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의 적절성, 피해보상범위에서 견해차 좁혀지지 않아

▲ 마을 곳곳에는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일요일 오후, 포항영일만신항 인입철도(이하 인입철도)가 놓이는 곡강1리를 찾았다. 마을 입구부터 전봇대 곳곳마다 붙어있는 빨간 글씨의 ‘철도 결사 반대’ 팻말과 현수막은 추석이 막 지난, 정겨운 시골의 분위기를 무색하게 했다.
안동 MBC 뉴스에 따르면, 주민들은 마을에 측량 깃발이 꽂히고 나서야 <인입철도 건설사업>을 알게 됐으며 공단이 제대로 된 의견수렴 없이 사업을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총사업비 1,814억 원의 공사가 곡강리 전체 주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로 진행된 것이다. 이와 함께 피해보상범위도 도마 위로 올랐다.

관은 법적 의무는 다했으나, 마을 주민들은 미처 알지 못해
한동대 근방 1km 내인 곡강리 일대,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공단)에 의해 인입철도가 놓이게 된다. 완공예정연도는 2017년. 공사의 목적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에 위치한 포항영일신항만과 배후산업단지의 원활한 수∙출입 물동량 수송이다. 총 11,307m의 길이의 철도는 포항영일신항만과 KTX 신포항역을 잇게 되며, 이는 2013년 9월 2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관보에 고시됐다(본지 165호 1면 참조). 하지만 법에 규정된 보상범위와 주민들이 주장하는 보상범위 간의 차이 때문에 끊임없는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본지가 전성환 피해지역 주민대표로부터 받은 청원서에 따르면, 2010년 8월, 국토부 주관의 <인입철도 1차 주민설명회>가 흥해읍 사무소에서 시행됐으나 공지가 미흡해 주민 일부만 참여했다고 서술돼있다. 또한, 이듬해 7월, 공단이 <인입철도 2차 주민설명회>를 실시했으나 공지 미흡에 따라 또다시 주민 일부만이 참여한 것으로 쓰여 있다.
주민설명회의 공지 여부와 관련해 공단 측은 본지의 질문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 “노선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주민공람(‘11.6.24~’11.7.21) 및 주민설명회(‘11.7.1)를 개최해 노선계획을 알리고, 기본계획 및 실시계획을 고시했습니다. 아울러, 공사 중에도 용지보상 협의 시 유인물 및 면담 홍보, 안내문 설치, 현수막 게시 등을 통하여 공사안내를 시행하거나 할 계획입니다”라고 답했다. 당시에 마을대표나 지역에 연고가 있는 사람이 참석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공단 측은 “주민공람 19명, 주민설명회는 41명이 참석하였으며, 전원 지역연고자”라고 밝혔다. 반면, 전 대표는 두 번의 설명회에 곡강1리 전체 주민 60여 명 중 4명만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 대표는 한동어라이즈리걸클리닉(HALC, Handong Arise Legal Clinic)에 의뢰해 *환경영향평가 설명회 과정에 법적 문제가 있는지 법률자문을 구했다. HALC는 현행 법이 주민 전체 회의, 홍보물, 혹은 개인 통보에 대해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사업 시행자 쪽은 법에 근거한 충분한 통지를 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전 대표는 “공식적인 공청회는 했죠. (사전홍보를 위해) 인터넷이나 일간지에 고시해야 할 의무가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 마을에서 참석한 사람이 서너 명에 불과해요. 근데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하거든요”라고 말했다.

▲ 피해주민대표 전성환 씨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간접 피해는 보상 범위 밖
공단과 주민들의 의견 차는 설명회의 적절성뿐만 아니라, 피해보상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전 대표는 보상문제에 대해 질문하자 안경을 벗으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철로가 직접 지나가는 부분만을 보상하는 것이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곡강리 주민 탁팔수 씨의 밭에는 철로가 밭 한가운데를 지나간다. 전 대표는 “(탁팔수 씨의 밭이) 1,500여 평 되거든요. 철로가 마당 앞으로 지나가요. (종이에 철로 주변을 그려서 가리키며) 이 것(인입철도가 놓이지 않는 부분)은 보상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들어가는 부분만 보상하거든요. 1,000평 가까이되는 땅이 단절됩니다. 탁팔수 할머니와 우리의 주장은 같아요. 다 보상해라”라고 말했다. 전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인입철도가 탁팔수 씨 밭 한가운데를 지나가게 돼 밭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공단 홈페이지에는 토지보상법 제74조(*잔여지 등의 매수 및 수용청구)를 들어 토지 일부가 종래의 목적대로 사용하는 것이 곤란할 경우 매수 보상하도록 한다고 알리고 있다. 하지만 전 대표에 의하면 공단 측은 직접 건설범위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보상한다는 입장이다. 주민 보상에 대해 공단 측은 “2014년 5월 감정평가 후 7월부터 보상협의 및 계약을 실시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소음에 대한 주민의 우려도 크다. 주민들이 작성한 청원서에 동봉된 호소문에 따르면 철도는 주거지에서 짧게는 2~3m, 길게는 10m 거리를 두고 지나간다. 실제로 환경영향평가서는 곡강리 마을에 대한 소음 측정 시 철도 소음은 기준치 이하이지만, 공사 장비 가동에 의한 *정온시설의 예측 소음도가 51.9~81.5dB로 기준을 초과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단 측은 전 대표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방음벽 및 *장대레일 설치를 통하여 피해를 줄이고, 철도 통과로 인하여 단절되는 도로는 통로 BOX 설치로 생활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전 대표는 기자를 집 뒤의 고지대로 안내했다. 수풀이 우거진 들판 곳곳에 철로가 세워질 자리임을 알리는 붉은 깃발이 바람을 타고 있었다. 집과 철로 사이의 거리는 15m 이내, 전 대표는 “곡강리는 산에 막혀 공명이 되기 때문에 화물철도가 지나가면 시끄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가 생기면 못 살아요. 시끄러워서.” 그는 “철로가 우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을을 지나가는 것은 모든 초점을 공사비(절감)에 맞춰놓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관련 기관들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는 것에도 큰 불만을 표했다.
한편 인입철도 건설이 한동대에 미치는 소음 및 진동에 대해 공단에 문의한 결과, 인입철도 건설 공사를 맡고 있는 진흥기업 김대기 차장은 “환경영향평가서 상으로 봤을 때는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평가대상지역 설정 시 영향반경을 계획노선의 각각 1km, 500m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계획노선 반경 500m 이내는 대기질과 소음 및 진동을 측정했으나, 1km 밖에 있는 한동대에 대해서는 동식물상만이 조사됐을 뿐 대기질과 소음 및 진동에 대해서는 범위 밖이라는 이유로 조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지난 2011년 본지의 보도를 따르면, 화물열차의 소음은 환경영향평가시 기준으로 삼은 소음 기준인 60dB보다 높은 79dB이다.

현실과 거리가 먼 법
현실과 동떨어진 환경영향평가 전반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홍보 소홀 및 전문적 내용으로 인한 해석의 어려움이다.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제36조(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공고∙공람 등)는 “주관 시장∙군수∙구청장은…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접수된 날부터 10일 이내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일간신문과 지역신문에 각각 1회 이상 공고하고, 20일 이상 60일 이내의 범위에서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의 주민 등이 공람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병길 동아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환경영향평가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관한 소고>에서 ▲현실적으로 주민들이 평가서 초안 공람 여부를 모르는 점 ▲평가서 초안의 내용이 전문적이어서 의견을 내놓기 힘든 점 ▲주민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에도 자료와 정보의 부족 때문에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점 ▲사업자가 피해주민에게 설명회나 공청회 홍보를 소홀히 하여 피해와 무관한 주민들만 참석해 설명회나 공청회를 개최한 경우 주민의견수렴절차만 거치면 문제 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사람 사는 곳에 안 들어오면 좋은데, 밀양 송전탑과 같은 사안은 워낙 쟁점이 되니까 (알려지게) 되는데 우리 주민들은 아는 사람도 없고 통로도 막혀있고, 노력하는 사람도 없고 많이 답답했어요.” 인터뷰를 마치자 전 대표는 답답한 심정을 고백했다. 곡강리는 평온했다. 붉은 측량 깃발 위로 가을 잠자리만이 내려앉아 얼마 남지 않은 고요를 즐기고 있었다.

*관보: 정부가 일반에게 널리 알릴 사항을 실어 발행하는 기관지
*환경영향평가: 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나 범위를 사전에 예측∙평가하고 그 대처 방안을 마련하여 환경 오염을 사전에 예방하는 제도 우리나라는 1977년에 도입하였다.
*정온시설: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시켜야 하는 시설로 병원, 주거지, 학교 등이다.
*잔여지: 토지 일부가 협의 매수되거나 수용됨으로 인하여 남게 되는 부분의 토지
*장대레일: 표준길이 레일에 비해, 레일의 이음매에서 충격이 완화되어 소음∙진동대책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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