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마리아의 아들 목수가 아니냐 (막 6:3)

예수님은 성인이 되는 12세 되시던 해부터 30세에 공생애를 시작하시기까지 적어도 18년간은 목수의 일을 하셨을 것이다. 목공 일은 당시로서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는 것이었을 것이기에 목수란 오늘날의 직업 분류로 따지면 엔지니어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목수 예수님은 나무를 베고, 대패질을 하고, 못질도 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직업 행위의 대가로 돈을 받으셨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하셨던 목공 일은 과연 거룩한 일이었을까? 그 일은 ‘영적’인 일이었을까 아니면 ‘육(체)적’인 일이었을까? 오늘날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에서 자라난 열정 있는 기독 청년들의 대다수가 이 질문에 답하기를 어려워하거나 주저한다. 한동대학교의 대다수의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육체적인 노동은, 즉 직업 활동은 그리 영적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예수님께서도 하신 일이니 거룩하지 못한 일이었다고 감히 말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생애를 시작하신 후에 예수님은 우리에게 먹고 살기 위하여 하는 일, 즉 세상 사람들이 하는 것과 같은 일은 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는 일만을 하라고 하셨다. (마6:25~33, 눅12:31)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공적으로 사역하시기 이전 18년간 열심히 하셨던 목공 일은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는 일이었는가? 혹자가 만일 예수님의 하신 그 목공 일이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일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심각한 수준의 신학적 문제를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예수님은 인간으로 오셔서 어떻게 사는 것이 온전하게 사는 것인지 그 모범을 보이셨다고 볼 수 있다. 예수님의 삶과 명령을 종합해 보면 우리의 직업(vocation) 활동이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지 아니하다면 깨어 있는 시간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우리들의 직업 활동에 대하여는 나중에 우리가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섰을 때에 아무 것도 고할 것이 없게 될 것이다.

한동대학교는 일부 언론의 표현으로 ‘대기업이 반해버린 대학’, 즉 졸업생들이 대기업으로 취업 잘하는 대학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또한 한동의 구성원은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에 대하여 학내외의 다양한 계층이 다양한 이유로 우려한다. 한동대학교가 세상에서의 영달을 추구하는 것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취업을 바라보고 오는 학생들의 비율이 점점 늘어 세속화되지 않을까? 지나치게 실용 중심의 학풍으로 인하여 가뜩이나 약한 기독교적 교양 교육이 더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등의 우려가 있다.

한동대학교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대학이다. 세상을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하는가? 어떠한 활동으로 변화시켜야 하는가? 답은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도록, 즉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며 이를 자신의 전공 활동으로 추구하여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학업을 마치면 자신의 직업을 갖게 되며 그 직업 활동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한 주일 중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요구하는 직업 활동을 제외하고서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명령에 적극적으로 불순종하고자 하는 생각이다.

이 불순종을 피하는 가장 쉽고도 간단한 해법은 목회나 선교와 관련한 직업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목회와 선교 사역으로 부르시는 것은 아니며, 우리의 일반적인 삶의 영역은 하나님의 나라에서 제외되는 곳은 아닌 것이다. 한동대학이 신학대학이 아닌 기독교대학으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신의 전공으로서 하나님의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인재가 되려면 하나님 나라를 위한 전공 교육(professional education)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전공 교육은 기독교적 교양 학문의 기초 위에서만 가능하기에 기독교적 교양 학문에 기초한 전공 교육이야말로 한동대학의 존재 목적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한동인들이 대기업으로 진출하는 것을 우리가 기뻐할 수 있는 이유는 그곳이 하나님 나라를 위한 영적 전장 중에서 상당히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취업이 세상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때문이 아니며, 중소기업이나 다른 영역에서의 하나님의 나라의 추구도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세상 사람들이 선호한다고 하여 대기업을 피할 이유도 없다. 우리 한동인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임하게 하는 소명을 감당함에 있어서 삼성이나 LG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몽골이나 아프가니스탄에 못지 않게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동인은 세상을 무엇으로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그 답은 자신의 전공 영역에서 하나님의 통치하심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윤식 교수 (전산전자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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