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다녀요.”
이 말 뒤에는 크게 두 가지 반응이 딸려온다. 하나, 한동대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분들의 순진무구한 발언. 김치찌개집 서빙 알바를 할 때 사장이 건넨, “일은 잘 하는데…공부도 좀 하지 그랬어”라는 말을, 난 절대 잊을 수 없다. 반면, 한동대를 특별한 대학 취급하는 분들도 있다. 그들의 반응도 크게 두 가지다. 기독교 대학 아니면 높은 영어강의 비율. 당신도 한번쯤 들어봤으리라. “너희 강의 전부 영어로 한다며. 너도 영어 잘하겠다.” 영어점수 때문에 학점 제한 걸린 나로선, 민망한 순간이다. 어쨌든, 사람들의 이러한 반응은 한동대가 높은 영어강의 비중으로 유명하다는 증거 중 하나다.
2013년 기준, 한동대 전체 강의 중 영어강의가 차지하는 비율은 33.8%에 이른다. 덕분에 중앙일보 대학평가 영어강의 비율 부분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 항목이 포함되는 국제화 영역 순위도 13위로 꽤나 높은 편이다. 하지만 국제화 영역을 제외한 교수연구, 교육여건 및 재정, 평판•사회진출도 등 다른 영역은 40위 밖에 있어 정확한 순위도 알 수 없는 상황. 한동대가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국제화 영역, 특히 영어강의 비중이 중요시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의 높은 순위를 통해 한동대 영어강의 비율의 대외적 평가 정도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대내적 평가는 어떨까. 본지 설문조사 결과, 영어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그리 높다고 보기 힘들었다. 특히 ‘본인의 의견을 적어달라’는 요청에 대다수의 학생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궁금하다. 대외적 평가와 대내적 평가 간의 깊은 간극은 무엇 때문인가.
뻔하다. 영어강의가 학생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전공강의 등에 쓰이는 영어가 배움의 대상이 아닌 극복의 대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영어라는 벽을 넘어서야만 전공지식의 습득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가장 익숙한 모국어라는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전공지식이라는 까마득한 녀석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데, 설상가상으로 몸에 익지 않은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니. 적어도 나에겐, 죽을 맛이다.
영어를 사용하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배우려면 확실히 배우자는 말이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존재하는 커리큘럼이 실무영어다. 영어를 배우는 실무영어와 영어도 배우는 전공영어강의의 공존은 실무영어 커리큘럼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할 뿐이다. 전공영어강의 전부를 폐지하자는 말도 아니니, 오해 마시길. 영어가 익숙한 사람은 영어를, 한국어가 익숙한 사람은 한국어를 사용하면 된다. 학생들의 영어실력 증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실무영어 커리큘럼의 개선이지 높은 영어강의비율의 유지가 아니다. 학생들의 학업 만족도보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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