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관비 인상에도 나아지지 않는 근로자 처우

 

9월 11일 자치회 내부 회의인 마을회의에서 생활관비 인상 건이 RC회장단 사이에서 만장일치로 의견이 수렴됐다. 이에 지난 9월 25일, 교내정보사이트 히즈넷(HISNet)에 생활관비 인상 안이 올라왔다. 생활관운영팀은 인상 폭은 5% 정도로 잡고 있다. 이에 대해 10월 1일 수요일에 열리는 평의회에서는 곽진환 학생처장이 직접 생활관비 인상에 관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생활관비 인상은 학생 사회에서도, 교직원 사회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됐다.

 

부족한 예산에 쩔쩔매는 생활관운영팀
생활관운영팀은 생활관의 재정상황 악화로 생활관비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생활관 예산은 교비로 지원받는 건축 부채 원리금을 제외하곤 전적으로 학생들이 낸 생활관비로 채워진다. 그런데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생활관비가 일반호관 기준 1학기당 53만 2,000원으로 동결됐다. 2013~14년에는 24시간 냉방기 사용을 이유로 1학기당 25,000원이 올랐을 뿐이었다. 이는 생활관운영팀이 사용 가능한 실질적인 예산 또한 5년간 동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 반해 생활관에서 필요한 고정비용은 5년간 꾸준히 늘어났다. 늘어나는 비용과 제자리걸음 하는 수입 사이에서 생활관운영팀은 현상유지에 급급한 상황이다.
자치회가 교내정보사이트 히즈넷(HISNet)에 올린 ‘2015 생활관 관비 인상 관련 자료_생활관운영팀’에 따르면, 5년사이 최저임금은 시간당 4,000원에서 5,210원까지 올랐다. 201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생활관 용역비는 총 8억 9천만 원으로 약 42억 원인 전체 예산의 21%를 차지해, 개별 근로자의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 부담이 만만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올해 생활관운영팀이 내는 난방비와 수도세는 2010년보다 10% 이상 늘어났고, 전기세는 무려 63%가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생활관운영팀은 지출을 줄이기 위해 임시직 용역비를 낮추는 방법을 생각했다. 임시직 용역 근로자의 경우 학교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가 아니기에 생활관운영팀 입장에서는 비교적 쉽게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근로자 수를 줄일 수 있다. 생활관운영팀 이평수 팀장은 “근무시간이 줄어도 최저임금이 올라 돈 주는 건 똑같다”라며 “돈에 맞춰서 하다 보니 시간을 줄이든가 사람을 빼든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최근 6년간(2008~14년) 생활관 예산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획예산팀에 공문을 보냈지만. 기획예산팀은 이를 거부했다.

부족한 재정상황은 고스란히 간접고용 근로자에게로
5년째 이어진 생활관비 동결과 멈출 줄 모르고 오르는 공공요금 사이에서 가장 을의 위치에 있는 임시직 용역 근로자들은 생활관 재정 상태 악화의 여파를 가장 크게 느끼고 있다. 청소근로자의 경우 근무시간이 1시간 줄어들었고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임금을 덜 받게 됐다. 시초는 용역회사의 학교와의 계약 위반이었다. 14-1학기 생활관 청소를 담당했던 용역업체 케이비경비시스템은 생활관 청소근로자의 근무시간 8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점심시간 1시간 제외)에 1시간의 휴게시간을 임의로 추가했다. 학교로부터는 8시간만큼의 인건비를 지급 받고 근로자에게는 7시간만큼의 임금을 줘 중간에서 임금을 착복한 것이다. 본지가 이 같은 사실을 밝힌 후(본지 196호 4면 참고), 학교 측은 휴게시간을 빼고 아예 청소근로자의 근무시간을 한 시간 줄여버렸다. 올해 6월에 있었던 청소 용역 입찰에서도 근무시간이 1시간 줄어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인건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생활관 운영팀의 방침이었다.
경비근로자의 경우 작년까지 있던 대리근무자가 사라져 100일 넘도록 하루도 쉬지 못하고 밤을 새우며 일하게 됐다. 대리근무자가 있었던 작년까지는 생활관 경비근로자에게 1주일 중 하루는 쉴 수 있는 날이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비근로자는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계속 밤새 근무하면 과로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또한, 경비근로자의 근무시간에는 쉴 수 없는 무급 휴게시간이 추가되기도 했다. 이 휴게시간은 부서 간의 행정처리 실수로 들어갔지만(본지 203호 3면 참고),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도 이 같은 상황은 시정되지 않고 있다. 이 팀장은 “(경비근로자의) 휴게시간이 문제라면 청소근로자 때처럼 근무시간을 한 시간 줄이던가 휴게시간을 퇴근시간 바로 전인 6시부터 7시 사이로 맞추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생활관비 인상으로 생활관운영팀의 수입이 증가해도 임시직 용역 근로자의 근무환경이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는 상황이다. 만일 생활관비를 5% 올려 수입이 총 9천만 원가량 증가해도, 이는 내년에 또 오르는 고정지출 비용을 보전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9천만 원을 올려줬다고 생활관에 급격한 변화가 올 수는 없다”며 “여태까지 마이너스 된 것을 보전하겠다는 것이지 앞으로 그걸(생활관비를) 더 올려서 (다른 곳에) 어떻게 더 쓰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