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저널리스트 이중덕 씨와 함께 본 <시리아 난민, 1000일의 기록>

▲ 포토저널리스트 이중덕씨

 “포토저널리스트로서 나는 두 개의 큰 싸움을 하고 있다. 하나는 곤경에 처한 시리아 난민을 위한 싸움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을 향한 사람들의 무관심에 대항한 싸움이다.”
포토저널리스트 이중덕 씨는 지난 10년 동안 시리아에 살면서, 내전 이전부터 이후까지 시리아인들이 처한 현실을 카메라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시 마포구 극동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시리아 난민, 1000일의 기록>에서 그를 만나 사진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텔레비전 뉴스나 인터넷 기사 등 보도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꼈던 것은 반응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관심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껴서, 제가 한국에 이 작품들을 가지고 온 것이에요. 그 이유는 외부에서 ‘당신들은 왜 관심을 갖지 않습니까?’라고 다그치는 것과, 실제로 한국에 이 작품들을 안방까지 가지고 들어와 보여주면서 ‘실상이 이런 것입니다, 그러니 관심을 가져주십시오’라고 요청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번에 최초로 시리아 난민 사진전을 한국에서 열게 된 것입니다.”
이중덕 기자는 사람들이 난민에게 관심을 가지고, 동정을 뛰어넘어 동참, 그들을 향한 사랑의 행진 가운데 동참하는 발걸음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전은 5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으며 총 70개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첫 번째 주제를 컬러 사진으로 표현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주제는 그들의 참상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흑백사진으로 표현하고, 마지막 주제에서는 희망의 모습을 담아 다시 컬러 사진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들에게 드리워진 비극의 그림자
“저는 포토저널리스트로서 지금 중동에서 10년 동안 사진을 찍었는데, 처음에 제가 중동에 가서 찍은 사진들은 평화롭잖아요. 그런데 내전이라는 것이 일어나면서 저도 탈출해야 됐고, 저도 난민이 되어 탈출한 난민들의 삶을 찍고 보니, 내전의 전과 후가 너무 대조적이었죠.”
첫 번째는 ‘평화로운 그날들’이란 주제로 사진들이 전시됐다. 이중덕 기자가 1년 동안 시리아의 수도인 다마스커스에 살면서, 내전 이전에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았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다.
“이렇게 평화롭던 모습들은 내전이 일어나면서 단지 추억으로만 기억될 수밖에 없고, 더 이상 평화를 재현할 수 없는, 비극 가운데 들어가게 된 것이죠. 그래서 이제 평화는 없어졌고요, 내전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은 이제 탈출하게 되는 것이죠.”
이중덕 기자는 자신이 ‘내전’을 찍어낸 사람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 역시도 내전이 일어나면서 탈출한 난민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리아인들이 탈출하는 모습과 ‘그림자’로 표상되는 난민들의 참상을 찍었다고 한다. 두 번째 주제인 ‘탈출과 내전의 그림자’가 이를 표현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 사막에서의 기쁨 남자는 하얀 치아를 활짝 드러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낙타도 웃고 있는 것만 같다. 사막이라는 극한 기후에서도 한껏 여유 있는 모습이다.
▲ 국경에서 올린 기도 한 남자아이가 탈출한 후에 기도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중덕 기자는 그의 그림자에 주목했다. 탈출은 했지만 그에게 드리워진 내전의 그림자가 그를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는 것이다.

실, 상실, 또 상실

세 번째 주제인 ‘상실과 아픔’에선 가족을, 신체 일부를, 교육의 기회를 잃은 시리아인들의 아픔에 관한 사진들이 전시됐다.
“내전이란 것은 이들의 품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많이 빼앗아 갔고, 그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에게 신체적 장애를 입혔어요. 또한, 아이들은4년 동안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난민은 교육의 기회마저도 박탈당한 것이죠.”
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중동의 사막성 기후가 사람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준다. 이중덕 기자는 세 번째 주제에 이어 네 번째 주제인 ‘고통과 고난’에서 건조하고 먼지가 많이 일어나는 사막으로 몰려있는 난민들이 배고픔뿐만 아니라 겨울의 추위, 여름에는 더위와 싸워야 한다고 했다. 즉, 난민들이 배고픔과 고난에 점철되어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 외팔소년 어린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신나게 풍선을 가지고 노는 듯 하지만, 자세히 보면 한 쪽 손목이 잘려있다. 폭격에 의해 잘려나갔다고 했다. 죄 없는 아이들이 내전으로 인해 겪는 고난과 고통은 너무나도 크다.
▲ 그늘 없는 텐트한 여자 아이가 텐트 줄이 만든 한 줄기 그늘 밑에 쭈그려 앉아 있다. 얼마나 더웠으면, 얼마나 그늘진 곳이 없었으면 찾은 곳이 그 자리일까. 카메라를 보고 있는 눈에 적개심이 가득하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성공하고 잘 살려는 것이 아니죠"
이중덕 기자는 이처럼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향한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공부해서 남 주자’가 실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전 세계는 고통가운데 고난 받고 있어요. 올해 6월 19일에 있었던 난민에 날에 발표된 통계를 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가장 많은 난민이 살고 있다고 해요. 5000만 명의 난민이 세상 가운데 살고 있어요. 기근이든, 내전이든, 전쟁이건 간에, 5000만 명, 우리나라 인구만큼의 난민들이 전세계에 있다는 거에요. 그 정도로 전 세계는 고통과 고난으로 가득 찬 세상이에요.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세상에 성공하고 잘살려는 것이 아니죠. 우리가 그 지식을 가지고 고통 받고, 고난 받고, 소외되고 어려운 자들, 또한 우리는 기독교인으로서 복음을 가지고 그들에게 나아가고자 하려고 공부를 하는 것이지. 우리가 내 것을 챙기려고, 아니면 잘 살려고, 성공하려고 공부한다는 것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향해 나아가는 자가 되어야 하죠.”
“이 사진전에 오면, 지구의 한쪽에서 고통 받고, 고난 받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그래서 그들의 얼굴을 보고 그 옆에서 울고 있는 하나님을 발견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내가 어떻게 그들에게 나아갈 것인가, 내가 공부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내가 졸업을 하고 하나님께서 그 길을 여시면 내가 그들을 향해 나아가리라, 그들을 섬기리라,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그들에게 나가리라.’ 이런 마음을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장이 열리는 것이죠.”
다행히도, 지금 시리아에는 한국에서 보낸 희망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시리아를 섬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지난해 극동방송 김장환 목사는 요르단 자타리 유엔캠프를 방문해 겨울 폭풍에 강타당한 난민들의 처참한 모습을 목격한 후, ‘사랑의 집 보내기 캠페인’을 벌여 1,400대의 카라반을 기증했다고 한다.
“1,400대의 카라반에 태극 마크가 붙은 여기를 ‘코리안 빌리지’라고 이들이 이름을 붙인 거에요. 저희가 붙인 것이 아니고요. 난민들은 한국에서 온 성도들의 헌금으로 이것이 전달됐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리스도의 사랑이 이들에게 전달됐을 때에는 어둡던 얼굴들이 피어나면서 희망과 용기와 웃음. 천사 같은 웃음이 다시 피는 것이죠.”

이중덕 기자는 5번째 주제인 ‘나눔과 희망’에서 마지막을 사막에 핀 야생화의 사진(<사진 5>)으로 장식했다. “마지막이 가장 중요한 사진인데, 사막에서 찍은 야생화입니다. 비록 난민들이 실제로 사막에 살면서, 사막과 같은 삶을 살지라도, 여기에 단비가 내리면 꽃이 피거든요.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땀과 눈물이 그들 가운데 전달되면 여기에 새 생명의 역사가 일어날 수 있음을 믿음으로 여기에 기도로 표현했습니다.”
‘사막에도 생명은 있다. 사막에는 생명이 살 수 없어 보이나 여기에도 여전히 생명은 존재한다. 척박한 땅으로 내몰린 시리아 난민들에게도 이러한 새 생명의 역사가 펼쳐지기를 기도하자.’

▲ 코리안 빌리지태극마크가 붙은 카라반이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자신의 집으로 가는 듯한 소녀의 발걸음이 힘차다.

전시정보
기간: 2014년 9월 4일 ~ 9월 26일
장소: 극동갤러리(서울극동방송 지하1층)
관람시간: 10:00~18:00
관람료: 무료
* 포항 극동방송 순회일정
11월 10일 ~ 11월 15일

▲ 사막의 생명 사막에 핀 야생화, 사막인 것이 무색하게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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