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고독사…1인 가구 증가하는데 대책은 없어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고독의 사전적 정의다. 세상과 완전히 등지는 죽음의 순간까지도 고독 속에서 맞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홀로 죽음을 맞는 경우를 고독사라고 부른다. 정순둘 교수의 <노인 고독사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이 용어는 핵가족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일본에서 사용됐다. 개념을 처음 만들어 낸 사람은 유품정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설립한 요시다 다이치(吉田太一)다. 일반적인 개념에 의하면, 자살이나 타살은 고독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독거노인이 돌봄을 받지 못하고 지병으로 숨을 거두면 고독사지만, 독거노인이 자살을 할 경우 고독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확한 통계 없는 고독사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23.9%로 414만 2천 가구에 달한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8.4%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무연고 사망자도 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보건복지위원회 김춘진 위원장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2011~2013 시도별∙연령별 무연고 사망자 현황>에 의하면 2011년 682명이던 무연고 사망자는 2012년 719명, 2013년 878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3년간 정부예산을 투입해 처리된 무연고 사망자는 총 2,279명으로 백골로 발견돼 성별이나 신원확인이 불가능한 사망자도 59명(2.9%)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자료로는 사망 당시 가족의 유무, 가족원의 수를 알 수 없어 고독사 여부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이에 대해 김춘진 위원장은 보도자료에서 “연고가 없거나 연고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포기한 것을 무연고 사망이라고 부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독사, 즉 혼자 살다 숨지는 경우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독사는 중 장년층에도 해당하는 사회문제

과거와 달리 고독사는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서울시 50대 무연고 사망자 비율이 서울시 한해 연령별 무연고 사망자 전체의 34%에 달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진혁 씨의 <우리나라 고독사의 실태와 추이> 논문에는 대구와 대구 인근 경북지역의 고독사 중 40대에서 50대가 62.5%로 가장 많아 고독사에 관한 인식이 변화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논문에서는 청년실업, 은둔형 외톨이의 증가, 늘어나는 이혼가정을 고독사 증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매일신문의 기사 <사는 것도 혼자였는데 떠날 때도 혼자로구나…늘어나는 1인 가족, 그리고 고독사>에서 유품정리인 정명현 씨는 “고독사는 홀몸노인뿐만 아니라 40, 50대 1인 가구들에게도 자주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정순둘 교수의 <노인 고독사의 현황과 과제>는 현대의 도시에서 선호되는 임차형태 주거나 공동생활주택 거주가 익명성은 확보되지만, 이웃과의 네트워크는 희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젊었을 때부터 외부와의 만남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 이들은 고독사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남자 6%, 여자 8%)과 일본(남자 17%, 여자 14%)은 친구, 동료 또는 사회적 그룹에 속한 구성원과 거의 만나지 않는 비율이 OECD 평균(남자 6%, 여자7%)에 비해 높은 경향을 보인다.

죽음이 낳는 다른 문제들

메슈(Matthew, S. H)가 쓴 나이 든 여성의 사회적 관계(The Social world of old women)라는 논문은 나이 든 사람들은 오히려 죽음 자체보다는 ‘언제’, ‘어떻게 죽느냐’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고 말하고 있다. 좋은 죽음이 적절한 수명을 다하고 고통 없이, 가족들이 있는 앞에서 죽는 것으로 나온 조사결과를 고려하면 고독사는 좋은 죽음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토론회 자료집 <노인 고독사, 막을 수 없나>는 고독사로 인해 발생하는 제반 문제를 네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가족 앞에서 죽는 복된 죽음을 맞이하지 못한다. ▲부모나 친척의 임종을 지켜보는 것을 효로 간주하는 일반적 인식에 비춰볼 때 고독사는 유족에게 죄책감을 안겨다 준다. ▲유품 정리과정에서 가족갈등이 발생한다. 자주 찾지도 않은 가족이 유품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찾아와 유산분배의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다. ▲지역사회 상호 불신의 씨앗이 되기도 하는데, 이웃 간의 무관심에 대한 상호 비난으로 좋지 않은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또한, 서진혁 씨가 논문에서 서술했듯, 고독사 대부분은 백골화되거나 부패하여 발견되기 때문에 위생문제가 불거지고 사망원인의 규명이 힘들어지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독사를 막기 위한 노력

노년을 다룬 책 ‘100세 쇼크’는 고독사의 원인으로 사회적인 무관심과 핵가족화, 도시화 등으로 인한 인한 사회 안전망 장치의 부재를 들었다. 고독사가 오래 전부터 사회문제로 부상한 일본의 경우, 다양한 사회적 안전망이 제공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고독사 예방 센터’는 단지별로 방문해 독거세대를 등록한다. 도쿄가스(Tokyo Gas)는 가스사용패턴을 분석해 독거노인의 자녀에게 식사준비나 온수사용 여부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BS 파노라마에 따르면, 일본은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신청하면 시에서 응급키트를 제공하고 병력과 보호자 연락처를 기록한다. 프랑스의 경우, 2003년 폭염으로 인해 노약자 1만 5천여 명이 사망한 것을 계기로 코로카시옹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코로카시옹은 독거노인의 주택에 남는 방을 필요한 학생에게 제공하고 함께 생활하는 제도다. 한국의 경우 고독사보다는 독거노인을 돌보는 것에 복지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자체 별로 ‘노인돌봄서비스사업’을 통해 노인돌보미가 독거노인 집을 방문해 생활실태를 파악하고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포항시도 시민단체의 주도하에 ‘독거노인 친구 만들기’를 통해 상담 및 돌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 장년층의 고독사에 대해 직접적인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무연고 사망자: 가족, 친척이 없거나 다양한 이유로 가족, 친척에 의해 인수 거부된 사망자1인 가구의 더 나은 삶을 위하여 힘쓰는 1인가구연합

“고독사는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 고려장’이다.”
1인 가구의 더 나은 삶을 위하여 힘쓰는 1인가구연합


혼자 살 때 겪는 외로운 정도를 묻는 말에 외부거주를 하는 한 학생은 “혼자 사는 것이 외로운 것은 사실이나, 혼자 살면서 얻는 자유나 편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남자의 경우, 28세까지 1인 가구가 증가한다는 통계청의 자료처럼 1인 가구가 보편적이다. 하지만 많은 지자체(이하 지역자치단체)나 정부의 정책은 독거노인에 맞춰져 있어 아직 다양한 연령의 1인 가구에 대한 지원과 대책은 부실한 상황이다. 이에 1인 가구의 연대감 증진과 권익 보호에 힘쓰고 있는 ‘한국1인가구연합’의 송영신 대표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한국1인가구연합에 대해 소개 부탁합니다

현재 20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법률지원단과 직업공무원들로 구성된 장의봉사단 등을 중심으로, 1인가구들의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법률지원을 통해서 1인가구들의 고독사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1인 가구의 삶을 저해하는 여러 사회 제도적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기 위하여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단위로 설립된 순수 시민단체입니다.
지난해 7월, 암 투병 중인 69세의 할머니와 10개월 된 증손자가 숨진 지 보름 만에 발견됐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면서, 최소한의 사회적 네트워크만 있었어도 존재하지 않았을 죽음을 이제는 방관해선 안 된다고 뜻을 모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Q 한국1인가구연합은 1인 가구에 대해 어떠한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까

1인 가구의 숫자만큼이나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고 논의도 분분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란 점입니다. 1인가구는 인류가 생긴 이래 최초로 경험하는 것이며 갈수록 1인 가구는 증가할 것입니다. 따라서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자체도 전환돼야 한다고 봅니다. 1인 가구는 뭔가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사유가 생겨서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애주기로 파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청년 1인 가구는 부모의 품에서 독립하여 학업이나 직업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혼자 생활하다가 대부분 결혼을 하여 2인 가구, 다인 가구를 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식이 성가하면 다시 2인 가구로, 그리고 그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은 필연적으로 1인 가구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Q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는 무엇입니까

우리나라 1인 가구의 수는 전체가구수의 25.3%로 약 500만 가구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980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5%에 불과하였는데 2010년에는 그것의 5배나 증가하였고, 반면 1980년 당시 50%를 차지하던 5인 이상 가구는 6배나 감소하여 큰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문제로는 다인 가구 중심의 사회복지서비스 등 제도의 문제, 1인 가구의 고독사 문제 등이 있습니다.
특히, 1인 가구의 문제를 두 가지로 요약하면, 빈곤과 단절입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화려한 싱글은 극히 일부분에 그칠 뿐이었고요. 1인 가구로서 저희에게 상담을 구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이렇게 까지 단절되어 있었구나, 이렇게까지 경제적 빈곤으로 어려워하고 있었구나를 절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 한국1인가구연합은 1인 가구 3대 빈곤을 주거빈곤, 근로빈곤, 소득빈곤으로 정리하였습니다. 1인 가구의 절반가량이, 특히 서울시의 경우엔 무려 83.6%나 전 월세가구에 해당하고 그 외 최저주거수준에도 못 미치는 고시원 등 비주택주거문제도 무시할 수치가 아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1인 가구의 경우 무직자가 43.7%이고, 임시직이나 일용직이 거의 절반을 차지했고요. 끝으로 최저생계비 57만 원에도 미달하는 절대빈곤율이 다인 가구보다 무려 4배가 많았습니다.
1인 가구의 자살률을 보면, 다인 가구의 약 4배 정도로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위에 아무도 지켜봐 주는 사람 없이 혼자 쓸쓸히 참담한 죽음을 맞는 고독사의 문제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Q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해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 단체의 무연사 방지운동의 하나로 유언장 작성 보조나 임의후견 등의 법률지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4~50대의 고독사 비율이 높은 점을 고려하여 만 45세 이상 65세 미만의 회원이 먼저 신청의사를 밝히고 단체의 내부기준에 적합한 경우, 단체가 비용을 부담하여 우리 법률지원단이 엔딩노트뿐만 아니라 유언장 작성을 보조하고 치매 등에 대비한 임의후견 지원을 합니다. 이러한 법률지원을 통해 회원에게 일종의 '법률 주치의'가 생기는 결과가 되어 수준 높은 네트워킹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Q 활동을 하시면서 느꼈던 한계가 있다면, 어떠한 것이 있습니까

고독사의 심각성은 이제 일반 시민들도 잘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반면 우리나라는 내세관이 없는 유교적 생사관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죽음 자체에 대해서 언급하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고독사를 방지하려고 노력하는 정부나 지자체, 시민단체 노력의 성과를 반감시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죽음 자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함께 고독사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사후 모습에 안정감을 가지고 현재에 삶에 충실하도록 함에 궁극적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죽으면 끝이다.’ 등의 단순한 접근에서 벗어나 생전에 본인의 사후 모습에 대해 진지한 준비를 하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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