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베리떼/ 김다솜, 김수정(언론정보 10), 황다예(언론정보 11)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그곳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기기에서 백과사전을 여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정보의 포화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선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 곧 ‘스토리 텔러’에게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이야기 전달능력은 중요한 자질이 됩니다.
 이야기를 잘하는 능력은 영화에서도 중요합니다. 모든 영화에는 제작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고, 제작자는 관객들에게 그 이야기가 효과적으로 전달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잘한다는 것은 곧 ‘효과적으로 스토리텔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텔링’ 이라는 단어는 오늘날 여러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텔링 활용’이란, 단순한 이야기 차원에서의 내러티브를 넘어, 이야기 안의 참여적, 감성적, 현장적 특성을 강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관객의 공감도를 높이고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큰 흐름에는 ‘다큐멘터리영화’와 ‘극영화’의 두 가지 흐름이 공존해 왔습니다. 극영화는 우리가 흔히 극장에서 보는 픽션적 내러티브를 다룬 영화인데, 이러한 극영화들이 ‘스토리텔링’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당연하게 보입니다. 관객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일반적으로 기-승-전-결 구조로 이루어진 내러티브 가운데 ‘개연성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는 어딘가 ‘스토리텔링’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다큐멘터리는 ‘논점’이 ‘재미’보다 우선시 되는 이성적인 매체라는 인식이 강해서 관객들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내러티브가 강화된 ‘극적인 이야기’보다는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정보’ 얻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도 스토리텔링은 중요합니다. 다큐멘터리 이론가 존 그리어슨과 폴 로타는 “다큐멘터리의 핵심은 실제의 소재를 극화(dramatization)하는 데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과정에는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현실이라는 재료 속에서 최대한 사실성을 보존하면서 이야기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칫 ‘극화’라는 측면을 강화하다 보면, 사실을 왜곡하여 ‘진실을 이야기해야 하는 사명’을 져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다큐멘터리에서 스토리텔링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는 그동안 다큐멘터리 제작자들 가운데 논쟁이 되어왔습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많은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은 스토리텔링이 다큐멘터리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다큐멘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진실은 결국 우리의 삶 속에 있고, ‘스토리’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1920년대 다큐멘터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영화감독 존 그리어슨은 다큐멘터리를 ‘현실의 창조적인 처리’라고 정의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통해 우리 삶 속의 진실을 추구하는 매체입니다. 이러한 다큐멘터리가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객들이 다큐멘터리를 하나의 ‘이야기’로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이야기로서 전달된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제작자가 추구하는 진실’과 ‘관객들이 다큐멘터리에 가지는 신뢰’가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될 때, 그 결과물은 어느 매체보다도 진정성 있는 ‘진실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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