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전면화로 부작용 낳아

▲ 이번 학기 RC의 현황을 각 RC의 상징색으로 표현했다. 샬롬과 열송학사 꼭대기층은 텅텅 비었고 에벤에셀관은 열송학사 소속 학생이 절반을 차지했다. 토레이 칼리지와 카마이클 칼리지는 신청자 수가 모자라 카이퍼, 손양원, 장기려 칼리지 소속 할생들이 살게 됐다.

 ‘한동대의 무너진 학생 공동체를 회복하자!’ 2011년, 한동대가 RC를 도입한 목적이다. 하지만 성급히 진행된 RC 전면화는 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해당 RC호관에서 떨어져 샬롬, 에벤에셀관과 외부에서 사는 고학번 학생의 수가 증가해 생활관 내에서 일어나는 선후배간의 교류가 끊겼으며, 생활관에 함께 모여 사는 팀원의 수가 줄어 팀 문화를 퇴색시켰다. 또한, RC별 시설차이로 같은 RC소속 학생들이 서로 다른 생활관에 흩어져 살게 됐다. 본래 RC의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RC 등장, 학생들 만족도 높아

2008년부터 논의되던 RC는 2010년 ‘비전 2020’ 문서에 처음 공식적으로 등장했다. 2011년에 들어서는 토레이 칼리지(Torrey College)가 처음 문을 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오프라인 2011년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총 129명 참여)에 따르면 RC 2학년 이상 학생 응답자(88명)의 71%(63명)가 RC팀의 결속력이 일반 팀에 비해서 강하다고 답했고, 76%(67명)는 RC 팀원의 팀 활동 참여도가 일반 팀보다 높다고 답했다. 특히 ‘팀 분위기’는 RC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
2년간 토레이 칼리지(Torrey College)에서 실시했던 만족도 조사에서는 ▲RC에 대한 만족도 조사 (팀 전반에 대한 만족도 외 8개 부문) 부문과 ▲RC가치 경험정도(일치, 관계, 공동체, 자치 4개 부분)부문이 각각 평균 4.5점 만점에 3.7점, 4점 만점에 평균 3.4점을 받아 RC 자체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게 나타났다. 그 후 2013년 카이퍼 칼리지(Kuyper College), 카마이클 칼리지(Carmichael College), 장기려 칼리지 등 3개의 RC가 새로 생겨났다. 반면 샬롬, 에벤에셀, 벧엘, 로뎀관은 비RC로 유지됐다. 비RC호관에는 RC에 신청하지 않은 학생 혹은 RC에 신청했지만 떨어진 학생들이 살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생활관 별 시설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면화에 대한 기대 반, 우려 반

2013년, 7차례에 걸쳐 열렸던 RC TFT회의에서 RC전면화가 결정됐다. 당시 회의에 참여했던 RC TFT 임원으로는 ▲조준모, 현창기 등 9명의 교수 ▲생활관 김선미 간사장 ▲교목실 김완진 목사가 있었고, 옵저버로 ▲총학생회 김민식 회장 ▲자치회 김유진 회장 또한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RC전면화에 대한 찬반 의견이 나뉘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2014년부터 RC를 전면화 하기로 이미 계획했기 때문에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 ▲RC와 비RC로 갈려 비RC가 소수가 될 수 있다는 것 등의 의견을 냈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RC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RC를 잘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것 ▲급하게 전면화 할 경우 차근차근 꼼꼼하게 일을 진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등의 의견을 냈다. 2013년 10월 21일, 회의 결과 다수결로 샬롬, 에벤에셀을 제외한 RC 전면화가 결정됐고 10월 31일 김영길 전 총장의 최종 승인을 받는다. 그렇게 기대 반 우려 반 속에서 2014년 1학기부터 손양원 RC와 열송학사가 발족했다.

1학기차 RC 전면화, 본래 취지에 역행

RC 전면화가 도입되자 우려했던 문제들이 현실이 됐다. 주된 문제 중 하나는 생활관 내 선후배 간의 교류 단절이었다. 그 원인으로는 낙후된 시설로 RC에서 제외된 샬롬, 에벤에셀관을 들 수 있다. 샬롬, 에벤에셀, 벧엘, 로뎀관 입주가 한꺼번에 선발됐던 2013년 생활관 1차 입주신청과 달리 2014년 1차 입주신청 때에는 샬롬, 에벤에셀관이 빠진 채 선발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RC인원을 먼저 선발하는 생활관 1차 선발 총원에서 360명 가량의 인원이 줄어들었다. 그러자 상대적으로 선발순위가 낮은 고학번 학생 다수가 1차 선발에서 떨어졌다. 그 중 직전학기 벌점이 0점이었던 학생은 69명에 달했다(본지 196호 3면 참조).
1차 입주신청에서 떨어진 고학번 학생들은 생활관 2차 선발을 통해 샬롬, 에벤에셀관에 입주했다. 저학번 학생은 해당 RC 생활관에, 고학번 학생은 샬롬, 에벤에셀관에 모여 살게 된 것이다. 이 당시 샬롬, 에벤에셀관은 학생들 사이에서 ‘고학번 수용소’라 불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한 생활관에 선후배가 함께 생활하며 생겼던 교류와 공동체 문화는 상당히 퇴색됐다. 성급히 진행된 RC 전면화가 오히려 RC의 취지를 해치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지난 학기 손양원RC에 거주했던 전대일(언론정보 13)씨는 “(RC전면화 후) 더 많이 경험한 선배가 해주는 조언이나 상담이 그리울 때가 있다”며 “고학번(학생)들과 (저학번 학생들이) 팀 내에서 서먹한 사이가 되기 쉬운 것 같다”고 말했다.
RC가 일부 도입됐던 작년에는 생활관 내 함께 거주하는 팀원의 수가 줄어들었다. 샬롬, 에벤에셀관이 ‘고학번 수용소’가 되며 RC 도입 전 이들 생활관에 배정됐던 20여팀이 다른 RC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카이퍼, 토레이, 카마이클, 장기려 RC의 경우 배정된 팀 수가 평균 3팀가량 늘어났다. 한 생활관에 지정된 팀 수가 많아지며 한 팀이 쓸 수 있는 생활관 공간이 줄어들었다. RC전면화가 오히려 팀 문화를 훼손한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또 하나의 이유다.

2학기차 RC 전면화, 생활관 시설차이로 왜곡된 RC형태 만들어

생활관 시설차이의 극복은 RC라는 문화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 치러야 할 필수 과제다. 생활관 간 시설차이는 한 RC를 각기 다른 생활관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게 만들었다.
이번 학기 생활관에 입주한 열송학사 여학생의 30%는 에벤에셀관에서 살게 됐다. 낙후된 시설을 이유로 로뎀관 6층이 폐관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의견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은 문제점 ▲다른 RC와의 형평성 ▲공지를 충분히 하지 않은 점 ▲에벤에셀에 입주하게 된 저벌점자들의 역차별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이번 학기 에벤에셀관 거주자인 정담은(산업디자인 13)씨는 “로뎀 6층도 그 나름 문제가 많고 새 기숙사를 짓기 전까지 어쩔 수 없이 에벤에셀관에서 살아야겠지만 RC제도에 갇혀서 열송학사만 계속 이런 피해를 입는다면 RC를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일 RC 내 타 호관 배정인원이 생겨난 것도 생활관 시설차이가 만들어낸 또 다른 문제다. 이들은 이번 학기에 소속 RC 생활관에서 떨어진 것은 물론 소속 팀원들과도 떨어져 살게 됐다. 그 수는 총 25명이었다. 손양원, 카이퍼, 장기려 RC의 경우 생활관 신청자 수가 수용인원보다 많고 카마이클, 토레이 RC의 경우 신청자가 부족해 생활관 자리가 남는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시설이 좋은 생활관은 자리가 꽉 차고 시설이 상대적으로 안 좋은 생활관은 신청자가 모자라 타 RC인원까지 수용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RC전면화는 막 2학기차에 돌입했다. 곽진환 학생처장은 “RC는 이를 구성하는 하드웨어가 필요한데, 따로따로 만들어진 생활관이라는 하드웨어에 RC라는 소프트웨어를 입히려다 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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