고 있는 21세기. 등대도 변화의 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유인 등대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2014년 전국의 유인 등대는 37개뿐이다. 그에 따라 등대원의 수도 줄고 있다. 근무를 하던 사람이 일을 그만 두면 그 자리를 바로 채우곤 했지만, 최근 몇 년간은 그 자리를 채우지 않고 있다. 김 씨는 자동화가 되면서 일이 편해지긴 했지만, 무인화가 되면 아무래도 섭섭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Q 그럼 ‘등대원’이라는 직업이 이제 아예 없어질 수도 있는 건가요?
“없어질 순 없어요. 등대가 고장이 나면 바로 복구가 안되니까요. 사실 이런 데는 포항시에서 와서 고치면 되긴 하지만, 등대가 사람이 안 사는 섬에도 많아요. 그런 곳은 고장이 나면 며칠을 불을 못 밝히니까 배 운행이 힘들어져요. 파도가 심하게 치면 고치러 갈 수가 없어 더 오래 못 밝힐 수도 있고요. 또한, 사람이 없으면 등대 관리가 어려워요. 우리는 새벽에 불이 꺼졌는지 한 번씩 확인하거든요. 그럴 때 꺼져 있으면 바로 전구를 교체하거나, 다른 데 이상이 있으면 조치를 취할 수 있어요. 기술적으로는 자동화가 되지만, 사람이 살아야만 복구가 쉽고 관리가 될 수 있죠.”

Q 마지막으로, 등대원 일을 하실 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말씀해주세요.
“늘 하는 일이니까 행복한 건 잘 못 느끼겠는데(웃음). 그래도 우리가 불을 밝히고 있다 보니까 배들이 사고 안 나고 잘 다니고, 주민들이 한 번씩 만나면 덕분에 우리가 고기도 많이 잡는다면서 고맙다고 한마디씩 해주면, 그럴 때 기분이 좋지요. 젊었을 때는 직업이 안 좋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사람들도 별로 없고, 고립된 데서 생활하다 보니까 문화생활도 못 하고. 항상 섬에 다녀야 하니까 별로 안 좋게 생각했어요. 지금은 제가 보기에 직업이 이거보다 더 좋은 건 없는 것 같아요(웃음). 일단 관리소 내 불만 잘 돌아가면. 시간도 여유롭고, 눈치 보면서 살 필요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시내에 복잡한 데 사는 것보다도 공기도 좋고요. 처음에 들어와서 한 5년까지는 다른 직업 택하려고 했는데 처자식이 있다 보니까 그게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하다 보니까 지금껏 일하고 있는데, 지금은 참 좋아요.”

*대보항: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보리에 있는 어선이 정박하고, 출어 준비와 어획물의 양륙을 하는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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