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헌(草軒) 장두건 화백 사진제공 포항시립미술관

푸른 바다, 비릿한 바닷냄새, 퍼덕이는 물고기… 바닷냄새 물씬 풍겼던 포항읍은 제철산업을 기반으로 인구 50만의 경북 최대도시 포항‘시’가 됐다. 하지만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송상헌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여전히 포항은 예술의 ‘불모지’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런 불모지와 같은 포항화단에도 한국 미술사의 큰 거목으로서 포항의 미술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포항 미술계를 흐르는 큰 맥(脈), 초헌(草軒) 장두건 화백이다.

 

 

한국 구상미술의 거목, 초헌(草軒) 장두건 화백
장두건 화백, 그의 세계를 엿보다

 

전시정보
기간: 2009. 12. 29 ~ 2014. 12. 31
장소: 포항시립미술관
관람시간: 10:00~19:00
관람료: 무료

환호 해맞이 공원에 있는 포항시립미술관이 마련한 이번 <草軒 張斗建 상설전>에서는 장두건 인물상을 시작으로 10점 남짓한 작품을 통해 선생이 담아내고자 했던 예술 정신과 고향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1918년생인 장두건 선생은 올해 아흔을 넘긴 노화가다. 그는 일본을 통해 서양의 문물이 급속히 들어오던 격동기에 성장기를 보냈다. 그는 일본 유학에서 미술을 시작해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경험하며 우리나라 서양화 유입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산 증인이다. 유학생활의 영향으로 정물화나 풍경화와 같은 사실적인 서양의 화풍을 따랐지만,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토속적이고 자연적인 한국의 미가 곳곳에서 묻어 나온다. 특히 [그림1] <여름날의 동해 어느 어촌>은 포항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지역적 향취를 느끼게 해 준다. [그림2] <즐거운 날의 처녀들>은 우리나라 청춘들의 모습을 한복을 입은 한국적 오방색을 사용해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서양 유화 기법을 통해 작품을 표현했지만, 작품의 소재와 색은 충분히 한국적인 것이다. 선생의 작품들은 그와 같은 시기 활동했던 이중섭이나 박수근처럼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채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닌, 화려하고 몽환적인 색채를 보여준다. 화려한 색채는 보는 이로부터 복잡한 이미지를 주기도 하지만 선생은 리듬감 있는 화면 구성으로 작품을 만들어내 오히려 경쾌한 느낌을 자아낸다.
한편, [그림3]과 [그림4] 등 그의 작품을 보면 일반적인 유화와는 다르게 사물의 경계선을 뚜렷하게 표현한 것을 볼 수 있다. 명확한 윤곽선은 화면 안의 질서를 부여하고 형상과 배경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화면 안의 우연성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그의 태도와 연결된다. 윤곽선을 통해 화면 안에 질서를 부여하고 형상과 배경을 명확하게 하며 지각에 들어오는 것과 들어오지 않는 것을 구분한다. 이렇듯 우연한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 태도에서 그의 엄격한 성격이 드러난다. 타의에 의해서도 아닌 자의에 의해 이미 완성돼 전시됐던 작품을 개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는 늘 엄격한 잣대로 자신의 작품을 평가한다. 이 때문에 선생의 나이와 명성에 비해 작품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자신에게 엄격한 태도는 묘사적 사실주의나 인상주의 화풍과는 차이를 보여주며 평범하게 느껴지는 소재를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표현해내 한국 미술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르 살롱(Le Salon)’ 전에서 특상, 대한민국 문화훈장 보훈장, 서울특별시 문화상, 제5회 이동훈미술상 본상을 수상한 경력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그의 화풍이 국내외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포항 출신으로 한국 근 현대미술사 전개에 큰 발자취를 남긴 장두건 화백은 지역 미술계에서 우뚝 선 거목과 같은 존재다. 또한, 그는 본인의 인물상과 평소 사용하던 작업도구를 비롯해 예술 자료 1,000여 점, 선생의 유화 작품 60여 점을 포항시립미술관에 기증해 지역 미술사 아카이브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제법 가을이 깊어감을 느끼는 요즘, 지역 미술관을 찾아가 한창 무르익고 있는 포항 지역 화단만의 향취를 직접 느껴봄이 어떨까?


 

▲ [그림 1] 여름날의 동해 어느 어촌 45.5x37.9 캔버스에 유채 1993년 사진제공 포항시립미술관
▲ [그림 2] 이 봄이 즐거워 90.9x72.7 캔버스에 유채 1995년 사진제공 포항시립미술관
▲ [그림 3] 코스모스 90.9x72.7 캔버스에 유채 2006년 사진제공 포항시립미술관
▲ [그림 4] 가을풍경(秋景)45.5x37.9 1998년 사진제공 포항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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