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트리 원유진(언론정보 05) 씨를 만나다

▲ '플라잉트리'의 기획자 겸 작가, 배우 원유진 씨

 

나에게 한동은 ‘지독한 첫사랑’이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일 해라”라는 말을 들어왔다. 우리 또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길을 걷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곧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좌절하거나, 꿈은 꿈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현실과 타협하기도 한다. ‘플라잉트리’도 이런 우리와 비슷하다. 단지 연극이 좋아서, 좋은 공연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였지만 경제적으로 정작 그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플라잉트리’, ‘나는 나무’다. 현실 속에선 나무는 날 수 없지만, 플라잉트리는 그런 무모함이라도 여전히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 여기 플라잉트리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 있다. 플라잉트리의 기획자 겸 배우이자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원유진 씨다.서울예대 극작과 졸업 후, 유명 극단 ‘목화’에서 짧은 배우활동. 이후 한동대에서 언론정보문화학부를 전공한 뒤, 격월간지 <오늘>의 기자가 됐다. 하지만 그녀는 작년 9월, 기자를 그만뒀다. 왜 그녀는 기자를 그만두고 연극을 다시 하게 된 걸까?
꿈과 현실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해왔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그녀를 직접 만나봤다.

Q 반갑습니다. 먼저 플라잉트리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플라잉트리, 어떤곳인가요?
플라잉트리는 어떻게 하면 연극이 영화처럼 낯설지 않고 사람들에게 가까워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단체에요. 연극을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바로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보는 일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여기서 저희가 중간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거죠. 저희를 통해 관객들이‘연극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구나. 그럼 정말 연극을 보러 가볼까’란 생각이 들게 한다면 저희의 임무를 다한 거죠. 그리고 대학로 배우들이 진짜 저임금 노동자거든요. 그런데 연극을 하게 되면 대관료가 정말 많이 들어요. 저희는 소규모 장소에서 공연해 대관료를 아껴 배우들에게 더 급료를 주는 거죠. 이렇게 관객이나 배우에게 건강한 공연생태계를 만드는 게 저희의 궁극적 목표입니다. 현재는 연극의 기본이 되는 희곡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기 위한 ‘희곡이 들린다’와 *살롱극 ‘키스프로젝트’, 그리고 공연시설이 미비하거나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문화 소외지역에 찾아가 공연을 하는 ‘사방팔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Q어떻게 플라잉트리를 준비하셨나요?
연극을 하다가 그만두고 공부하던 제가 이렇게 다시 연극을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학교에서 열린 2인극 페스티벌 때 제가 ‘키스’라는 공연을 했던 적이 있어요. 정말 좋았죠. 제가 2년마다 연극을 해줘야 하는 병이 있어요(웃음). 그래서 잡지사 기자 생활을 하다가 2013년도에 소셜펀딩을 받아 공연을 준비했어요. 근데 계획이 자꾸 엇나가는 거에요. 어려운 상황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와서 제 상황을 말했더니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의 남자친구랑 셋이서 연극을 했어요. 돈에 구애 받지 않고 뭔가를 한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기자생활을 하면서 연극을 하니 죽도 밥도 안 되겠다 싶어서 기자였던 본업을 그만두게 됐죠. 그 이후엔 돈 없이 ‘플라잉트리’라는 이름만 가지고 공연했어요. 하다 보니 돈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고요. 저희는 연극만 할 줄 알았지 돈에 대해서는 정말 하나도 몰랐거든요. 그러던 중에 선배님 한 분께서 저희를 보시고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에 참가를 권유했어요. 그 결과 한국 사회적 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육성사업에 지원했고, 발탁됐죠. 그래서 금전적인 어려움 없이 연극을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자 해서 올해 4월부터 사회적 기업 교육을 받고 있어요. 그래서 아마 올해 말에 사회적 기업으로서 플라잉트리가 태어날 것 같아요.

Q그렇다면 프로젝트 준비는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보통의 연극 준비와 똑같아요. 저희가 기존의 연극과 차별화된 점은 기획에 좀 특화돼있다는 것이에요. 무슨 작품을 할지 논의를 많이 하는 편이죠. 멤버들이 다 같이 모여서 무슨 작품을 언제, 어떻게 할지를 정하고 필요한 사람들은, 제 친구가 연극을 오래 해왔으니까 그 친구가 사람을 끌어오고 이런 식으로 하죠. 이렇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저희가 하고 싶어하는 연극이 돈이 안 된다는 거에요. 과연 우리가 하고 싶은 연극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돈 되는 작품을 해야 하는가? 작품과 돈이 충돌하는 거죠. 먹고 살 수 있으면서도 작품성 있는 연극을 할 방법을 고안하는 게 가장 큰 고민입니다.

Q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으신가요?
사방팔방프로젝트 때 경상북도 상주시 함창읍에 간 적이 있어요. 저희가 살롱극을 추구하기는 하지만 정말 가정집 안방에서 공연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카페에서 공연했는데 그곳이 일본식 가옥을 고쳐서 만들었거든요. 골방에서 소파 몇 개 가져다 놓고 공연을 하는데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죠. 관객들하고 배우 모두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어요. 대극장에서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 받으면서 휘황찬란한 옷 입고 공연을 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것도 없을 때 사람 만나는 것 자체에서의 큰 울림을 느낄 수 있었어요.

Q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앞으로의 꿈은 먹고 사는 건데(웃음). 첫 번째는 플라잉트리만을 해서 먹고 사는 거에요. 제가 건강한 공연생태계를 만들겠다고 했으니 이뤄내서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죠. 두 번째는 플라잉트리를 그만두는 거에요(웃음). 제가 없어도 플라잉트리가 잘 굴러갔으면 좋겠어요. 그 정도로 시스템이 잘 정돈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죠. 세 번째는 이런 건강한 공연생태계 안에서 좋은 평론 글을 쓰고 싶어요.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저는 제가 만난 사람들이 하는 사랑스러운 일들을 사랑스럽다고 말해주고, 그 일들을 소문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시고 극단 목화에서 활동하시다 한동대에 오셨다고 들었어요. 한동대에 오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다른 학교에도 지원했는데 다 떨어지고 한동대 붙어서 왔어요(웃음). 농담이고 제가 극단에서 활동하면서 기독교인으로서 고민이 많았어요. 극단 일을 하면서 주일 대 예배나 수요 예배, 금요 예배도 가지 못했고,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 꾸준히 해왔던 봉사도 자연스레 못하게 됐죠. 그러다 보니 제 신앙이 약해진 것 같은 거에요. 일하면서 술이나 담배 문제도 있었고. 저는 이런 고민을 한동대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원했어요. 다른 학교 다 떨어지고 여기 왔지만 그래도 진짜 많이 배웠죠.

 

 Q 학교생활에서 기억이 남는 것이 있으신가요?
한동에서 만난 사람들이 기억에 남죠. 학교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제가 아직도 학자금 빚을 갚으면서도 후회하지 않는 건 제가 인생에서 기댈 수 있는 교수님이나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가끔 포항에 내려가서 사람들을 만나요. 졸업생들이 모여서 하는 독서 모임이나 교수님들을 뵙곤 해요. 그럴 때마다 듣는 한두 마디 말이 정말 위로가 되죠. 그중에서도 특히 류대영 교수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교수님 조교를 1년 반정도 했었거든요. 조교를 하면서 교수님께 들었던 말이나 수업을 통해서 읽었던 책들, 말씀이 아직 기억에 남네요.

Q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자신을 믿고 오늘, 여기에서 충실했으면 좋겠어요. 하나님이 우리가 그 일을 하고 싶어하는 성향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하나님이 주셨는데 왜 일이 잘 풀리지 않느냐고 하나님 탓하지는 말고요. 선택은 결국 우리 몫이거든요. 자신이 선택한 것에 있어 이런 길을 걷게 하신 하나님을 믿고, 그런 하나님을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 버티는 거죠. 사실 제가 말하고도 현실적이지 못한 얘기인걸 아는데 크리스천이라면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주위에 다른 학생들을 보면 미래를 생각하며 삼성 같은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1학년 때부터 토익이나 토플 같은 시험을 준비해요. 근데 1학년인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거든요. 그런 일들에 도전해 봤으면 하고요. 또 내가 삼성에 들어가니까 이거는 학점 좀 덜 받아도 된다고 수업이나 과제를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5년 뒤에 내가 뭘 할지는 모르거든요. 그래서 오늘, 지금 당장에 충실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5년, 10년 뒤에도 어떤 일을 하든 후회하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거든요.

*살롱극: 열린 ‘공간 자체’만을 활용하는 실용도 높은 공연으로 특별한 무대장치와 조명, 음향시설이 필요하지 않아 카페나 레스토랑 등 다양한 장소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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