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재단 등기 전부터 제안서 준비, 구체적 의견수렴 계획은 아직...

▲ 이명박대통령 기념재단의 법인등기등본이다. 설립 목적 1-다에 '이명박 대통령 기념과, 도서관 등 기념 시설 설립 운영'이 있다. 출처 프레시안

 지난 9월 29일, 경북매일신문에 ‘한동대 내 이명박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가시화’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다. 기사에는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구자문 교수의 인터뷰가 실렸다. 이에 교내인트라넷(i7)에는 사실 여부를 묻는 글이 올라왔으며, 박사훈 총학생회장은 당일 저녁 곧바로 교내정보사이트(HISNet)에 성명서를 올려 대외협력처를 비롯한 학교 당국에 해명을 요구했다. 그 다음 날인 30일, 원재천 대외협력처장은 ‘아직 초기탐색 단계에 불과하며 뜻을 결정할 단계가 오면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하겠다’는 답변을 히즈넷에 올렸다. 하지만 원 처장이 답변을 올린 지 이틀 후인 10월 2일, 총학생회장은 좀 더 명확한 해명 혹은 사과를 요청하는 성명을 다시 올렸다. 또한, 이날 총학생회장은 총장 비서실에 따로 공문을 요청해 조금 더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10월 6일 장순흥 총장은 히즈넷에 이명박 전 대통령 도서관에 대한 해명의 글뿐만 아니라 생활관 및 체육관 신축에 관한 전반적인 공지를 올렸다. 한편, 구 교수의 발언이 적힌 기사는 대외협력팀의 요청으로 해당 기사가 올라온 당일 삭제됐다.

재단 등기 전부터 진행…장 총장,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야기 나왔다’
대외협력팀은 이명박 기념재단(이하 기념재단)이 정식으로 등록되기 전인 지난 학기부터 이명박 대통령 도서관(이하 MB도서관) 유치를 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장 총장 선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해 기념재단이 등기되기 전부터 재단 측에 보낼 파워포인트 제안서를 준비한 것이다. 기념재단은 지난 3월 2일 발대식을 가지면서 처음 등장했지만, 실제 등기가 완료돼 공식적으로 출범한 것은 8월 19일이었다. 그나마도 9월에 이르러서야 시사저널을 통해 등기를 마친 사실이 알려졌다. 총장 비서실 문의 결과, 장 총장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가 나왔고 원 처장과 이야기돼, 원 처장과 대외협력팀이 일을 진행했다’는 입장이었다.
기획서 초안 작성 당시 MB도서관은 미국의 대통령 도서관(Presidential Library and archive)을 모델로 삼았다. 미국의 대통령 기념 도서관은 대통령에 대한 자료를 수집, 분류,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종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다. 대외협력팀의 구상에 따르면, MB도서관은 미국의 대통령 기념 도서관처럼 이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기록을 수집하여 데이터화 한 후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특히, 에너지 환경 분야의 연구를 활성화할 계획이었는데 원 처장이 학내 자치언론 '당나귀'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지역연계 및 지역발전이란 이 연구를 바탕에 둔 발언이었다. 위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 학기 대외협력팀은 미국의 대통령 기념 도서관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를 조사하고, 한동대에 MB도서관을 유치할 시 어떤 이점이 있을 지 등을 담은 제안서를 작성했다. 그 후 실제 제안서를 기념재단 측에 건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원 처장은 “(기념재단 측에)의도(intend)는 표현 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당시 실무진 사이에서는 사업 선정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있었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기획(MB도서관 유치)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외협력팀 직원들도 높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업 기획 단계 중 원 처장은 구 교수에게 사업 구상을 요청했고, 그 후 경북매일신문에서 ‘MB도서관 가시화’ 발언이 대외적으로 드러나게 됐다.

도서관 유치, 사실상 가시화?
원 처장은 한동대에 전 대통령 기념 도서관이 유치될 가능성이 적다는 입장이지만, ▲한동대를 제외한 타 유수 대학이 이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전혀 무지하다는 점 ▲재단 이사급 인사가 학교에 방문한 점 등을 미뤄보면, 사실상 일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것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원 처장은 ‘당나귀’와 진행된 인터뷰에서 “재단에서 먼저 제안할 가능성이 없다”, “우리 학교 말고도 유치하려는 곳이 상당히 많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물망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타 대학들은 기념재단의 사업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이승만연구원과 김대중도서관이 건립된 연세대학교의 대외협력부서 관계자는 기념재단의 기념관 및 도서관 사업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학교의 발전기금소와 학술정보처, 유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송도글로벌캠퍼스 또한 “(기념재단 사업에 대해)들은 바가 전혀 없다”라고 일관했다. 뿐만 아니라 ▲포항공대 대외협력부서 및 발전기금관련 부서 ▲중앙대 발전기금부서 및 도서관 ▲서강대 대외협력부서 및 도서관 ▲성균관대 도서관 등 서울 및 포항의 유수 대학교의 대외 협력 부서 및 도서관에서도 관련 사업에 대해서 처음 듣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지난 9월 30일 기념재단의 이사급 인사가 한동대에 방문했던 것이 밝혀졌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MB재단 이사급 관계자들이 학교에 왔다”라고 말했으며,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장관급 인사가 학교에 찾아왔다”라고 말해 일치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자리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대외협력팀에 물었으나, 대외협력팀은 “우리로서는 답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말했다.

의견 수렴 의지 밝혔지만, 구체적 계획은 아직…
이 사업을 추진했던 장 총장과 원 처장은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일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원 처장은 당나귀와 한 인터뷰에서 “지속해서 소통하고 의견을 주고받아야 한다. 그래도 끝까지 반대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구성원을 위한 일인데, 반대를 무릅쓰고 결정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 총장은 지난 10월 6일 히즈넷 공지에서 “앞으로 지어질 도서관이 학교와 지역, 국가와 나아가 세계에 도움이 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시설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의견을 구하고 소통할 것이다”라고 의견 수렴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원 처장은 설문조사 식의 의견수렴은 당장에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이 MB도서관 사업에 대해 학생들이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설문조사를 통한 의견수렴은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원 처장은 “예스 노로 하는 식의 설문조사는 무리가 있다”라며 “신문사나 학생단체가 의견수렴을 진행하면 적극 참여하겠다”라고 말했다. 의견수렴과 별개로 만약 학내 구성원의 의견수렴이 이루어질 시 수렴된 의견이 언제, 어떤 식으로 반영 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원 처장은 “(공식적인)신청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데드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갈 수(exchange) 있다”라며 “(기념재단에서)공고가 나고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사훈 총학생회장과 최유강 총동문회장은 10월 4일 서울 한동글로벌후원회 사무실 개소식에서 만나 MB도서관 사업에 대해 ‘추진 및 중요한 결정이 있을 시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같이했다.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